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신탁회사에서 종합증권사로 변신한 대한투자신탁증권의 김병균 사장은 “비록 후발주자지만, 투신·증권·기업금융 등 3원화된 수익기반의 영업력을 극대화해 경쟁력 우위에 서겠다”고 자신했다.
대투증권의 사령탑은 김병균(金炳均·56) 사장.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영입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사장은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대 신문학과 대학원과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재무부장관 비서관으로 관계에 들어가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 정책조정국, 대외경제조정실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경제기획원 심사평가국장, 국무총리실 심사평가심의관을 거쳐 1998년부터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대투증권으로 옮겨왔다.
-20년 넘게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에 계셨지만, 금융기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2년 남짓 일하신 게 전부입니다. 증권사 CEO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십니까.
“자본시장의 마이크로(micro)하고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대투증권 직원들의 전문성이 뛰어납니다. 제 역할은 국내·외 시장 전체를 매크로(macro)하게 파악, 남보다 앞서 변화를 예감함으로써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경영과 접목하는 것이죠. 저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변화를 감지하는 데 기민합니다. 또한 오랫동안 분석업무에 종사했기에 주어진 정보를 신속하게 소화해서 경영에 필요한 요소를 뽑아낼 줄 아는 장점도 있습니다. 증권업에 대한 전문성은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제겐 그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의 메커니즘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으므로 여기에 저희 직원들의 전문성을 보완하면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약정고보다 고객 수익이 우선
-증권사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금융회사의 대형화, 겸업화 추세가 확산되고 외국계 자본의 진출이 확대되면 대투증권은 증권사·투신사는 물론 대형 은행이나 보험사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증권사들과 거래 수수료 수입을 놓고 과도한 경쟁을 벌인다면 코스트를 감당하기 어렵겠죠. 대투증권의 수수료 수입 시장점유율은 1%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종합증권사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투자신탁 외에 증권 위탁매매, 기업금융 등 다양한 증권자산관리서비스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특히 충성도가 높은 투자신탁 고객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프라이빗 뱅킹,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종합자산관리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증권거래로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증권거래로 번 자산도 관리해 수익을 늘리는 것이죠. 더욱이 대한투자신탁 고객 가운데 지금까지 다른 증권사에서 증권거래를 해온 분들이 대투증권으로 증권계좌를 옮길 가능성이 높아 고객 기반은 더 넓어질 것입니다.
아울러 기업금융을 강화해 다양한 수익원을 개발함으로써 투자신탁 중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겠습니다. 회사채 발행, M&A(인수·합병) 및 A&D(인수 후 개발) 대행, 중소기업 인큐베이팅 및 IPO(기업공개) 등 기업에 토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기업내 개인 고객의 투신업무까지 적극 유치할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종합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종합증권사로 전환하면서 그처럼 업무영역이 다양해졌다면 각 분야의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전제조건일 것 같은데요.
“투신 인력 중에도 증권업무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적지 않지만, 이들은 실제로 증권영업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격증을 가진 내부 인력 40여명을 재교육하고 외부에서 경력직원 60여 명을 스카우트해 100여 명의 전문인력을 우선 배치했습니다. 또 무작정 증권영업 시설부터 확충하지 않고 전문인력이 확보되는 대로 시설을 늘려갔기 때문에 인력난을 겪진 않았어요. 오히려 투신영업과 증권거래가 함께 이뤄져 시너지효과가 높아졌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투신상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신탁자산의 투명한 관리·운용체제를 구축해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일 듯합니다.
“대투증권은 철저하게 고객 수익 위주의 정도(正道)·투명영업을 지향합니다. 지금까지의 증권영업 관행이 약정고 위주였다면 저희는 약정고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고객의 수익을 가장 중시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직원 성과급 기준을 정하거나 영업점의 실적을 평가할 때 회사에 돈을 얼마나 벌어줬느냐는 것보다 고객에게 수익을 얼마나 안겨줬느냐를 더 중요한 요소로 삼겠습니다.”
-침체에서 허덕이던 증권시장이 최근 들어 조심스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일시적 반등인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큰 장이 열릴 조짐인지 견해가 엇갈립니다. 향후 우리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리 증시 사상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은 적이 세 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더 뻗어나가지 못하고 꺾였어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그간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고 경제규모도 작은데다 시장의 신뢰도도 낮았어요. 그래서 증시가 경기 사이클이나 해외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에 주가가 이중으로 꺾이는 요인이 됐습니다. 오죽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어요. 한국경제가 IMF체제에서 발가벗는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기업과 금융권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됐습니다. 우리 경제의 틀이 근본적으로 양호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외국 애널리스트들이 더 잘 압니다. 요즘 무디스 같은 데서 우리의 국가 신인도를 높이겠다는 암시를 주고 있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선심 쓰는 게 아니라 신인도를 올려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왔기 때문이에요. 이런 변화가 구조적, 중·장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증시도 탄력을 받게 될 겁니다.
최근 외국인들이 우량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도 그런 조짐으로 볼 수 있어요. 이들이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서 우량기업 주식을 핵심종목으로 편입해 포트폴리오를 짜면 과거처럼 단기적, 투기적으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기 어려워요. 따라서 앞으로 주가는 우량종목을 중심으로 견실하게 오를 것이고, 그런 종목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옐로 칩들은 국내 기관들이 사들일 것이므로 증시가 안정된 상승세를 보일 전망입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언제쯤 다시 1000포인트로 올라설 것으로 보십니까.
“올해 4/4분기 안에는 1000포인트까지 갈 것이고, 일단 1000포인트 고지를 넘으면 단기적으로는 부침이 있겠지만, 과거처럼 수직하락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계속 네자리수를 유지할 거예요. 맨 앞자리 수는 바뀔지 몰라도….”
-자금력과 정보에서 불리한 개인투자자들은 간접투자상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상품의 종류가 워낙 많아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투자자가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주식 편입비중이 70% 안팎인 주식형 상품을 권할 만합니다. 그간 간접투자상품에 투자했다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대개 주식형 상품 가입자들인데, 증시 침체가 2년 넘게 지속되다보니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이 평균 4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증시가 회복되고 있으니 기회를 노려볼 만할 겁니다.
또한 중도적 투자성향이라면 주식·채권 혼합형 상품을, 철저한 안정 위주의 투자자라면 채권 편입비중이 70∼80%인 채권형 상품이 적합하겠죠. 금리가 워낙 낮아 채권형 상품이 재미가 없다면 채권형에 가까운 주식형 상품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가 오르는 데 비례해 수익도 올라가는 인덱스형 상품의 경우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기대해볼 수 있겠죠.”
-대투증권에는 막대한 공적자금, 다시 말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습니다. 정부와 약속한 경영 정상화 목표를 실현하는 데는 차질이 없겠습니까.
“2월중에 정부와 MOU(양해각서) 수정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여기에선 자기자본의 플러스 전환과 영업용 순자본비율 150% 달성 시점이 명시되고, 경영목표 이행실적에 대한 임직원들의 책임도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MOU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반드시 이행돼야 합니다. 투신업과 증권업, 그리고 기업금융 등 삼원화된 수익기반의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수익성이 없는 부서나 업무는 과감하게 정리함으로써 대투증권의 기업가치를 높여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