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호

미국 입학사정관제

“점수는 컴퓨터가 계산해도 마지막 결정은 사람의 몫”

  • 양성관│건국대 사범대 교수 just4kid@konkuk.ac.kr │

    입력2009-07-30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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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본격 확산되면서 오래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해온 미국 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입학사정관제 워크숍에 참석한 양성관 건국대 입학사정관 실장의 현지 취재기를 싣는다. ‘편집자’
    미국 입학사정관제
    2009년 6월21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미국 보스턴에 있는 더블트리 호텔에서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들과 고등학교의 진학담당교사(college counselor)를 위한 ‘대입전형에 대한 하버드대 하계 워크숍’이 시작됐다.

    올해로 49회를 맞은 이 워크숍은 하버드대와 칼리지보드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오랜 경력을 지닌 강사들의 대학입학 관련 강의, 토론, 사례발표 및 하버드대 입학처 방문 등의 프로그램이 일주일간 진행됐다. 올해는 특히 참가자 150여 명 중 한국에서 온 입학사정관이 16명이나 돼 다른 나라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5박6일간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에는 미국의 대학입학 결정방법, 고교 차원의 대학진학 상담, 추천서 작성법, 한국의 수능시험과 유사한 SAT 또는 ACT 시험이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국식 입학사정관 전형이 가지는 윤리적 성격, 입학결정 외에 등록, 장학지원, 그리고 입학사정관실 운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하버드대에서 실제 지원자 입학자료를 모든 참가자에게 나누어주고 그 지원자를 합격시킬지 말지에 대해 토론한 뒤 투표를 통해 합격자를 결정한 다음, 프로그램 마지막 날 하버드대 입학처장이 실제 그 학생들이 합격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시간도 있었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진행되는 입학사정관식 전형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하버드대 워크숍에서 제시된 지원자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지원자 막스 브라이트(가명)의 지원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원자의 출신고교, 그 지역의 특성, 인종, 부모의 직업과 학력, 가족사항 등에 대한 정보가 간단히 나온 다음 지원학과와 희망직업, 그리고 특별활동에 대해 열정을 갖고 준비한 정도를 1~5점 척도로 표시해 놓고 있었다. 학력수준은 고교 전체 석차, SAT 성적을 통해 판단한다.

    그 다음 구체적 특별활동 내역, 수상경력과 아울러 고교에서 이수한 과목 가운데 대학수준에 해당하는 과목(AP, IB 과목 등)을 몇 과목 수강했고, 그 과목 성적은 어땠는지를 보고 지원자 수준을 가늠한다.

    다음으로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 그리고 지원자가 다닌 고교의 대학진학상담교사가 작성한 추천 내용과 지원자의 성적표, 지원자가 다닌 고교의 특성, 2명의 교사 추천서, 하버드대 졸업생이 지원자를 직접 면접한 뒤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격과 불합격을 가린다.

    미국 입학사정관제, 출발은 유대인 차별

    이 같은 미국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에 대해 한국 대입상황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성적은 몇 % 반영하는가 △주관적 판단이 많이 작용하는데 전형 절차가 공정한가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가 등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숫자로 나타나는 객관적인 학업성적 이외의 자료들을 저렇게 복잡하게 대입전형에서 고려하게 됐을까.

