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테헤란밸리 장악한 삼성맨의 괴력

  • 김소연 sky6592@mk.co.kr

    입력2006-10-10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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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잘하고 돈 잘 끌어오기로 소문난 삼성 출신 기업가들이 벤처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육사 못지않은 유대감, ‘메이드 인 삼성’에 대한 사회의 호의적 시선도 큰 힘. ‘벤처사관학교’를 자처하며 직·간접적으로 이들의 네트워크 결성을 후원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속뜻은?》
    지난 4월 말 네이버컴이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원큐, 서치솔루션 등 3개 업체를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롬기술과 합병이 무산된 후 네이버컴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며 진행한 일이었다.

    새로 설립된 회사는 공동대표제로 운영된다.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 김범수 사장이 네이버컴을 함께 이끌어갈 두 축이다. 재미있는 것은 두 사람이 서울대 86학번 동기일 뿐 아니라 삼성SDS 입사동기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왔다는 사실. 92년에 입사 후 98년 김사장이 먼저 한게임을 차려 독립해 나왔고 이해진 사장은 다음해인 99년 네이버가 분사될 때 사장을 맡아 나왔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이번 합병 이전부터 네이버컴과 한게임은 상당한 밀월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은 4월 현재 회원 300만명, 1일 페이지뷰 1000만을 자랑하는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고스톱, 테트리스 등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한게임이 자사 사이트 외에 처음 서비스하기 시작한 타 사이트가 바로 네이버였다.

    이사장과 김사장의 네이버컴 공동대표 취임은 벤처업계에 널리 퍼져 있는 삼성그룹 인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향후 벤처기업들의 M·A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삼성그룹 출신 벤처기업들이 어떤 식으로든 엮여 벤처업계를 이끌어갈 주도 세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이 신흥 벤처사관학교로 떠오른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IMF 이후 삼성을 떠난 사람은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대거 벤처업계로 이동하면서 벤처업계에 ‘삼성 출신’이라는 새로운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SDS, 물산, 전자 출신이 많은데 이 세 기업 출신 벤처업계 사장만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들이 나와 있으며 이들은 어떤 고리로 묶여 있는가. 또 최근 이들을 네트워크화해 적극 관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인맥의 핵심, 삼성SDS

    지난 3월27일, 다우기술 창업자 김익래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김종환 전 삼성SDS 정보통신본부장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76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삼성그룹에서만 25년을 보낸 김사장이 다우기술로 오면서 김사장은 벤처업계 삼성SDS 출신 네트워크에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했다.

    김사장은 유니텔의 산증인. 94년 유니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때부터 유니텔을 진두지휘해 최근 유니텔이 분사할 때까지 최고책임자로 일해왔다. 유니텔을 이끌면서 국내 처음으로 공동마케팅을 도입, 영화 ‘접속’과의 공동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해 오늘의 유니텔을 만들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김사장은 부하직원들에게도 상당히 신망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사장의 다우기술 입성과 관련,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기는 하지만 분사한 유니텔 최고경영자로 가는 게 더 명예롭고 보기좋지 않았겠느냐고 안타까워하는 세간의 시선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김사장은 유니텔 분사 직전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다. 분사를 앞두고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씨가 유니텔을 맡아 그룹 인터넷 사업을 진두지휘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던 때, 김사장은 “유니텔을 이만큼 키워놨으니 이제는 떠날 때가 됐다”며 사표를 냈다. 잠시 자연인으로 돌아가 있던 김사장에게 접근한 사람이 다우기술 김회장.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지만 김사장만큼 다우기술이 추구하는 새로운 인터넷왕국을 끌어나가기에 적합한 인물도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사장은 우선 소프트웨어 개발, 정보시스템 관장, 정보센터 구축 등 정보통신과 관련된 대부분의 분야를 경험한 베테랑이다. 삼성그룹 25년간의 생활을 통해 쌓아올린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삼성SDS 출신들의 벤처업계 막강 파워를 감안해볼 때 김회장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다우기술은 올 들어서만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사이버증권사 키움닷컴, 인터넷방송포털서비스업체 캐스트서비스, 금융포털사이트 이머니, 인터넷상에 음성을 실어보내는 기술인 VoIP 솔루션 개발업체 제너, 여성포털사이트 우먼드림, 교육포털사이트 아이야닷컴 등 모두 6개의 인터넷기업을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우기술을 인터넷기반 서비스회사 겸 인터넷그룹 지주회사로 키운다는 야심이다. 그리고 이 야심의 최전방에 김사장이 서 있는 셈이다. 김사장은 다우기술 사장에 선임된 이후 삼성SDS 출신 벤처기업가들과 네트워크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러 친목모임에 참석해 다우기술의 미래상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 다우기술과 좋은 관계를 맺어 나쁠 것 없는 벤처기업가들 역시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하면서 김종환 사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파워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삼성SDS 출신 벤처 파워에 김사장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지도가 있다면 유니텔 강세호 사장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또 하나의 지도가 있다. 둘 다 네트워크의 중심은 삼성SDS지만 강사장 중심의 지도는 유니텔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왕국을 세우려는 삼성그룹의 야심을 대변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

