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명의신탁 약정 효력은 원칙적으로 무효
관행에 따른 종중 보유 부동산명의신탁은 유효
‘양자간명의신탁’ ‘중간생략형 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
소송 제기 전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 반드시 해둬야

부부간의 부동산명의신탁은 부동산 실명법상 유효하다. 다만 법률상 배우자에 한하고, 사실혼일 땐 인정되지 않는다. Gettyimage
부동산등기 제도를 악용한 이 같은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 정상화와 가격 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 실명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부동산 실명법은 금융실명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부동산 실명법에 따른 부동산명의신탁의 효력은 어떠한지, 명의신탁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부동산 실명법’에 따른 명의신탁의 효력
우선 부동산명의신탁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명의신탁이란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대내적으로 소유권을 유보해 두고 당사자 간의 계약에 의해 실질적으로 그의 소유에 속하는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실체적인 거래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매매 등의 형식으로 이전하여 두는 것’을 말한다. 다만 △채무 변제를 담보하기 위해 채권자가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이전받거나 가등기하는 경우(양도담보와 가등기담보), △부동산의 위치와 면적을 특정해 2인 이상이 구분소유하기로 약정하고 그 구분소유자의 공유로 등기하는 상호명의신탁의 경우, △신탁법상 신탁재산을 등기하는 경우는 제외된다.부동산 실명법에 따르면 부동산명의신탁 약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그 약정에 따라 이뤄진 등기 역시 무효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명의신탁이 유효한 경우가 있는데, 종중(宗中)과 배우자에 대한 특례 규정이 그것이다.
종중의 경우 실제로는 종중 땅임에도 불구하고 문중의 대표자나 그 밖에 종중이 아닌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종중은 원래 의미의 종중을 말하며, 종중과 유사한 비법인 사단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 과거엔 종중에 대한 권리관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고, 그 결과 종중 명의의 땅을 종중의 대표자 개인 명의로 하거나 그 밖에 종중에 속한 개인 명의로 등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와 같이 실제 소유자인 종중과 등기명의인이 불일치하게 된 것은 부동산등기 제도를 악용하기 위한 투기·탈세 목적이라기보다 단순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무효로 하는 건 실질적인 입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관행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 또한 명의신탁을 무효화함으로써 또 다른 분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실명법은 조세 포탈, 강제집행의 면탈, 법령상 제한의 회피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종중 보유 부동산의 소유권을 종중이 아닌 자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 그 명의신탁이 유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부부간에도 부부 중 한 명이 실질적인 소유권자인데 그 등기를 배우자 명의로 한다고 하더라도 부부간 명의신탁 역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 주의할 것은 이 특례가 적용되는 건 법률상 배우자에 한정되고, 사실혼일 땐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의수탁자가 악의적 의도로 몰래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실제 소유자는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볼 수 있다. Gettyimage
부동산명의신탁의 세 가지 유형
그런데 명의신탁 약정과 그 약정에 기한 등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등기명의인으로부터 새롭게 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에겐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대항할 수 없다. 즉 실제 소유자(명의신탁자)와 등기명의인(명의수탁자) 사이에선 여전히 명의신탁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데, 명의수탁자가 세월이 흘러 당초 약속과 달리 변심해 실제 소유자 몰래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때 실제 소유자는 제3자에게 명의신탁을 이유로 처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이는 부동산등기 공시제도의 원칙상 거래 안전과 제3자 보호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명의수탁자가 악의적 의도로 변심해 본인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을 실제 소유자 몰래 처분하는 경우 실제 소유자는 막대한 재산권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을 타인 이름으로 등기할 경우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함부로 명의신탁을 이용해선 안 된다.
부동산명의신탁과 관련한 분쟁을 올바르게 해결하려면 먼저 해당 사례의 쟁점이 되는 부동산명의신탁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부동산명의신탁의 유형은 크게 ‘양자간명의신탁’ ‘중간생략형 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 세 가지로 나뉜다.
양자간명의신탁은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타인 명의를 빌려 그 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등기하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말한다. 중간생략형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은 3자 간에 행해지는데, 부동산을 매수할 때 매매계약은 실제 매수인인 본인이 하고 대신 등기만 곧바로 타인으로 하는 게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이다. 이와 달리 애초부터 매수 자금을 타인에게 주고 타인이 직접 계약까지 해 등기하도록 하는 건 계약명의신탁이다.
각 유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을 해지하고 부동산 소유권을 되찾아 오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부동산 자체를 되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금전으로만 보상받아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므로 사례 해결을 위해선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 기본 형태인 양자간명의신탁과 달리 중간생략형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등장인물이 다양하고 사안에 따른 권리관계가 복잡해 권리구제 방식이 그리 간단치 않다.
소송 땐 명의신탁 관련 증거 확보가 필수
명의신탁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은 방대하므로 일일이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 그 다양한 쟁점 중 실제 소유자인 명의신탁자가 현재 등기명의인인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을 되찾아 오는 방법에 관해서 얼마 전 필자가 수행한 소송을 소개할까 한다. 사건 의뢰인은 종중으로서, 종중이 실제 소유한 선산 토지가 등기명의인에게 명의신탁돼 있는데 이를 되찾아 줄 것을 요청했다.이 사건은 명의수탁자인 등기명의인이 변심해 악의적으로 제3자에게 선산 토지를 처분한 사례가 아니고, 세월이 흘러 등기명의인이 사망함에 따라 상속을 수차례 거듭하게 된 경우다. 다수의 상속인별로 지분이 쪼개져 그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됐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식으로 종중 총회를 거쳐 종중 명의로 선산 토지의 소유권을 되찾고자 한 것이다.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되찾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주인임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그 정황을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 법제상 부동산등기부는 추정력이 인정된다. 이러한 추정력을 복멸(覆滅·추정이나 추정된 사실을 뒤집는다는 뜻)하고 등기명의인이 아닌 실제 소유자가 스스로 주인임을 입증하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명의신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이 명확히 담긴 계약서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당사자 간에 명의신탁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명의신탁과 관련한 제반 증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재산세 납부증명서, 금융거래 내역, 문자메시지, 관련자 진술·증언 등이 증거가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수십 년간 이어온 종중 회의록, 종중 족보의 구조, 재산세 납부 내역, 자금의 흐름, 현장 사진, 관련자 진술 등을 활용해 실제 소유자가 종중임을 어렵게 입증한 끝에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아냈다.
제3자에게 부동산 처분하면 소유권 주장 못 해
명의신탁된 부동산을 되찾아 오는 소송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그 이전에 등기명의인인 명의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을 새로운 제3자에게 팔거나 처분해 버린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3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자연히 실제 소유자는 제3자를 상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실제 소유자가 추후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부동산을 되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이를 막기 위해 이용되는 것이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이다.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은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하는 안전장치로서,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을 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부동산명의신탁은 종중, 배우자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동산 실명법에 따라 무효일 뿐만 아니라, 명의수탁자가 악의적 의도로 몰래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실제 소유자는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부동산 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및 형사처벌의 위험성도 있으므로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한 법률적 쟁점을 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명의신탁 관련 분쟁에 휘말린 경우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명의신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1978년 출생
●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국세심사위원회 전문위원
●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공제조합 법률자문
● 現 HS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