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한 뒤 처음 시작한 일이 ‘계간미술’ 기자. 이후 ‘월간미술’ 최연소 편집장을 거쳐 1999년 미술잡지 ‘아트인컬처(art in culture)’를 창간하는 등 줄곧 ‘미술 언론인’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에는 아시아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영문 잡지 ‘아트인아시아(art in Asia)’도 창간했다. 창간호가 곧 폐간호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미술 잡지 세계에서 그의 성공은 괄목할만하다.
올해 ‘아트인컬처’ 창간 10주년을 맞은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 화가 정보를 영문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영문 아카이브’ 제작이다. 지난 9월 발간한 ‘아트인아시아’의 커버스토리는 ‘Dynamic Eye-101 Faces of Korean Art Today’. 30대 신예부터 원로까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01명을 소개한 ‘한국 특별호’다. 김 대표는 평론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등 전문가 30명에게 작가 선정을 부탁한 뒤 한 명당 지면 1쪽씩을 할애해 사진과 프로필, 2~3점의 작품 이미지, 비평문을 실었다. 영문 잡지인 ‘아트인아시아’의 특성상, 모든 내용은 영문이다.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홍콩아트페어’에 설치된 ‘아트인아시아’부스.‘아트인아시아’는 세계 미술계에서 아시아 미술 전문 매체로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가 영문 잡지 ‘아트인아시아’를 창간한 것은 이에 대한 문제 의식 때문이었다. 언론인으로서, 세계 미술계에 우리 작가들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창간 초기에는 중국 일본 등, 해외 미술계에서 좀 더 주목받는 아시아 미술시장에 대한 기사를 많이 실었다. 한국 작가들 사이에서 “왜 우리를 차별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아트인아시아’를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요. 일단은 우리가 아시아 미술 소식을 전하는 공신력 있는 잡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2년여가 흘렀고, 이제는 미국 유럽 등에서 ‘아트인아시아’를 믿을 수 있는 매체로 받아들이는 게 느껴집니다.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아트페어에도 아시아 대표 매체로 초청받고 있지요. 비로소 우리가 한국 작가를 세계에 소개하는 구실을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지난 9월 펴낸 ‘아트인아시아’ 한국 미술 특별호는 그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세계 미술계의 침체로 글로벌 미술잡지들도 잇따라 폐간 혹은 정간하는 형편이지만, 김 대표의 목표는 확고하다. “한국 작가가 국제정보 교류에서 소외되고, 자기 PR의 기회를 찾지 못해 세계 중심에서 밀려나는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여력이 닿는 한 한국 미술 정보를 세계로 발신하는‘가치 있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작가의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해 명실상부한 한국 미술 영문 아카이브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작가 정보 창고 구축은 사실 국공립기관이나 문화재단, 교육기관 등에서 맡아 하는 게 마땅하지만, 그런 곳에서 하지 않는다면 우리 잡지사에서라도 이 역사(役事)를 마무리짓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이 일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그때는 다시 미술기자로서, 그동안 열심히 연구해온 주제인 한국 근대미술 분야의 책을 저술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평생 미술 언론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