    지난 3월3일 삼성SDS에서 분사해 새로 출범한 유니텔의 최고사령탑으로 선임된 강세호 전 한국소프트창업자문 사장. 강사장은 99년 9월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장(이사)직을 그만둔 인물이다. 회사를 떠난 후 바로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을 차리고 대표를 맡은 지 4개월여. 강사장은 자신의 회사를 또 다른 삼성SDS 출신 김동렬 사장에게 맡기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강사장의 유니텔 대표 선임은 삼성그룹 인사 스타일에서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한번 떠난 인물은 절대 다시 쓰는 법이 없다는 삼성의 기존 인사 스타일에 비추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평. 이사 출신이 같은 그룹 계열사 사장으로 금의환향하는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대우 역시 업계 최고급. 스톡옵션 포함, 인터넷업계 전문경영인 최고 수준이라는 게 유니텔측 설명이다.

    ‘리틀 남궁’ 강세호 사장

    사실 강사장은 유니텔 사장을 제의받은 후 한 달 가까이 고사했다. 자기 회사를 차린 지 4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나온 회사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외부에서 보기에 그다지 좋은 모양새가 아니라는 게 이유. 이때 강사장 설득 작업에 나선 사람이 바로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과 삼성그룹 비서실 임원이었다는 후문이다.

    삼성그룹이 이와 같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강사장을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그룹은 유니텔을 인터넷 지주회사로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 이를 위해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함께 인터넷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는 물론 인수·합병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힌 것이 강사장인 것. 삼성SDS 출신 네트워크의 중심인물일 뿐 아니라 한국소프트창업자문 대표로 있으면서 쌓아올린 벤처 인맥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사장은 ‘리틀남궁’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남궁석 전 장관의 오른팔과 같은 인물이다. 철도고 졸업 후 연세대에 수석 입학, 대학 재학시절 12회 기술고등고시에 합격하는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강사장은 앞으로도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이를 통해 유니텔을 측면지원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세호 사장 후임으로 한국소프트창업자문을 맡은 김동렬 사장은 강사장과 함께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에서 오래 호흡을 맞췄다.

    김종환 사장과 강세호 사장을 중심으로 묶여 있는 삼성SDS 출신 벤처업계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대표주자는 경매서비스업체 셀피아 윤용 사장이다. 김사장과 강사장이 각각 상징적·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고 있다면 실질적으로 삼성SDS 출신 인맥들을 모으고 모임을 관장하는 이는 바로 윤사장이다. 자사 출신 벤처기업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를 본격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삼성SDS조차 실무를 윤사장에게 일임하고 있을 정도다.

