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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영’ 문국현의 정치실험

“아무 죄 없는 사람 묶어놓고 그들이 언제까지 편히 잠자겠습니까”

‘창조경영’ 문국현의 정치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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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공천헌금’ 6억 수수 무죄, 당채(黨債) 이자가 시중금리보다 낮다고 유죄
  • ● ‘공천 대가’ 주장하던 검찰, 대법원의 위법성 지적에 뒤늦게 공소장 변경
  • ● 대법원, “허위범죄경력조회서 발급한 국가는 창조한국당에 피해 보상하라”
  • ● 대선 때 나를 사퇴시키려는 단일화 세력과 지지세력 갈등 심각했다
  • ● 당에 40억 빌려주고 55억 기부, 재산 90% 날렸다
  • ● 뉴 패러다임 연구소 차려 중국기업들 컨설팅, 드러커경영원도 설립 예정
‘창조경영’ 문국현의 정치실험

●1949년 서울 출생<br>●한국외대 영어과 졸업,<br>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br>●유한킴벌리 사장 <br>●킴벌리클라크아시아 사장 <br>●사람입국 신경쟁력특별위원회 위원장 <br>●창조한국당 공동대표 <br>●18대 국회의원(서울 은평을) <br>●현 뉴 패러다임 인스티튜트 대표

문국현(62) 전 창조한국당 대표의 이미지는 정물화와 같다. 표정과 목소리가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건 대체로 그의 장점이겠지만 때로 단점도 될 듯싶다. 적어도 대중적인 정치인을 꿈꾼다면.

그를 가까이에서 처음 본 것은 아마도 2007년 2월경이 아니었나 싶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였다. 당시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이던 그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갔다 온 얘기를 들려줬는데, 신선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대해 수박 겉핥기 정도의 인식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적절한 깨우침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가 정치판에, 그것도 대선후보로 나설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저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현실참여형 기업인 중 한 명으로 여겼을 뿐이다.

그해 8월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창조한국당을 창당했다. 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그가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통령선거에 왜 나오려는 건지 납득되지 않았다. ‘새로운 정치실험’이니 ‘대안후보’니 하는 언론의 호들갑스러운 평가엔 믿음이 가지 않았고 그저 아까운 기업인 하나 잃게 생겼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예상대로 그의 대선 성적표는 초라했다. 5.8%의 낮은 득표율. 그것으로 그의 정치적 행보는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가 이듬해 4월 18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해 여권 실세 이재오 의원을 꺾었을 때 나는 그의 정치적 잠재력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그 정치적 잠재력이 무력화되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10월 검찰은 그를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표적수사 논란이 일었지만 그의 이미지는 뭉개질 대로 뭉개졌다. 총선 직후 학력과 범죄사실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한정 의원한테 6억원을 받고 창조한국당 비례대표로 공천했다는 사실은 대중의 감성을 자극했다. 법리적으로는 따져볼 게 없지 않았지만, 대중은 늘 그렇듯이 언론의 ‘선도’에 따라 도덕적 단죄부터 했다. 기자인 나조차 그랬으니까. 2009년 10월 그는 선거법 위반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이재오 전 의원은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국현 전 대표는 현재 뉴 패러다임 인스티튜트 대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문 대표라고 부르겠다. 뉴 패러다임 인스티튜트는 말 그대로 경영의 뉴 패러다임을 연구하는 곳이다. 일찍이 문 대표는 유한킴벌리 사장 시절 4조2교대 근무와 직장 내 평생학습을 골자로 하는 뉴 패러다임경영을 창안하고 성공시켜 경영혁신의 선구자라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미국 드러커대학원의 초빙교수로 지내면서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MIT대학,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대학원과 연구소 등에서 강연과 토론을 했다. 지난해 8월 이후엔 중국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가 요즘 주로 하는 일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이다. 이 얘긴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재판 얘기부터 해보자.

선거비용 보전액 반환 판결

1월말 서울고등법원은 문 대표가 은평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09년 11월 은평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문 대표에게 의원직 상실을 이유로 18대 총선 후 돌려받은 기탁금과 선거비용 보전액 1억여 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표는 “비례대표 선거에서의 법 위반을 이유로 선거비용을 반환하라는 선관위 결정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한 것이다.

“법정한도는 2억원 안팎이지만 남들은 몰래 5억도 쓰고 10억도 씁니다. 나는 딱 1억 썼습니다. 1억 쓰고도 정권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어요.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겼습니다. 돈 안 쓰는 선거의 표본이었습니다. 순전히 발품만 팔고 정책만 팔았어요. 사실 은평을 지역구를 위한 공약은 하나도 없었지요. 3월4일부터 한 달간 24시간 은평에서 살았습니다. 다른 지역구 유세지원 요청도 거절하면서. 그렇게 돈 안 쓰고 이긴 건 기적인데, 재판에서 졌으니 다시 내놓으라는 거예요. 그래서 ‘좋다, 내놓긴 하겠지만 행정소송으로 되찾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가 특유의 느릿하고 차분한 말투로 얘기를 시작했다. 법원은 “의원 본인이 출마한 지역구 이외의 다른 선거구(지역구 또는 비례대표전국구)에서의 활동으로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당선 무효로 볼 수 있어 선관위의 선거비용 반환 처분은 합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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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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