    미국 입학사정관제의 출발은 뜻밖에도 ‘인종차별적 요소’가 강하다. 사회학자인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롬 카라벨 교수는 20세기 초 미국 대학에서 학업성적이 뛰어난 유대계 학생들의 입학이 급증하자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입전형에 주관적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주장은 아이비리그 대학 전형과정을 집중 추적한 대니얼 골든의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교통의 발전, 공교육 개선, 유럽으로부터 이민 증가 등으로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 유대인 학생의 입학 비율이 높아졌다. 하버드대의 경우 유대인 비율이 1900년 7%이던 것이 1922년에는 21.5%로 높아졌다. 컬럼비아대도 1918년에 40%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인종차별적 성격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유대인 학생의 입학률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입학사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1922년 다트머스대는 학업성적뿐만 아니라 인성, 운동실력, 지역배분 등의 기준을 대입 전형요소에 포함시켰다. 대입 결정에 주관적 요소인 개인적 성향이나 리더십, 그리고 지원자의 개인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됨에 따라 대학은 원하는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예일대는 동문 자녀가 1931년 21.4% 정도이던 것이 1936년에는 29.6%로 증가한 반면, 입학생 중 유대인 비율은 1927년 13.3%에서 1934년 8.2%로 줄어들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대학입학제도는 ‘업적’ 개념 중시에서 ‘다양성’ ‘통합’ 개념 중시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된 정책적 표현이 바로 대학입학에서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다. 1978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할당제를 도입해 특정 인종의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만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 증대를 위해 신입생 선발이나 장학생 선발, 그리고 교원 충원시에 인종을 심사 요건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소수인종이나 여학생에 대한 우대정책이 고등교육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매년 얼마나 다양한 인종의 대학신입생이 선발됐는지가 중요한 관심거리가 됐다.

    미국 입학사정관제

    컬럼비아대 캠퍼스.

    미국 입학사정관 전형의 방법

    미국의 대입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아마 지원자의 학업성적 외에 다양한 정보를 점수로 합산하지 않고 종합적, 총체적, 주관적으로 판단해 당락을 결정한다는 의미의 ‘개별적 검토(individualized review)’일 것이다. 이런 점은 하버드대 입학사정관 워크숍에서도, 필자가 미국 방문 당시 만났던 매사추세츠공대(MIT) 입학사정관의 설명에서도 확인됐다. 미국은 주립대학과 사립대학,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 특수목적 대학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사항은 모든 대학이 지원자의 교과·비교과 성적 및 활동, 지원자의 개인적 특성과 경험, 학업에 대한 열정, 지원자가 나온 학교의 특성과 지역 환경 특성 등을 개별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이다.

    미국 대학이 어떻게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분석해보자.

    #사례1

    이 대학의 경쟁률은 매우 높아 약 1만5000명의 학생이 지원했고, 개별 지원자의 파일은 입학사정관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에 제공됐다. 각각의 팀은 한 명의 숙달된 입학사정관과 한 명의 신입 입학사정관이나 대학원생, 또는 임시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돼있다.

    각 지원자의 파일은 학생이 지원한 학과에서 평가했다. 각각의 지원자는 다음의 세 가지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평가됐다. 학업 성적, 의사소통 능력(지원자의 에세이와 단답형 질문들에 대한 대답, 교사와 진학상담교사의 추천내용을 고려함), 성격/리더십/추진력. 가이드라인은 학업 성적의 경우 전체의 약 60%, 의사소통과 성격은 각각 20%를 반영하라고 규정했다.

    이처럼 전형요소별 가중치를 두는 것은 입학사정관들이 일관성 있게 평가하는 것을 돕고 모든 지원자를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지, 자동적으로 합산돼 전체적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니다. 대신 모든 파일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입학사정관은 이러한 검토에 근거한 종합적 평가점수를 정한다. 종합 평가는 1~5점까지 있으며, 1점이 최고점수다.

    만약 두 명의 입학사정관이 모두 종합 평가에 동의한다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1점과 2점을 받은 학생들은 입학을 허락하며, 3점을 받은 지원자들은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유보한다. 4점은 대기자 명단에 올리거나 입학이 거절되며, 5점은 입학을 거절당한다. 만약 입학사정관 두 명 중 한 명이 종합평가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지원자의 파일은 입학처장이나 부처장, 또는 최종 결정을 하는 최고담당자에게 보내진다. 공식적인 위원회는 없지만 입학사정관 팀은 매주 만나서 지난주의 파일 검토에서 잘 해결되지 않았거나 어려운 결정들에 대해 논의한다.

