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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법원 재판 핵심 쟁점 4가지

  • 조광현 아시아타임즈 기자 ckh@asiatime.co.kr

    입력2024-06-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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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산분할 1조3800억 원 판결, 역대 최대 규모

    • 김옥숙 보관해 온 약속어음·비자금 메모, 핵심 증거로 채택

    • 법조계 “구체적 물증 없이 핵심 증거 채택 이례적”

    • 불명확한 자금출처·특수관계인 기여도·재산분할 대상‧SK㈜ 주가 상승 기여도, 4大 쟁점

    • 崔 “SK㈜ 주식=승계상속형 재산”… 재판부 “결론은 그대로”

    • 재산분할 대상 ‘2017년 취득 SK실트론 주식’도 논쟁거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을 선고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하면서,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 다만, 1심과 비교해 정반대의 판결이 나온 만큼 법률 전문가들은 기여도와 자금 출처 등을 두고 대법원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고등법원 가사 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5월 30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해 약 4조 원에 달하는 두 사람의 합계 재산 중 35%를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최 회장은 1조380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한다.

    ‘비자금 기재한 메모’ 증거로 채택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5월 30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두 사람은 출석하지 않았다. [뉴시스]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5월 30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두 사람은 출석하지 않았다. [뉴시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에서 제시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과 비자금 메모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인정한 것이다.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 두 건에 따르면 ‘1998년 4월 1일 현재 선경 300억 원, 최 실장 2억 원, 최 상무 32억 원, 노재우 251억+90억 원’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999년 2월 12일 현재라고 적힌 또 하나의 메모에는 ‘선경 300억 원, 최 서방 32억 원, 노 회장 150억 원, 신 회장 100억 원’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 1일과 1999년 2월 12일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항소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과 함께 노 전 대통령 자금이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노 관장에 대한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활동 기여도를 인정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건네는 대신 최 회장은 담보로 선경건설 명의 어음을 전달했고,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요구하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고 항변했다. 메모 속 ‘선경 300억 원’의 의미는 통상 약속어음의 경우 발행인(선경그룹)의 소지인(노태우)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받았다는 증거’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최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해(1988)에 30억 원을 준비해 갔는데 노 전 대통령은 “사돈끼리 돈을 주고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물리쳤다고 진술했다.

    쟁점으로 떠오른 ‘자금 출처와 기여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 법률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가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항소심 재판부가 일단 노 관장이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활동에 기여했다고 판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법조계 안팎의 의견은 분분하다. 구체적 물증 없이 일방의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을 핵심 증거로 법원이 판단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가사소송인 만큼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있으며 ‘자금의 출처와 기여도 판단 부분’이 향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기여도라는 게 재산의 형성·유지에 대한 이혼 당사자의 행위를 따지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부모’라는 특수관계인까지 고려했기 때문이다.

    자금 출처 역시 논란거리로 꼽힌다. 메모·약속어음에서 드러난 자금이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지 등 출처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공소시효 만료로 출처 등에 수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를 ‘정상적인 돈’으로 인정했으나 향후 법률적 논란의 한가운데 설 수 있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금이 만들어지고 전달된 경로가 불명확하고, 돈 자체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유입됐다는 점에서 향후 기여도 산정 등에서 법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향후 대법원이 내릴 결정에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SK㈜ 주가 상승분에 대한 기여도 역시 쟁점이다. 최태원 회장은 6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의 전신인 대한텔레콤 주가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과대평가 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대한텔레콤 주당 가치를 계산할 때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액면분할한 것을 반영하지 않아 기여도 계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당초 재판부는 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최 회장의 기여도가 355배,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12.5배라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 주장대로 오류를 바로잡으면 최 회장 기여도는 35.5배,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로 뒤바뀐다. 이 경우 “SK㈜ 주당 가치는 최 선대회장 경영 시기에 올랐기에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인 부부공동재산이 아니라 상속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최 회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기자회견 직후 재판부가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반영해 최 회장 기여분을 355배에서 35.6배로 경정(更正‧수정)했으나 단순 오기로 보고, 재산분할 규모는 바꾸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판결의 실질적 내용을 새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의 단순 경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2심 재판부의 경정 결정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경정 부분이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하면 재산분할 규모는 달라질 수도 있다.

    SK그룹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과거 정부의 특혜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선경(현 SK)에 인수된 것은 1994년으로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고 이듬해의 일이다.

    김영삼 정부는 1993년 12월 통신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통신이 보유한 한국이동통신 지분 약 45%를 매각해 민영화하며,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합회) 주도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투 트랙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고, 정부가 사업권을 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혜 시비’를 우려했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를 했다. 대중의 인식 속에 ‘특혜 논란’이 상기되는 건 1992년 선경의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이후 반납 과정 때문이다.

