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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 몸을 넣는다’ 임플란트 개발 선두주자

솔고바이오메디칼 안세영 의공학연구소장

‘몸 안에 몸을 넣는다’ 임플란트 개발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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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상된 뼈를 대체하는 임플란트는 환자들에게 ‘제2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존슨 앤드 존슨, 스트라이커 등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장악한 임플란트 시장에 국내 한 중소기업이 도전장을 던졌다.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을 파고든 이 회사는 2년 후 본고장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려고 채비중이다.
‘몸 안에 몸을 넣는다’ 임플란트 개발 선두주자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서져버린다면? 교통사고로 척추나 무릎 관절이 으깨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교하게 만든 인공 대체물, 즉 ‘임플란트(implant·흔히 ‘인공뼈’라 불린다)’ 덕택이다. 그래서 의학계에선 임플란트 만드는 사람들을 ‘제2의 생명’을 선사하는 은인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 ‘은인’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일색이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이라는 작은 중소기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국내 임플란트 시장을 수입제품이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몇몇 국내 업체가 개발을 시도했지만, 존슨 앤드 존슨이나 스트라이커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 제품에 비해 정밀성과 인체 친화력, 첨단기술 적용수준 등이 뒤떨어져 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고 물러났다.

산자부 선정 ‘일류 상품’

하지만 임플란트의 미래 성장성을 확신하고 과감히 개발에 투자한 회사가 있었다. 30여 년간 의료기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솔고바이오메디칼(이하 솔고)이 그 주인공. 솔고는 5년에 걸친 개발작업 끝에 1999년 말 척추내 고정장치(Spinal fixation apparatus·일명 ‘척추 스크루’)를 출시했다.

그로부터 2년 반 만에 솔고의 척추 스크루는 미국 제품이 100%를 장악하던 국내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올리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대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일을 중소기업이 해낸 것이다. 솔고는 조만간 시장점유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하며 늦은 밤까지 연구소 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일류 상품’으로 선정한 척추 스크루는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등 국내 주요 병원에서 사용되며, 보급률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척추 스크루의 국내시장 규모는 800억원, 세계시장 규모는 6조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주목받는 ‘한국형 임플란트’

솔고의 기술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은 솔고 의공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안세영(安世榮) 박사다. 50대라고만 할 뿐 정확한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안소장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통계물리학자. 미국의 대학과 해군 기초과학연구소에서 20여 년 간 일하며 레이저 및 메이저(maser·분자증폭기)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전자소재 및 재료분야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한 공을 인정받아 1999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2000년 초 솔고 의공학연구소 자문을 맡으면서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참여한 그는 지난해 의공학연구소장에 취임, 임플란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한편 최첨단 레이저 기기와 나노 바이오맴스 등의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직 세계 일류 제품이라고 할 수 는 없는 단계입니다. 임플란트 시장에서 척추와 어깨 부분의 비중은 4분의 1에 불과해요. 4분의 3은 엉덩이와 무릎 부분, 그리고 트라우마(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일반 골절)가 차지합니다. 그러니까 저희는 4분의 1 시장에 40%를 차지한 셈이죠. 하지만 외국산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국산품이 기술이나 성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솔고 제품이 단기간에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높은 기술력뿐 아니라 30여 년간 의료기기 생산을 통해 다져온 신뢰 덕분이라는 게 안소장의 자평이다. 솔고는 현장의 의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공동연구를 통해 미국 제품이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했으며, 한국인의 체질과 체형에 맞는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 특히 척추 스크루는 사람의 몸에 접합하는 제품이므로 인체 친화력이 가장 중요한데, 솔고의 제품은 의사들로부터 “전혀 무해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는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특수 표면처리 때문이라고 한다.

척추 스크루가 빛을 볼 때까지 솔고는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솔고 김서곤(金西坤·62) 회장은 성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임플란트가, 솔고가 지금껏 만들어온 수술용 기기와 같은 금속제품이라 충분히 자체 제작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또한 값비싼 외국산 제품 때문에 의료수가가 자꾸 올라가는 것도 솔고로서는 불만이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모토를 가진 솔고엔, 이를 국산품으로 대체해 병원들이 제값에 기기를 사게 해서 의료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그때가 1993년. 당시엔 기술력이 모자라 우선 임플란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트라우마 제품부터 만들기로 했다. 임플란트는 트라우마, 척추, 엉덩이 및 무릎 제품군으로 나뉜다. 연간 3000억원 규모의 국내 임플란트 시장에서 트라우마 제품은 700억원, 척추 제품은 800억원, 엉덩이와 무릎 제품은 1500억원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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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인석 CEO전문 리포터 jis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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