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노후자산 마련 위한 금융 재테크

타깃데이트펀드가 뜬다

노후자금 ‘은퇴 시점’에 맞춰 알아서 굴려줘요

  • 양미영|비즈니스워치 증권부 차장

타깃데이트펀드가 뜬다

2/3
저금리로 인해 노후자금을 모으고 굴리기가 갈수록 팍팍하다. 이런 가운데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 출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TDF는 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성장하기 시작했고, 1000조 원 이상이 팔려나간 연금 상품이다. 미국보다 훨씬 늦은 시점에 국내에서 TDF가 막 태동한 것은 많은 의미를 던진다. TDF가 무엇이고, 지금 뜰 수밖에 없는 이유, TDF 투자 매력과 방법, 투자 시 유념할 점을 알아보자.

TDF는 특정 시점(Target Date)에 원하는 투자 실적을 얻도록 도와주는 투자 상품이다. 은퇴 등 원하는 시점에 맞춰 여러 자산에 돈을 넣으면서 자동으로 자금을 굴린다. 20대 등 젊은 시기에 가입하면 주식 비중을 높이는 등 공격적으로 운용하다 60대 등 퇴직 시기가 가까울수록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구조다.

여기에서 핵심은 자동적인 자산 배분이다. 사실 기존에도 자산 배분 형태의 펀드는 인생주기를 뜻하는 ‘라이프사이클 펀드(Life Cycle Fund)’란 이름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기존에는 가입 당시 투자자 성향에 따라 투자 타입을 정한 뒤 시간에 따라 자산 배분이 자동적으로 조정되진 않았다. 원하는 시점에 투자자가 직접 교체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 것은 물론, 언제 어떤 자산으로 교체해야 하는지 어려움이 따른 것이다. TDF는 이처럼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전문적인 투자 지식이 없는 투자자의 노후자금 마련에 도움을 준다.



생애주기별 맞춤 관리

그동안 국내에서는 라이프사이클펀드 형태로 출시됐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 지난해부터 국내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TDF 시장이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왜 하필 지금일까. 미국을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들이 TDF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면서부터다. 생애주기에 맞춰 자산을 적립하고 운용해가는 TDF 특성은 젊을 때부터 노후에 대비해 연금을 붓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TDF가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2006년 연금보호법에 의해 근로자 동의 없이 기업이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에 가입하도록 하는 자동등록제를 시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401(k) 가입자들은 디폴트(가입자가 운용방법을 미지정 시 해당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것) 투자 대안에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 퇴직연금 사업자와 기업들의 401(k)의 디폴트 투자 대안에 타깃데이트펀드를 추가하면서 TDF 성장이 탄력을 받았다. 실제로 연금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5년 말 710억 달러이던 TDF 규모는 10년 새 7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10배 정도 급성장했다.

미국의 TDF 시장 성장 초기의 양상은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와 비슷하다. 여기에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예전만 못해진 것도 운용사들의 TDF 관심을 키웠다. 먼저 대형 운용사들이 TDF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예전만큼 녹록지 않아진 펀드 시장 상황 영향이 없지 않다. 지난해 말 국내 자산운용사의 총 운용자산(펀드+투자일임)은 951조 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사모펀드가 급증한 덕분이었고, 공모펀드 규모는 오히려 후퇴하며 사모펀드에 추월당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사모펀드 시장 성장 덕분임을 감안하면 고민이 커지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전체 펀드 내 개인투자자 비중은 25.1%로 지난 2013년 34.1%에서 꾸준히 줄고 있다. 판매 금액 역시 2013년 105조 원에서 110조 원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2조 원가량 감소하는 등 정체 상태다.


퇴직연금 대안 각광

이는 박스권 장세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를 외면한 영향이 크다. 이처럼 운용사의 주된 수익원이던 공모펀드가 고전하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주목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47조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3% 성장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근로자가 운용을 지시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소극적인 부분을 운용사들은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퇴직연금 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DC형 가입자 중 운용 지시를 외부에 의존하거나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는 74.5%로 높은 반면, 가입자 스스로 운용 지시를 결정하는 경우는 23.5%에 불과했다.