    윤사장은 유니텔 전자상거래 ‘유니플라자’를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만든 인물. 이후 삼성물산의 ‘삼성몰’과 삼성전자 쇼핑몰 구축도 담당했다. 이런 인연으로 삼성SDS뿐 아니라 삼성 각 그룹 인물들과 다양한 인맥을 쌓아왔다. 윤사장은 유니플라자를 분사시키려다 안 되자 아예 팀원들과 함께 독립해나와 셀피아를 차렸다. 홍순암 이사를 필두로 조수형 마케팅팀장, 윤지현 연구팀장, 임태균 기반팀장 등이 모두 삼성SDS에서 일한 사람들이다.

    윤사장이 중심인물로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셀피아의 특성상 ‘네트워크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중요하지 않은 벤처기업이 없지만 셀피아는 특히 네트워크가 핵심이다. 자체 경매사이트를 갖고 가기보다, 제휴업체에 경매솔루션을 제공하고 운영해주는 게 셀피아의 기본 업무기 때문이다. 제휴가 곧 기업의 생사와 연결되다 보니 네트워크 구성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스레 삼성SDS 출신 네트워크 구축에 중심이 됐다.

    윤사장을 주축으로 모이는 삼성SDS 네트워크에는 김종환 사장과 강사장을 비롯해 홍윤선 네띠앙 사장, 이양동 웹투폰 사장, 김동렬 한국소프트창업자문 사장, 김범수 네이버컴 공동사장, 김종현 네오이데아 사장, 손정숙 디자인스톰 사장, 신용현 사이버토크 사장, 이호걸 이노텍정보통신 사장, 이강우 한국테크노벨리 사장, 이성균 유인커뮤니케이션 사장, 이재홍 파이널데이타 사장, 정요원 월드팁스넷 사장, 정재욱 엔드리스레인 사장,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 황지윤 드림원 사장, 허재만 SOVIC창업투자 사장 등이 있다. 여기에 유일하게 삼성SDS 출신이 아닌 사람이 한 명 끼는데 바로 하우리 권석철 사장이다. 그러나 하우리는 에스원이 2억원을 투자해 6.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 넓게 보면 삼성그룹 벤처 인맥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삼성SDS 출신 벤처기업가로는 이해진 네이버컴 사장, 윤재철 한솔텔레콤 사장, 김재하 파텍21 사장, 이경호 세이프인터넷 사장, 양준열 PSTOCK 사장, 장혜정 이비전 사장, 이호관 플레이머스 사장, 조규곤 누트러스트 사장, 이원준 이노베이트 사장, 김정희 DNC인텔리전스 사장, 안혜연 시큐어소프트 이사 등이 있다. 이중 장혜정 이비전 사장은 올 초 삼성SDS가 적극적인 분사 정책을 표방한 후 제1호로 독립해 나간 사례다.

    삼성SDS 출신들이 김종환 사장과 강세호 사장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다면 삼성물산 출신들은 옥션 이금룡 사장을 축으로 모인다.

    이사장은 77년 삼성그룹 공채 17기로 입사해 99년까지 삼성물산에서만 22년간 근무한 삼성물산맨. 수출사업부·조사팀·비서실·특수지역 담당 등의 부서에서 일하다 98년 인터넷사업부장(이사)을 맡으면서 인터넷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 물산 내 무역포털사이트 파인트코리아닷컴과 종합쇼핑몰 삼성몰을 출범시켰다.

    이사장이 옥션으로 온 배경에는 옥션 최대주주(31%)인 KTB 권성문 사장과의 인연이 있다. 85년 이사장이 삼성물산 전자완구과 과장일 당시 권사장이 같은 과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것. 먼저 삼성물산을 나가 ‘미래와사람’을 차린 권사장이 지난해 9월 이사장에게 스카우트를 제의했고 이사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끈이 다시 이어졌다.

