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화백의 작업실 곳곳에 양평의 산과 강을 담은 작품들이 놓여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멀리 마유산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이 북한강 쪽으로 흘러가는데, 이를 경계로 남서쪽을 재치래미, 동북쪽을 동녘골이라 부른다. 재치래미는 동녘에 뜨는 햇볕을 받고, 동녘골은 서산에 지는 햇살을 듬뿍 받는다. 추운 겨울 아침 재치래미에서는 해바라기를 하는 영감님을 흔히 볼 수 있다.
양평의 옛 지명은 양근(楊根)이다. 두 물이 합수되는 곳이라 뚝버들(楊)이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더 예전에는 빈양(濱陽)이라 불렸는데, 물가에 볕이 잘 드는 곳이란 뜻이다. 산이 있고 강물이 흐르고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으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계절의 빛깔을 읽을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