국내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 상품에 집중 투자됐지만 원리금보장 상품에 집중 투자하면 물가상승에 취약할 뿐 아니라 주식시장의 회복기에는 수익 창출의 기회까지 놓칠 수 있다. 그간 원리금보장 상품에 집중 투자되거나 투자 판단이 쉽지 않으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변변치 않았던 만큼 가입자의 운용 부담을 덜면서 적절한 운용수익을 내는 자동투자 상품으로서 TDF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국민의 안정적인 재산 증식을 위한 펀드 상품 혁신방안에서 자산배분펀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함께 노후 대비 운용에 적합한 개인연금 상품 활성화를 공언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디폴트 옵션과 자산배분펀드 등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영 기능이 내재된 연금 상품이 활성화한 것에 착안해 적격 디폴트 상품에 TDF 등 자산배분펀드 형태를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TDF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연금보호법과 같은 토대가 정책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3개 운용사에서 출시

그렇다면 TDF에는 어떻게 투자할까. 미국과 달리 국내는 아직 디폴트 옵션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TDF에 가입하고 싶다면 펀드에 가입하듯 자산운용사의 TDF를 찾아서 들면 된다. 일반 펀드처럼 펀드계좌로 가입할 수 있고 개인퇴직연금계좌(IRP)에서 퇴직연금펀드 형태로도 가입할 수 있다. 가입 시 내가 원하는 은퇴 시점을 고르면 된다. 펀드 이름에는 은퇴 시점이 알기 쉽게 명시돼 있다. 이를테면 2045펀드의 경우 2045년을 은퇴하는 연도로 정해 운용해준다.

현재 국내 운용사 3곳에서 TDF를 출시한 상태다. 삼성자산운용은 자동적으로 자산을 배분해준다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 지난해 4월 한국의 상황과 투자 성향을 고려한 한국형 TDF를 선보였다. 한국인 생애주기에 맞춰 은퇴 시점만 설정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굴려주는 형태는 노후자금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의 니즈를 자극했고, 설정 후 11개월 만에 수탁고가 800억 원에 육박하며 순항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하 한투운용)도 지난 3월 TDF를 출시하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투운용의 진입은 TDF 시장에 대한 관심에 불을 댕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투운용 역시 한국 투자자에게 적합한 TDF를 설계하기 위해 상당 기간 공을 들였다. TDF 출시를 염두에 두고 퇴직연금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이에 앞서 2014년 1월에는 장기투자 상품 전문 운용 팀인 투자솔루션본부를 신설해 3년 전부터 TDF를 준비해왔다.

삼성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외국계와의 제휴에도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퇴직연금펀드 강자인 캐피탈 그룹과 손을 잡았다면 한투운용은 미국 TDF 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와 업무협약에 나섰다. 미국 내 TDF 시장은 뱅가드와 피델리티, 티로프라이스 등 3개사가 70%를 독식하는 구조다. 한국투신운용은 액티브 쪽에 강한 TDF 강자와 함께 한국연금학회 등의 자문을 받아 한국인에게 맞는 펀드 설계를 강조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한국 자산을 편입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원조 TDF를 주장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리뉴얼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TDF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기존에 크게 관심받지 못하던 TDF를 새롭게 리뉴얼하며 TDF 경쟁에 가세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1년부터 출시한 미래에셋자산배분형 TDF 2030과 2040에 2025, 2035, 2045 등을 추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글로벌 네트워크가 풍부한 만큼 해외 운용사와의 제휴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최근 TDF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자산 배분에 더해 운용전략을 변경해주는 전략배분형 TDF를 함께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들 외에도 TDF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KB자산운용 역시 뱅가드 그룹과 제휴를 통해 상반기 중 TDF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한화자산운용도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TDF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형 운용사들의 TDF 출시 러시는 당장의 승패보다는 새롭게 형성되는 TDF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을 한껏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비친다.


높은 수수료율 고려해야

일단 밥상은 차려졌으니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TDF의 매력이 작지 않지만 국내의 경우 초기 단계인 만큼 장기적인 수익률 검증이 아직은 쉽지 않다. 그 나름대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형 운용사들이 내로라하는 외국 운용사들과 손을 잡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선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10년 뒤의 결과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며 “자신의 성향과 각각 다른 운용사들의 전략과 특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역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TDF가 다른 펀드와 차별화되지 못하고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역시 TDF가 이제 막 발을 들이는 만큼 일관성 있는 투자 원칙과 펀드 운용 및 관리의 투명성을 견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펀드평가사 리퍼(Lipper)에 따르면 미국 TDF의 경우 동일한 2045펀드지만 운용사에 따라 주식투자 비율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고 그만큼 자산운용 방향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TDF가 투자 원칙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관련 규정이나 가이드라인 설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연금 자산을 전문적으로 굴릴 수 있지만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투자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만능 펀드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장기투자상품이면서 재간접펀드가 많다 보니 수수료도 높은 편이다. 수수료는 0.2~1.5%까지 다양한데 목표하는 시점이 멀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유념할 점이다. 





2/3
양미영|비즈니스워치 증권부 차장
목록 닫기

타깃데이트펀드가 뜬다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