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20대 소비자 이탈 부른 배민의 ‘소탐대실’

[Focus] 배달 수수료 급등→음식값 껑충→배민 탈퇴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4-09-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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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주가 도리어 배민에 배달비 내야 할 판”

    • 중개수수료 인상 발표 후 점주들 배민 이탈

    • 음식값 오르자 20대 소비자 배달 음식 자제

    7월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7월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님모임,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관계자 등이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7월 말 외식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울분 가득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글쓴이는 울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로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배민)이 인상한 배달 중개수수료가 부담스러워 탈퇴했으며 폐업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음식 배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배민은 8월 9일부터 음식점에 부과하는 배달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대폭 올렸다.

    “빚내서 버틸 바에야 폐업하는 게 낫다”

    배민 앱에는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이 존재한다. 배민배달은 배민이 배달을 대행하는 정형률 수수료 부과 요금제이고, 가게배달은 매장에서 고객에게 배달 팁을 받고 직접 배달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앞서 7월 31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클럽’의 무료배달 서비스 대상에 가게배달 식당도 포함하도록 개편했다. 기존엔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는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가입 식당만 배민클럽의 무료배달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배민클럽은 배민의 구독 서비스로 △알뜰배달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 배달비 할인 △커머스 쿠폰팩 등의 혜택을 담고 있다. 이번 변경에 따라 배민클럽 구독 고객은 가게배달 주문 시에도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배민 측이 공지 사항을 통해 ‘사장님이 설정한 배달팁은 배달팁 할인의 방식으로 사장님이 부담하게 된다’고 밝힌 대목이다. 매장에서 배달팁 3000원을 설정해도 배달클럽에 가입한 고객이 이용할 때 이 금액은 전부 점주의 부담이라는 얘기다. 기존에는 점주가 고객으로부터 배달비를 받아왔다. 이제는 되레 점주가 배달비를 배민에 내야 하는 셈인데, 이 배달 수수료가 기존 6.8%에서 9.8%로 인상된 것이다.

    수제 마카롱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의 경우 전체 주문의 80%가량이 배달로 이뤄질 정도로 배달 앱 의존도가 높아 객단가 인상만으로는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만2900원짜리 마카롱 세트(5구)를 하나 팔면 중개수수료·배달료로 5500원을 내는데, 재료비·임차료·공과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000원 남짓이다. A씨는 “배민클럽 참여는 점주들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경쟁 점포는 살아남기 위해 배민클럽에 신청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리 점포는 배민 앱에서 노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익이 줄어들 게 뻔하다. 빚을 내가며 버틸 바에야 폐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놓았다.

    배달 음식 업계 점유율 63%, 지배적 사업자 배민

    A씨 사례는 가맹점주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중개수수료 인상이 폐업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A씨는 생존의 갈림길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전형이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로 장사가 되지 않아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었다. 외식 자영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가 어떻게 사업에서 몰락했는지, 온갖 고생을 감내하며 지켜온 최후의 종잣돈 3000만 원을 어떻게 잃고, 얼마나 절망했을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광주에 사는 자영업자 B씨는 “너무도 흔한 스토리”라며 한숨지었다. 이어 그는 “내 주변 자영업자들 중에도 배민 탈퇴만 안 했지 실상은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7월 20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이 7월 10일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중개수수료 인상안을 발표한 후 배민사장님 앱(배민에 가입한 점주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이탈하는 점주가 부쩍 늘었다. 배민사장님 앱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7월 2주차 기준 1457만465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보다 3.6%가 감소한 수치로 올해 가장 낮은 기록이다. 특히 20대 점주의 탈퇴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배민사장님 앱을 쓰는 20대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전체의 35%로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7월 둘째 주에는 전주보다 7%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배민과 같은 배달 앱이 대중화한 지 벌써 14년째. 자영업자들이 ‘기회의 땅’ 배달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배민에는 배민배달(배민에서 직접 운영하는 배달 파트너가 음식을 배달하며 건당 정액 수수료를 부과하는 서비스)과 가게배달(매장에서 고객에게 배달 팁을 받고 직접 배달하거나 다른 배달 파트너에게 배달을 대행하도록 하는 서비스)을 합쳐 국내 배달 앱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인 총 32만여 개의 식당이 입점해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부터 지방의 1인 매장까지 배민 앱에 의존할 정도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6월 기준 배달 앱 시장점유율은 배민이 63%, 쿠팡이츠 20%, 요기요 16% 수준이다. 배민 월간 사용자 수는 2170만 명 수준이다.

    앞서 배민은 “배민클럽을 통해 가게배달 식당의 성장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배민에 따르면 배민클럽 가게는 그동안 배민클럽 고객 주문을 통해 주문량이 29% 증가하는 성장 효과를 보였다. 배민 측은 중개수수료 인상 논란과 관련해 “중개수수료가 인상됐으나 업주 부담 배달비가 인하됐기에 중개수수료, 배달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달의민족 중개수수료 9.8%는 경쟁사인 쿠팡이츠(9.8%), 요기요(9.7%)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이유는 배민이 60%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배달 음식 업계의 지배적 사업자라는 데 있다. 더욱이 적자를 기록하는 경쟁사와 달리 배민은 2023년에만 6998억 원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엔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민 인수 후 처음으로 400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가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23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별관에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했다. [뉴시스]

    시장 지배자 의해 소비자 권익 제한 우려

    서울에서 국밥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이에 대해 “배민이 입점업체의 중개수수료 인상과 점주에게 배달비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기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 80%가 월세 걱정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중 수백 명가량이 자기 월급조차 제대로 못 가져가는 수준이다. 그런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배달 앱의 중개수수료가 대거 올라 당혹스럽다. 임차료와 인건비가 올라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점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품 메뉴를 세트 메뉴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객단가를 인상하는 것뿐이다.”

    중개수수료 인상안 발표로 인해 배달 음식 가격이 ‘도미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민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주 2회 이상 배달 음식을 애용하는 20대 자취생 한소라 씨는 “중개수수료가 오르자 외식업주들의 부담이 커져 배달 음식 가격이 1000~1500원씩 올랐다. 지금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더 비싸지면 배달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소비자 이탈로 인해 배민 앱 주간 사용자가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7월 2주차 배달의민족 앱 주간 활성 이용자 수는 전주 대비 3.6% 감소한 1457만4658명으로 집계됐다(모바일인덱스). 특히 20대 이용자 수가 약 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배민 사용자 전체의 35%를 차지한다. 자영업자들이 중개수수료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음식 가격을 올리자 이로 인해 20대 소비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배달 음식을 자제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 특성상 독과점 사업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행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실상 배민은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서 압도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라며 “이런 상황에선 소비자의 권익이 제한될 여지가 크므로 정부가 공정 경쟁과 소비자 권익 보호 관점에서 주시해야 한다”고 정부당국의 엄정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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