    #사례2

    경쟁이 치열한 이 단과대(지원자 2만여 명)는 지원자의 파일을 무작위로 검토한다. 입학사정관들은 학업성취도(성적표, 시험 점수, 교사의 평가, 학교의 추천서에 기초)를 먼저 평가한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에 대해 갖게 되는 첫인상은 기본적으로 ‘학업’에 기인한다. 그 후 입학사정관들은 다른 정보들(지원자의 경험이나 다른 지원자와는 구별되는 다른 경쟁력 있는 요소들)을 검토한다. 그리고 파일에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면접 결과가 있다면 그것을 검토하고, 한 명의 입학사정관이 모든 파일의 검토 결과를 요약한다. 최종 결정은 입학위원회의 표결로 내려진다. 각각의 지원자는 한 명의 입학사정관에 의해 모든 위원회에 소개되고, 위원회는 논의를 한다. 위원회는 학생이 대학에 어떤 유익함을 가져올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본다.

    대부분의 지원자는 매우 훌륭한 학업 성취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원회의 논의는 보통 지원자의 개인적 성격(인종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자기소개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항, 추천서 내용, 면접 결과)을 주요 주제로 삼는다. 이 대학은 입학 의사 결정을 위해서 위원회 모형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민주주의적이며, 개별 입학사정관의 편견이나 오해가 다른 사정관들의 의견에 의해 상쇄되어 균형이 맞추어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사례3

    이 대학은 지원자가 4만명에 달할 정도로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이 대학은 지원자에 대한 개별적 검토를 포함한 다단계의 입학 전형 과정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첫째로 개인적 성취와 지원자가 삶에서 겪었던 도전들을 본다. 두 번째는 지원자의 서류에 나타난 자기소개서, 학업 성적에 대한 요약본을 검토해 평가를 내린다. 다른 입학사정관들은 학업을 평가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수업, 시험 결과, 장학생 선정 여부 등을 검토한다. 이러한 평가는 다시 종합돼 입학 결정 배치표에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학업 성적이 월등한 지원자는 다른 차원의 평가 결과에 상관없이 입학이 허가된다. 학업 성적이 중간 정도인 지원자의 경우 개인적 성취와 삶에서 겪었던 도전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당락을 좌우한다.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서있는 지원자들의 경우 다시 검토해 평가가 제대로 돼있는지를 확인한다. 왜냐하면 아주 작은 차이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입학 결정에 필요한 계산은 할 수 있으나 최종 결정은 사람이 깊은 검토를 거쳐 내린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입학사정관들은 강도 높은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며, 모든 입학사정관은 이 과정을 거쳐야 자격을 인정받는다. 또한 입학사정관들의 판단이 일관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평가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한다.

    미국 입학사정관제

    하버드대 수업 장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대입전형에서 성적보다는 잠재력 또는 성장가능성을 중심으로, 또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설명하고 그런 잠재력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을 ‘입학사정관’으로 부르고 있다.

    ▶‘성적보다’라는 말의 의미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어느 정도의 시험점수 차이는 ‘오류’나 ‘운’ 또는 ‘학생 개인의 환경 차이’ 등에 의한 것으로 해석해 입학 결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성적보다’라는 말은 시험성적을 고려하지 않거나 그 반영 정도가 낮다는 의미라기보다, 어느 정도의 점수는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잠재력 또는 성장가능성’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잠재력이나 성장가능성을 현재는 드러나지 않지만 장래에 발휘될 어떤 능력을 의미한다고 본다면, 지금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 된다.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는 대학에서는 이를 조금이라도 잘 알 수 있도록 그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像)에 부합하는 주요 역량을 개발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질문을 마련해 서류나 면접평가를 통해 확인하고자 노력 중이다.

    ▶‘다양한 자료’는 무엇을 말하는가?

