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도시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이유로 55층짜리 건물신축에 강력히 반대해온 백석동 주민들은 8월28일부터 9월4일까지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1만448가구 가운데 4523가구가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88%가 신축에 반대하는 의견을 나타냈다. 주민들이 지역현안과 관련해 주민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이 주민투표를 실질적으로 이끈 이는 김범수(金範洙·33) 고양시의원(백석동). 김의원은 백석동입주자대표협의회 고양시민연대 등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건물신축 반대운동을 펴오다 주민투표 아이디어를 냈다. 물론 이번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은 없다. 지방자치법상 주민투표 실시주체는 ‘지방자치단체장’에 한정돼 있는데 이번 투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석동 주민투표는 주민들이 지역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려는 새로운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김의원은 “현재 지방자치는 힘있는 업자들이 좌우하는 업자(業者)자치”라며 “진정한 민의(民意)정치가 되려면 주민소환 주민발안 주민투표라는 실질적인 주민자치 수단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