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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손들어준 국민연금 ‘자체 결정’ 후폭풍 덮치나

삼성 손들어준 국민연금 ‘자체 결정’ 후폭풍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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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삼성물산 임시주총, 커트라인 2.86%p 넘어
  • ● ‘관례’ 깨고 의결권위에 상정 안 해
  •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찬성 이유? 공개 안 한다”
  • ● ‘곤란한 안건’ 애매모호…규정 개선 논의할 듯
삼성 손들어준 국민연금 ‘자체 결정’ 후폭풍 덮치나
역시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었다. 7월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은 국민연금의 ‘찬성’에 힘입어 가결됐다. 합병과 같은 특별결의 사안은 주총에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의 3분의 2, 즉 66.67%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날 찬성률은 69.53%로 삼성물산은 ‘커트라인’을 2.86%p 넘어섰다. 의결권 있는 주식을 11.2%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합병안은 가결될 수 없었던 셈.

삼성 처지에선 다행스러운 결말로 끝났지만, 국민연금 안팎에선 이제 막 논란의 불씨가 점화한 모양새다. 발단은 이번 합병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내부 투자위원회(이하 투자위)를 통해 ‘자체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당초에 시장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 이하 기금운용위)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의결권위)가 이 사안을 다룰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기금운용본부는 삼성물산 주총을 일주일 앞둔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전격적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의 끈질긴 로비와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논평을 냈고, 참여연대는 7월 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금운용본부에 찬성의 근거를 명확히 밝힐 것을 주문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최정표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의결권위에 맡기지 않은 합리적 이유를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결권위 최초의 긴급회의

이튿날인 14일 오전에는 의결권위 사상 최초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6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 끝에 의결권위는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위에 판단을 요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한다”는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의결권 행사 관련) 규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요청한다”고 밝힌 것에서 읽히듯, 앞으로 의결권위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절차에 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관련 의사결정 시스템은 이렇다. △의결권은 투자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행사한다. △투자위가 찬성 또는 반대의 판단을 하기 곤란한 안건에 대하여 기금운용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의결권행사 일반지침 제8조). 기금운용위는 산하 전문위원회인 의결권위에 의결권 심의·의결을 위임한다.

의결권위 상정 여부는 전적으로 투자위가 결정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이 ‘곤란한 안건’에 해당하는지 기준 역시 정해진 바 없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대목인데도 이 같은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은 것은 그간 기금운용본부와 의결권위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05년 말 의결권위가 구성되고 2006년 3월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지배주주가 관련되거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은 의결권위로 넘어오는 경향을 보였다(표 참조). 따라서 전에 없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된 이번 합병 건은 당연히 의결권위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애매한 규정으로 투자위가 재량권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음이 이번 일로 드러났다”며 “의결권위의 여러 위원 사이에서 이번 안건처럼 중요한 안건을 의결권위가 다루지 않는다면 과연 의결권위의 존재 이유가 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이 같은 규정은 의결권위 자체 지침과 상충되는 부분도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의결권위 지침에 따르면 의결권위는 투자위원회가 요청하는 사안 이외에도 ‘기금운용위 위원장이 요청하는 사안’이나 ‘그 밖에 의결권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검토·결정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금운용본부와 의결권위 사이에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이 지침을 꺼내볼 일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지침의 구절들을 구체적으로 해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들은 의결권 행사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까. 이들은 기금 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권한까지 위임한다. 국민연금처럼 의결권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별도 위원회를 두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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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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