    한국에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고자 했던 이유는 지원자의 다양한 교육활동과 성적 정보가 담긴 학교생활기록부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통해 대입전형을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교사나 교장의 추천서가 중요한 평가자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추천서가 정말로 유효한 전형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의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교 교사의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밖에 대학은 지원자의 개인적 특성이 담긴 자료나 고교특성이 담긴 자료를 중요한 전형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종합적인 판단’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대학이 정한 인재상에 부합하는 기준을 등급화해 이를 총점으로 전환해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그 등급만을 기준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입학사정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자별로 다수의 입학사정관이 평가를 내리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실시하기도 한다. 지원자가 많을 경우 학업성적을 기준으로 몇 배수의 지원자를 선발한 다음 다양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도 많은 대학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지난 2년간 입학사정관제를 시범실시하면서 만났던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이 강조한 이 제도의 장점은 ‘미리 설정된 대학의 인재상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본다. (1) 대학별, 단과대학별, 학과별로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는지 그리고 그 인재상이 대입전형에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를 ‘먼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2) 시험성적에서 몇 점 차이는 대학이 중시하는 인재상과 함께 고교교육 현장에서 고려되어야 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요소가 동시에 고려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지원자의 다양한 정보 가운데서 고교 교육과정의 정보를 담은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사의 평가 의견이 더욱 중시됨으로써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4) 다양한 전형자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과 결과가 공정하고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입학사정관제가 운영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적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무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인재’를 선발해야만 안정적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뷰 | 하버드대 합격 박상현군 어머니

    “공부만 잘해선 하버드대 합격 못해”


    미국 입학사정관제

    여행지에서 촬영한 박상현군(뒷줄 왼쪽) 가족사진.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입학사정관에게는 무엇보다 ‘뚜렷한 나’를 보여줘야합니다. 중구난방으로 자신을 소개하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요.”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데마레스트에 살고 있는 채미영(44)씨는 미국에서 아들인 박상현(19)군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 대학입시와 관련해 전문가 못지않은 경험을 쌓았다.

    박군은 지난해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 중에서도 ‘톱3’로 꼽히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대에 동시에 합격해 화제가 됐던 인물. 현재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박군은 하버드 대학신문인 크림슨에서 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뉴저지주의 손꼽히는 영재학교인 버겐아카데미 출신인 그는 미 수학능력시험(SAT)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 대학입시에서는 SAT 점수가 높다고 합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대 같은 명문대학에서는 SAT 만점을 받고도 떨어지는 지원자가 부지기수다. 특히 다른 인종에 비해 SAT 등 학업성적이 좋은 아시아계는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그렇다면 박군이 합격하기가 그렇게 힘들다는 ‘톱3’ 아이비리그에 동시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채씨는 우선 “지원서에서 지나치게 ‘꾸미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구든 자신을 좋게 보이고 싶어하는 게 본능입니다. 포장하고 싶지요. 또 ‘꾸며서’ 성공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원래의 모습이 아닌 것을 꾸몄다가는 드러날 수 있어요.”

    채씨는 이 때문에 아들의 대입 준비과정에서 별도의 컨설팅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지원서를 작성한 뒤 주변 사람들이 검토하면서 혹시 부족한 점이 없는지 의견을 구해 몇 차례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형적인(typical) 학생’으로 비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학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은 대체로 ‘수학과 과학은 잘하는데, 운동은 잘하지 못하고 리더십은 부족한 학생’이라는 것이다.

    채씨는 아들의 대입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동양 남자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한국 등 동양 남학생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고 얌전하다는 이미지가 강해요. 영어로는 이를 보통 ‘meek’라고 하지요. 실제로 한국 남학생들은 그런 측면도 있어요. 지난해 하버드대에 합격한 한인 학생이 50여 명 되는데 남학생은 10여 명인 반면 여학생은 40명이나 돼요. 여학생들에 대해서는 당차고 적극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채씨는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상식(common sense)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아들이 토론클럽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군은 이와 함께 모의유엔(model UN)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이면서 설득의 기술을 익혔다. 모의유엔 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예일대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 같은 실적이 입학사정관들이 심사할 때 유리하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현재 박군은 하버드대에서 모의유엔 활동을 운영하는데 적극 관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입학사정관제가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채씨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전반적인 고교교육 과정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입전형 과정만 바뀔 경우 이 제도가 잘 정착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종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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