    이사장 스카우트와 관련해서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옥션에 권사장 사람 심기라는 포석. 창업자 오혁 사장 대신 자기 사람을 핵심세력으로 앉히려는 권사장이 당시 삼성물산에서 인터넷사업을 하고 있던 이사장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삼성그룹 3대 이빨’로 꼽히는 이사장의 뛰어난 화술과 넓은 인맥을 높이 샀기 때문. 미래와사람 역시 새로운 벤처 지주회사로 거듭나려는 시점에 이사장 같은 인물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사장을 ‘화려한 화술과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천재적인 인물’로 평가한다. 사람을 사로잡는 이사장의 뛰어난 화술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얘기가 많다.

    지난 4월 옥션 홍보이사로 자리를 옮긴 배동철 전 삼성물산 홍보팀 과장. 배이사에게 어떻게 회사를 옮기게 됐는지 물어봤다. “사실 옥션이라는 회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런데도 자리를 옮긴 이유는 이사장을 믿기 때문이다. 이사장이 하는 일이라면 믿고 따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사장은 또 이런 화술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인터넷업계에서 신망을 얻으면서 최근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이란 감투까지 쓰게 됐다. 삼성물산 임원에서 벤처 사장으로 명함을 바꾼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한국 인터넷업계를 대표하게 된 것이다.

    인터넷기업협회장 배출

    이사장은 인터넷기업협회장을 맡으면서 삼성물산 출신 네트워크 관리를 시큐아이닷컴 오경수 사장에게 넘겼다. 그동안 삼성물산 출신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모였고 자신도 그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인터넷기업협회장을 맡은 이상 삼성이라는 울타리에만 연연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변. 전체 인터넷기업을 대표해야 하는 위치에서 자칫 한쪽에 치우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을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사장 뒤를 이어 네트워크 관리를 맡은 오사장은 최근 삼성물산뿐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모임을 결성했다. 4월 초 첫 회동을 한 이 모임은 5월부터 정례화될 예정이다. SDS, 물산, 전자 출신 40여 명의 대표이사가 회원.

    오사장이 삼성그룹 전체 모임의 중심으로 떠오른 데는 오사장의 다양한 경력과 40대라는 나이가 배경이 되고 있다. 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경리, 관리, 전략기획팀을 거쳐 회장비서실 근무, 삼성물산 정보전략팀장, 삼성SDS 뉴욕주재원, 에스원 정보사업과 인터넷비즈니스 총괄업무 등을 아우르는 동안 다양한 계열사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 또 40대라는 나이도 삼성 출신 벤처기업가의 70%를 아우르는 30대와 그 나머지를 차지하는 50대의 가교가 되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삼성그룹 네트워크 책임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을 얻었고 모임을 좋아하는 오사장 또한 마다 않고 중심에 섰다.

    이 모임이 삼성그룹 벤처네트워크를 만들려는 그룹측의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시큐아이닷컴이 삼성그룹 여러 계열사 보안 관련 부서들이 모여 설립한 삼성그룹의 42번째 계열사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벤처기업이긴 하지만 그룹에서 독립된 벤처기업은 아닌 셈. 또 오사장이 오랫동안 비서실에 근무했다는 것도 구설에 오르는 빌미가 되고 있다.

    삼성물산 출신 벤처기업가들은 뛰어난 화술을 자랑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이는 영업 중심의 회사 특성 때문으로 보이는데 ‘영업의 반은 말이 해준다’란 얘기가 있을 정도로 ‘말’은 영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상황에 따라 달래고 어르고 허풍도 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장하다 보니 뛰어난 화술을 자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화술 면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인물은 인터벤처 류효상 사장과 ‘자유와도전’ 전제완 사장이다.

