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호

“나는 ‘서울 자가 김부장’이 가장 부럽다”

[Special Report② | 아! 부동산…2030은 왜 분노하는가] 정부의 대출 규제, 망설이다 깨져버린 내 집 마련 꿈

  • 서울 전세살이 직장인 김모(33) 씨

    입력2025-12-0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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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뉴스1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포스터. 뉴스1

    “우리 둘 다 남들이 다 이름 아는 회사에 다니는데 왜 우린 서울에 집이 없을까.”

    아내가 TV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광고를 보여주며 물었다. 농담처럼 “그러게, 상황이 도와주질 않네”라고 얼버무렸지만 마음 한 켠이 답답해졌다. 결혼 이후 5년간 단 한 번도 큰 사치하지 않고 돈을 모아왔지만 아직 서울 자가 마련은 먼 꿈이다. 

    물론 처음 신혼집을 생각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나아지긴 했다. 

    3년 전 처음 신혼살림을 차린 곳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빌라였다. 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둘이 모은 돈은 2억 원 남짓. 조금 무리해 빚을 낸다면 아파트 전세도 노려볼 수 있었으나 이자가 아까웠다. 그 돈을 모아 더 빨리 내 집 마련을 하자며 아내와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신혼여행 이후 해외여행 단 한 번 가지 않으며 돈을 모았다. 10년 넘게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퇴근 후에는 아내와 재테크 공부를 하며 자산을 불렸다. 그 와중에 아이가 생겼다. 가지고 있던 돈을 털고 빚을 내 서울 끝자락에 전세 아파트를 하나 구했다. 차도 한 대 샀다. 그나마도 돈을 아끼겠다고 10년이 넘은 오래된 중고차를 샀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는 돈 모으는 속도보다 빨랐다

    예상외 지출이 있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은 이뤄지는 듯 보였다. 지난해 여름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 집주인이 집을 내놓겠다며 전화가 왔다. 모아놓은 돈을 전부 추가금으로 내고 빚을 조금만 더 추가로 일으키면 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집주인은 “전세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으니 모아놓은 돈이 있다면 이 집을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인 데다 서울 중심부에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아내와 나는 조금만 더 돈을 모아보자며 집주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집주인이 집을 내놓고 석 달 만에 집이 팔렸다. 새 집주인은 군인이었다. 직업군인이 아니라 의무복무를 하고 있는 스무 살 남짓의 군인 말이다. 부동산 중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 집주인의 할아버지가 손자가 군대에서 고생한다며 용돈을 줬는데, 그 돈이 꽤 컸던 모양이었다. 새 집주인의 부모가 어차피 군에 있을 테니 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아들에게 권고했고,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우리가 살던 집을 사들였다. 우리가 2년간 열심히 모아온 돈이 누군가에게는 용돈 정도의 금액이라는 게 놀라웠다. 

    우리보다는 젊은 집주인이 똑똑했다. 집 매매 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가 전세로 살던 아파트의 가격이 1억 원 이상 올랐다. 그사이 우리 부부가 모은 돈은 500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는 우리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빨랐다. 그제야 ‘지난해 집을 살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사들일 수조차 없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최대 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줄었다. 이 집을 사기에는 돈이 부족하다. 아내가 보여준 TV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광고에는 “대기업에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다 있는데 가만 보니 내가 없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과연 우리 부부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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