    1992년 정부가 통신 경쟁 체제 구축을 위해 ‘제2이동통신’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선경은 약 20만 쪽 분량의 자료를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참가했다. 정부도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선경의 참여가 예상되자 어느 때보다 공정성에 초점을 뒀다. 당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교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 40여 명이 외부와 단절한 채 한 달 반 동안 합숙하며, 심사를 진행했으며 각 회사별 심사점수표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며 과정 또한 투명하게 진행했다.

    선경은 1, 2차 심사 모두 정당한 절차를 거쳐 코오롱, 포항제철 등 다른 사업자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야당발(發) 특혜 시비와 차기 대선을 의식한 김영삼 여당 대표의 강한 반발로 결국 사업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두 차례 국회 조사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된다.

    노태우 대통령은 2011년 ‘노태우 회고록’에서도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체신부 장관에게 모든 걸 일임하고 청와대는 관여하지 말라. 분명히 말하지만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수 끝에 따낸 제2이동통신 사업권

    결과를 따져볼 때 선경은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라는 꼬리표 탓에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했으며, 이후에도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하게 되며 사업적 큰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1992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이후 선경의 사업권 반납 과정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이동전화사업에 대한 권고’라는 제목의 비공개 문건을 보내 “통신사업권을 자진 포기해 (국론이 분열된) 현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라”고 선경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대통령비서실은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허가했지만 대통령과 특수관계임을 이유로 정치권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국론을 조속히 통일하고, 정치사회 안전을 이룩하기 위해 협조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이후 선경은 1994년 1월 24~25일 이틀간 열린 ‘한국이동통신 공개 경쟁입찰’에 참여해 지분 23%를 약 4271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289개의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주당 8만 원이던 주식을 시세의 4배인 주당 33만5000원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높은 금액으로 평가됐다. 예상 가격보다 1500억 원 이상 비쌌기 때문이다. 고가 논란이 계속되자 최종현 선대회장은 “우리는 미래를 샀다”며 내부 구성원을 다독였다.

    1994년 인수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간 정치 밀월 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시점이었기에 인수 과정에서 ‘특혜 논란’ 역시 제기되지 않았다.

    특히 선경은 노태우 대통령 취임 및 최태원 회장의 결혼보다 한참 전인 1980년대 초부터 이동통신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준비했다. 처음 전담 조직이 생긴 건 1984년으로, 선경은 미국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만들고 US셀룰러에 100만 달러 투자와 선경 직원 50명을 파견해 훈련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 유크로닉스, 한국에 선경정보시스템, YC&C 등 관련 회사를 설립한 후 1991년 4월 선경텔레콤(대한텔레콤)을 설립했다.

    최종현 회장은 1992년 신년사를 통해 “10여 년 전부터 어떤 사업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해 왔으며, 정보통신산업을 그룹의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선경에 인수된 한국이동통신은 이후 SK텔레콤으로 사명을 바꾸고, CDMA(2세대 이동통신) 개발 신화를 통해 외국산 중심이던 통신장비를 국산화했다. 다양한 고객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며, 전 국민이 최고 품질의 이동통신을 쓰는 시대를 앞당긴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권력자와 특수관계인 기업일수록 외부의 민감한 시선을 받는 만큼 더욱 투명하고, 정직하게 경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 성장 과정이 왜곡된다면 결국 피해는 기업, 임직원, 주주 등에 전가될 것이므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바로잡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다”고 말했다.

    재산분할 대상 범위 어디까지인가

    여기에 재산분할 대상의 범위 중 SK㈜ 주식과 SK실트론, 그리고 친족에 증여한 주식까지 포함해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가 산정한 최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SK㈜ 주식이다. 우선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2조760억 원으로 평가했고, 이외에 2017년 취득한 SK실트론 주식을 7500억 원 가치의 자산으로 포함했다. 또 2018년 최 회장이 친족 23명에게 증여한 ㈜SK 지분(약 1조 원)도 분할 대상으로 봤다. 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의 포함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 측은 “SK실트론 주식과 관련해 혼인 관계가 파탄 난 이후 형성된 재산이기 때문에 노 관장 측이 지분 인수나 유지 등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으므로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최 회장의 특유재산인 SK㈜ 주식을 담보로 빌린 돈으로 투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했는데, 2017년으로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투자 건에 대해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친족들에게 증여한 재산 역시 최 회장 측은 “특유재산이기 때문에 분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다. 특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양보해 준 친족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증여한 성격이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분할 대상으로 본 이번 판결이 타당한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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