    벤처컨설팅업체인 인터벤처 류효상 사장은 이름이 높다. 벤처업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데다 컨설팅을 하면서 쌓은 인맥 덕분에 ‘류사장을 통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때문에 벤처업계에 새로 발을 들여놓는 삼성 출신들이 한 번은 류사장을 찾아와 도움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와도전 전제완 사장은 80년대 컴퓨터업계 최대 히트서적 중 하나였던 ‘PC는 내 친구’를 쓴 5명 중 한 사람. 삼성물산에서 5년간 그룹 인사시스템 기획과 전산작업 실무를 맡은 공로를 인정받아 94년 ‘제1회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기도 했다. 비서실과 기획실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기획통으로 자리잡은 전사장은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을 한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또 오랫동안 비서실에서 근무한 경력을 밑천 삼아 아직도 삼성그룹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출신들이 그룹에 관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사람이 바로 전사장이다.

    이외에 김홍식 한솔CSN 사장, 정원규 클라우드나인 사장, 김용진 드림챌 사장, 한동수 씨앤텔 사장, 이동한 씨티아이테크놀로지 사장, 이시형 드림씨앤에스 사장, 이임호 원스탑코리아 사장, 최규철 퓨처웍스 사장, 박상현 한컴리눅스 사장, 김귀남 아르파넷 사장, 박성기 로지컴 사장, 최인섭 하우스라인 사장, 안남섭 스쿨피아 사장, 박순임 편리한세상 사장, 김용진 샐랩코리아 사장, 오동진 오즈인터미디어 사장, 서범석 호서캐피탈 사장 등이 대표적인 삼성물산 출신 벤처기업가다.

    물산 출신 벤처업계 사람들은 또 프리챌에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사장부터 평사원까지 30여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발히 활동중. 변준석 KTB 경영기획팀장이 커뮤니티 마스터(운영자)를 맡고 있다. 옥션 이금룡 사장과 더불어 김용진 샐랩코리아 사장, 김익환 에스넷시스템 전무, 심종헌 시큐아이닷컴 이사, 조일상 인터넷매트릭스 이사 등이 중심 인물이다.

    삼성전자 출신들은 수적으로는 타 계열사에 전혀 뒤질 것이 없으면서도 크게 알려진 인물이 없어 이채롭다. 이에 대해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사장은 “SDS와 물산 출신들이 전형적인 인터넷기업에 진출해 홍보와 마케팅에 열을 올린 대신, 전자 출신들은 대부분 엔지니어인데다 경력을 살려 기술 중심 벤처기업에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자’출신, 기술중심 벤처로

    삼성전자 출신을 아우르는 핵심인물은 클릭TV 정용빈 사장과 예쓰월드 김동필 사장. 78년에 입사해 99년 상품전략팀장을 끝으로 21년간의 삼성전자 생활을 마친 정사장은 줄곧 국내영업·마케팅·기획 등의 파트에 있으면서 확실한 삼성전자 인맥을 다졌다. 한 해 뒤인 79년에 입사한 김사장은 미국·홍콩 등 주로 해외법인에서 생활한 해외통. 입사 이후 줄곧 해외팀에서 근무하다 97년 그룹 비서실 해외투자 담당으로 파견되면서 그룹 사람들과도 안면을 텄다. 가장 최근에 벤처업계로 나와 삼성전자 출신 벤처업계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의류업체 한섬 계열사 한섬커뮤니케이션 구자익 대표이사 부사장도 전자 출신이다. 구부사장은 오랫동안 삼성전자 브랜드전략팀장을 맡으면서 애니콜, 지펠, 파브, 따로따로, 마이마이 등의 브랜드를 성공시킨 사람. 지난 3월 삼성전자를 떠나 벤처업계에 입성한 구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 벤처기업들에 마케팅 관련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히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권혁 웹플래닛 사장,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 송길섭 그래텍 사장, 신동훈 제이텔 사장, 심윤태 심스밸리 사장, 신민구 한별인터넷 사장, 윤봉수 하이테크미디어 사장,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 정혜영 아이콤피아 사장, 김지윤 트러스콤 사장, 박효대 에스넷시스템 사장, 장효림 서울통신 사장, 최승열 사파미디어 사장, 이지형 IMM창투 사장 등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지난 5월 4일 디지털밸리 원종호 사장은 사이버패트롤 박병일 이사와 만나 에스원 출신 벤처기업가 모임 창립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보안업체라는 특성상 에스원 출신들은 인터넷 보안업계에 많이 포진해 있다. 월드시큐리티 김수창 사장, 쉴드넷 박인호 이사 등이 대표적 인물.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려는 걸 최대한 막으려는 에스원 분위기상 아직까지 수적으로는 그다지 많지 않다.

