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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 개발은 한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

“해외 자원 개발은 한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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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원 개발은 한 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

한국과 볼리비아가 합작회사를 세워 리튬배터리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2011년 7월 30일 볼리비아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양국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준양 포스코 회장, 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우고 미란다 렌돈 코미볼 사장, 루이스 알베르토 에차수 볼리비아 증발자원총국장.

▼ 구체적으로 20위라는 순위가 어떻게 가능한지요? 사업 내용이 궁금합니다.

“전 세계를 크게 나눠 3대 클러스터를 마련하려고 해요. 먼저 오스트레일리아 동해안에 10개 유연탄 광구를 개발할 계획이에요. 대표적으로 공사가 2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스프링베일 탄광에서 연간 150만t을 들여오고 있어요. 10개 광산이 모두 생산에 들어가면 더 이상 세계가 KORES를 우습게 여기지 못할 거예요. 중남미의 7개 구리광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가 생산 궤도에 오르면 구리에서는 세계 20위가 됩니다. 두 개는 포석이 깔렸고, 여기에 희토류를 획득할 아프리카 클러스터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해서 만일 시드니, 토론토, 요하네스버그 주식시장에 해외 법인이 상장되면 KORES는 지구 남반부 3개 클러스터를 가진 회사가 되는 거죠.”

자원 개발에는 시간이 많이 걸려

▼ 목표가 크고 비전이 명확한 만큼 벌여놓은 사업도 많습니다. 2011년 국정감사 때는 해외 자원 개발 성과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답변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습니다. 해외 나가서 투자 양해각서(MOU)를 많이 체결했는데 결과가 없는 게 아니라, 이제 겨우 2~3년 지났을 뿐이라고요. 아이를 낳으려면 열 달 배 속에 담아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몇 달 만에 결과를 얘기하기엔 성급한 것 같습니다. 자원 개발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으로 한 정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국민경제를 살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에요.”



김 사장은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로 산업자원 관련 부서에서만 30년을 일했다. 중간에 다른 부처도 경험해보라는 권고도 있었지만, 본인이 에너지 자원 분야를 고집해왔다고 한다. 자원 분야에 대한 애정과 공직자로서 소명의식이 결합된 덕분인지, 여느 최고경영자(CEO)나 기관장과는 다르게 인터뷰 내내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공직과 회사 경영에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습니까?

“회사가 이윤만 생각해도 된다면, 공기업은 이익에 더해 공익을 추구한다는 것이겠죠. 예를 들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익에 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필요한 광물은 확보해야 합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든 부분이 수지에는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죠. 또 국가경영은 당위적 규범에 따라 최선을 지향하지만, 회사 경영은 현실의 변수를 고려해 차선을 선택할 수 있겠죠.”

▼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해외출장도 직접 다니십니다. 사장이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지요?

“저도 30년 공무원 생활을 하며 제일 좋은 상사는 똑똑하고 게으른 ‘똑게’, 반대로 피곤한 상사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멍부’라는 농담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공사의 상황이 농담을 할 만큼 여유롭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편안하게 지낼 생각이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엄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바깥에서는 실전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지금 자원 전쟁 중입니다.”

현지 상황 파악하는 자원 외교

김신종 사장은 취임 후 30여 개 나라에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지구를 23바퀴 도는 거리와 맞먹는다. 출장을 갈 때마다 주말을 이용해 이동했고, 고생스러운 일도 많이 겪었다. 지난해 5월에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 갔다가 비행기가 연착돼 계속 일정이 지체됐다. 주먹구구식 처리가 답답하기는 했지만, 현지 사정에 따라 속수무책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광물 자원 개발을 통해 몽골 총리, 니제르 대통령, 볼리비아 대통령 등을 직접 만나면서 일종의 외교 사절 역할을 해온 것에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해외 사업에 공들인 만큼 이쪽에 대해 할 말도 많은 모양이었다. 김 사장은 ‘신동아’ 2011년 12월호(124~129쪽)에 실린 정기태 켐볼 사장 인터뷰를 특별히 언급했다. 30시간이 걸리는 거리의 볼리비아를 지금까지 열 번 넘게 방문한 김 사장은 고산병에 시달리고 현지 주민들에게 억류당하는 등 고초를 겪은 적이 있다.

볼리비아의 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를 조금 알아야 한다. 1532년까지 잉카 제국의 일부였던 볼리비아는 에스파냐(스페인)의 지배를 받게 된다. 300여 년의 식민 통치 끝에 1825년 독립을 맞이했으나, 1980년대까지는 200번에 가까운 쿠데타가 일어날 정도로 정치 상황이 혼란했다. 이런 특수한 역사 때문에 볼리비아 국민은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무척 깊은 편이다. 볼리비아의 역사는 김 사장이 리튬 매장지역인 우유니 염호 인근 지역에 하루 동안 억류됐던 배경과도 이어진다. 외국인들이 자원 개발에 비해 지역 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항의의 뜻으로 현지 원주민들이 도로를 봉쇄한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볼리비아 곳곳에서 같은 성격의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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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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