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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등록금 스트레스 극심 평생 ‘잃어버린 세대’ 될 수도

한국·남유럽·미국 대학생의 고통 지수

취업난-등록금 스트레스 극심 평생 ‘잃어버린 세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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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경제위기로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20대 대학생과 대학 졸업자가 체감하는 고통의 정도는 훨씬 크다고 한다.
  • 남유럽, 미국, 한국 대학생이 어느 정도 고통을 겪고 있는지 살펴봤다.
취업난-등록금 스트레스 극심 평생 ‘잃어버린 세대’ 될 수도

6월 9일 스페인 말라가 지역 대학생들이 교육예산 삭감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등록금을 줄여달라!” “일자리를 달라!”

대학생들이 소리치고 있다. 거리로 나와 이렇게 외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대학생들은 이념과 정의를 위해 싸웠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운다. 그만큼 사는 것 자체가 절박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 세대 전 대학생이던 지금의 기성세대는 할 말을 잃는다. 우리는 대체 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줬단 말인가? 우리가 그토록 목청껏 외치며 쟁취하고자 했던 미래가 겨우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을 던지게 된다.

네마트 샤픽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의 지적처럼 청년실업을 해결할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날지 모른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 정상회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장 친화적 재정 건전화’ 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청년실업 해소에 중점을 둔 고용 친화적 성장 정책을 다시 수립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회원국은 기업이나 노조를 비롯한 사회적 파트너와 협력해 ‘행동하는 청년 협약’을 맺게 된다. 대학생들에게 졸업 4개월 전에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또는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년들이 3일 내에 창업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담 팀이 창업을 돕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축구 절대 지면 안 된다”

취업난-등록금 스트레스 극심 평생 ‘잃어버린 세대’ 될 수도

4월 25일 미국 뉴욕에서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부담에 항의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그러나 유럽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7월 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12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8%가 우리 청소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실업과 고용불안정에 따른 성인기 이행 지연을 꼽았다. 도대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2011년 말 현재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6%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16% 정도라는 점과 비교할 때 겉으로 보기에는 양호하다. 지난 5월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8% 정도로 낮아졌다.

문제는 이 수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 있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말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률은 23.1%에 불과하다. 실업률이 유럽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 반해 고용률도 낮은 것이다. 청년실업이 유럽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스페인의 24.1%보다도 더 낮다. 실업률과 고용률 사이의 이런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제활동을 아예 포기한 청년이나 불완전 취업자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대경제사회연구원 보고서(2011년 11월)가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는 ‘광의의 사실상 청년 실업자’를 규정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15~29세 청년 가운데 실업자,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구직 단념자, 취업 준비자, 취업 의사도 없고 가사나 육아도 담당하지 않는 취업 무관심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기준으로 할 때 우리나라의 체감 청년 실업률은 22.1%라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인구수로는 약 110만100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청년 실업률을 가능한 한 낮게 잡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상황은 사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유럽연합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 실업률은 지난 5월 11.1%였다.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유로존 실업자 1760만 명 가운데 19.3% 해당하는 340만 명이 청년층이다. 유로존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평균 22.6%에 달한다.

독일로, 남미로, 제3세계로…

남유럽 국가는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52.1%에 달한다. 포르투갈이 36.4%, 이탈리아가 36.2%, 아일랜드가 28.5% 선이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이 지난해 말 49%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 상승 기세도 두려울 정도다. 그나마 경제 사정이 좋은 프랑스와 핀란드의 청년 실업률도 20% 전후다. 들리는 바로는 체감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한다. 남유럽 대학생 중 상당수는 아예 취업을 포기하거나 직업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유로2012에 나서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은 “나라가 어려울 때 축구에서 지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우승한 뒤 마드리드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스페인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와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축구는 이 나라의 자존심. 그러나 다음 날부터 고달픈 일상이 반복된다. 국채 금리는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부분의 청년은 박사학위를 받고도 택시기사로 나서야 하는 지독히 불운한 시대를 살아야 한다. 한국에 88만 원 세대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1000유로 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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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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