    MP3업계는 그야말로 삼성 출신 ‘판’이다. 삼성SDI(구 삼성전관) 출신과 삼성그룹연구소 출신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시원테크는 김상국 사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직원이 대부분 삼성SDI 출신이다. 디지털스퀘어 손국일 사장은 삼성전기연구소, 바롬테크 이영준 사장은 삼성중앙연구소, 아이앤씨 김천국 사장은 삼성전자 VTR연구소 엔지니어 경력을 자랑한다. 이외에 삼성카드 출신의 ALLAT 박홍규 사장, 삼성증권 출신의 미래랩 최성민 최고재무담당자(CFO) 등이 소수 계열사 출신 명맥을 지키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룹 벤처투자를 통해서도 다양한 벤처 인맥을 쌓아왔다. 삼성그룹의 벤처투자는 타 그룹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작도 빨랐지만 액수 면에서도 따라올 곳이 없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삼성 벤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그룹 벤처투자의 두 중심은 삼성벤처투자와 삼성물산 벤처투자팀 골든게이트. 다른 계열사들도 저마다 벤처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설립된 삼성벤처투자는 설립 반 년도 채 안 돼 업계 중심으로 떠올랐다. 셀피아에 40억원을 비롯해 그래텍, MMC테크놀로지, 트러스텍, 씨그마테크 등 총 26개 기업에 투자했다. 골든게이트를 중심으로 삼성 네트워크에 편입된 벤처기업들은 시원테크, 오즈인터미디어, 미래랩, 오마이러브, 지인텍, 아미티에, 컴트루테크놀로지, 이원이디에스, 세라캠, 파아란테크, 보고테크 등이다.

    안철수연구소 한국정보인증 시스게이트 컴네트플러스 등은 삼성SDS의 투자를, 이글루시큐리티 니트젠 하우리 넥센 등은 에스원의 투자를, 세종반도체 서울반도체는 삼성전기 투자를 받는 식으로 삼성네트워크 일원이 됐다.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전자의 투자를 동시에 받은 새롬기술 역시 삼성 네트워크의 한 축이다. 새롬기술과 삼성SDS 분사 기업 네이버컴의 합병 발표가 있었을 때 어떤 식으로든 삼성그룹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그룹에 비해 삼성 출신 벤처기업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초기에 인터넷·벤처를 접한 사람 수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은 국내 재벌 중 인터넷과 벤처의 시대가 오리라는 걸 가장 먼저 간파하고 발빠르게 대처한 그룹으로 꼽힌다. 다른 그룹은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부터 삼성은 ‘신사업 개발팀’이나 ‘인터넷 사업팀’을 만들어 인재들을 교육했다. 현재도 인터넷, 벤처 인큐베이팅 실력에서는 따라올 그룹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이니만큼 그룹 내에서 관련 사업에 종사한 사람 역시 여타 그룹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경험이 있는만큼 창업이나 전직을 유혹받기도 쉬웠고 그만큼 많은 인력을 배출할 수 있었다.

