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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兵馬俑1만 궁녀의 주지육림을 지키다

‘진시황의 나라’ 시안(西安)

7천 兵馬俑1만 궁녀의 주지육림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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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가는 출중한 검객이었으나 검의 사용법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 검법을 어디에,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사 전광(田光)을 만났고, 전광은 그를 연(燕)나라 태자 단(丹)에게 천거했다.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간신히 도망쳐 나왔기에 진왕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불탔던 태자는 형가에게 진왕을 죽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형가는 이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흔쾌히 “물론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전광은 국가 대사의 기밀이 누설되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야만 태자가 형가를 완전히 믿고 그 일을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진정한 검객이었다.

철통 같은 호위를 받고 있는 진왕을 해치우려면 그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필수조건. 그렇게 하려면 왕을 공개적으로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했다. 그때 형가의 머리 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진왕이 호시탐탐 노리는 독항(督亢)이란 지역의 지도, 그리고 왕의 진노를 사서 연나라로 도망쳐 1만의 식읍(토지)과 황금 1000근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 번어기(樊於期)의 목을 가져왔다고 하면 진왕은 기꺼이 나를 만나줄 것이고, 그 틈을 보아 왼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을 찌르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태자는 번어기의 목에 대해선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를 본 번어기는 태자의 고민을 읽고 “형가가 진왕을 때려잡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내 목을 내놓겠다”며 그 즉시 칼을 뽑아 자기 목을 쳤다. 그리하여 형가는 그 두 가지 선물을 갖고 진나라로 향했다.

문제는 칼을 어떻게 숨기느냐 하는 것. 진왕을 만나려면 조그마한 칼도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 끝에 지도 속에 칼을 숨기기로 했다. 진왕은 번어기의 목을 가져왔다는 말에 크게 기뻐하며 형가 일행을 왕궁으로 불러들였다. 사마천은 당시를 이렇게 기술했다.



“진왕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 끝에서 비수가 나왔다. 형가는 오른손으로 칼을 잡고 진왕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칼이 몸에 닿지 않았는지 진왕은 몸을 뒤로 빼내 일어났다. 그러고는 곧 칼집을 잡았다. 하지만 칼은 쉽게 뽑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달아나야 했는데, 형가가 그를 뒤쫓았다. 진왕은 기둥을 돌며 형가의 칼을 피했다.”

옥좌 아래에는 무장한 근위병들이 있었지만, 왕의 허락 없이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게 진나라의 법이었다. 왕은 왕대로 이리저리 황급히 피하느라 근위병에게 명령할 겨를이 없었다. 근위병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근위병들은 고함을 질렀다. “대왕께선 칼집을 등 뒤로 돌리고 칼을 후리쳐 뽑으십시오!”라고.

그 말을 듣고서야 칼을 뽑은 진왕은 형가를 향해 곧장 내리쳤고, 형가는 쓰러졌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들고 있던 비수를 진왕을 향해 던진 것이다. 그러나 칼은 진왕의 귀를 스쳤을 뿐이다.

“아깝고 아까운 일이로다! 너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 내가 오늘 일을 그르친 것은 내 검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나는 다만 너를 사로잡아 위협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 어쩌랴,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거늘!”

빈손으로 쓰러진 형가의 마지막 외침이 드넓은 궁전에 울렸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진왕의 본명은 영정(瀛政). 부왕 장양왕(莊襄王)이 재위 3년 만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12세의 나이로 제위에 오른 그는 22세 때 성년식을 갖고 친정(親政)에 들어가 재위 26년째인 기원전 221년, 꿈에 그리던 천하통일을 이룩하고 스스로 황제가 된 인물이다. ‘진시황제(秦始皇帝)’라 일컫는 이가 바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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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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