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에서 시인으로, 나아가 연극연출가, 드라마·시나리오 작가로 변신했던 ‘전방위 문화 게릴라’ 이윤택(李潤澤·50)씨가 이번에는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의 대표작 ‘오구’를 영화로 만든다. ‘오구’는 서울 정동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13년간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해외 무대로 수출까지 한 1990년대 한국 연극의 대표작. 죽은 자의 한을 씻김굿판으로 신명나게 풀어내 “가장 한국적인 연극”이라는 평을 들었다.
영화의 제목은 ‘오구’가 아니라 ‘잘 가세요’다. 이씨가 연극판에서 길러낸 김경익(34)씨와 신비한 매력의 청춘스타 이재은(22)씨를 내세워 이승의 여인과 저승사자의 비극적 사랑을 한바탕 즐거운 놀이판으로 엮어낼 작정이다.
“영화 만드는 게 정말 즐거워요. 왜 진작 영화를 안 했는지 모를 정도예요. 이제는 연극인이나 시인도 자기 영역에 고립되지 않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합니다. 예술은 서로 교류해야 발전하는 거니까요.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처럼 신나고 재미있게 찍을 겁니다.” 주요 연극상을 휩쓴 그는 오래전부터 영화 연출을 계획해왔다고 한다. ‘준비된 영화감독’인 셈. 전방위 문화 게릴라답게 영화와 연극무대를 수시로 오가며 더 많은 대중에게 흥겨움을 전하겠다고 한다. 8월24일 경남 밀양에서 촬영에 들어간 ‘잘 가세요’는 내년 3월 완성 예정이다. 마오필름의 데뷔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