    ‘메이드 인 삼성’이라는 보증수표

    둘째, 삼성 출신에 대한 사회의 호의적인 평가다. 일단 삼성 출신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고 들어가는 분위기가 있다는 의미다. ‘삼성맨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얘기.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출신인 전자제품 역경매 사이트 예쓰월드 이상길 이사는 “삼성전자 출신이라고 하면 일단 믿어줬다. 이것이 창업 초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삼성 출신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는 인사·조직을 중시하는 삼성그룹 문화에서 비롯된다. 삼성그룹은 사람을 뽑는 것부터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때문에 일단 삼성에 들어갔다고 하면 기본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인식된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투명한 그룹 문화가 뒷받침된다.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니만큼 구시대 악습에 덜 젖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것. 투명성은 벤처기업에는 큰 강점이 된다. 또 ‘관리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은 관리와 조직을 중시한다. 여기서 삼성 그룹 사람들은 자연스레 조직관리의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엔지니어 출신들이 기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회사가 커지면서 조직관리에 실패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조직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장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삼성맨’으로 불리는 삼성그룹 직원들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바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 공채 동기들의 유대는 육사 동기에 비견될 정도다. 기수간 서열이 분명하고 기수별 모임도 잦다. 입사하자마자 한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조직훈련을 받는 것이 큰 몫을 한다. ‘삼성맨’이 되기 위한 일종의 세뇌교육인 셈. 이런 교육을 함께 받은 사람들이 각 계열사로 흩어져 나가면서 그룹 내에서 다양한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징검다리가 돼준다. 이렇게 쌓은 네트워크가 어떤 식으로든 창업에 도움을 주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에스원 출신 디지털밸리 원종호 사장은 “삼성에서 근무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삼성에서 쌓은 인맥의 도움이 컸음을 시인했다.

    넷째, 창업자금 조달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이다. 창업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삼성SDS 출신의 경우 우리사주 보유 덕분에 창업 자금 조달에 큰 무리가 없었다. 삼성SDS 직원들은 대부분 우리사주를 수백주씩 갖고 있다. 5월 현재 장외시장에서 40만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올 초까지만 해도 주당 100만원을 넘는 고가주였던 삼성SDS 주식을 처분해 창업 초기 자금은 물론 몇 달치 운영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 셀피아 윤용 사장은 “우리사주를 믿고 창업을 생각하는 직원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또 한 가지는 삼성그룹이 일찍부터 벤처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벤처투자 외에도 계열사별로 활발하게 벤처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출신이 운영하는 창투사도 여럿 있다. 역시 삼성물산 근무 경력이 있는 권성문 사장 휘하 KTB에서만도 10여명의 삼성물산 출신 외에 수십명의 삼성그룹 출신이 포진해 있다. 사람과 비즈니스모델만 확실하면 삼성 출신들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 출신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다. 그만큼 그 사람에 대해 확실한 평을 들을 수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투자를 결정하기 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삼성전자 출신 정용빈 사장이 운영하는 클릭TV가 옥션 이금룡 사장의 강력한 추천으로 KTB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삼성 그룹 자체 홍보를 들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그룹측은 자사 출신 벤처기업가들이 언급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사 출신 벤처기업가들이 뜬다는 건 거꾸로 그만큼 좋은 인재가 많이 빠져나갔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왜 핵심 인력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가를 얘기하는 것은 결국 삼성그룹에 그들을 잡아둘 장점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 출신의 벤처업계 장악론이 퍼질 만큼 퍼져버린 지금에 와선 오히려 ‘삼성그룹이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 벤처업계 사관학교 노릇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룹과 관계가 불편해진다며 삼성 얘기를 하지 않으려던 벤처기업가들도 삼성 출신 네트워크를 공공연히 얘기하게 됐고 다른 그룹 출신들에 비해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룹차원 ‘i-삼성멤버십’ 결성

    한편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를 통해 자사 출신 정보통신 분야 벤처인력 모임인 ‘i-삼성멤버십’을 결성할 예정이다. 회사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공동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그룹 재무팀에서 자사 출신 벤처기업인 현황을 파악하고 계열사별로 이들에게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중이다. 삼성 출신 벤처기업가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삼성이 싫어서 떠났다거나 떠난 후 삼성 비판 세력이 됐다”는 인식을 불식하고 삼성그룹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듯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벤처업계에 거대한 삼성제국을 세우려 한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벤처인큐베이팅과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등을 주업무로 하는 별도법인을 설립한 최근의 행보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후문이다.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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