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진)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 로우 총영사(왼쪽) 일행.
로우티엔홍(羅添宏)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부산판사처 처장(53·총영사)은 6월3일 기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낙동강이 지나는 21개 행정구역을 차례로 얘기했다. 그가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으로 알려진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로우 총영사는 대만 국립정치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외무고시에 합격, 주필리핀대표부 등을 거쳐 2007년 7월 한국에 부임한 외교관. 하지만 한국에서 그의 행보는 여느 외교관과는 달랐다. 부임 4개월 뒤 그는 부산의 첫인상을 담은 자작시 ‘부산(釜山)’을 계간 ‘시와 비평’에 실었다.
“산천은 수려하고/ 기후는 온화하여/ 풍요로운 대한민국// 그중에도/ 하늘이/ 내려준 곳, 부산 (중략) 동래에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을숙도에서 철새와 인사를 나누고….”
“부산의 첫인상이 ‘팅하오(挺好·매우 좋다)’였어요. 맑은 공기도, 활력 넘치는 사람들도 아주 좋아 시상(詩想)이 떠오르더라고요. 부산과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죠.”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혼자 즐길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2008년 자신의 블로그 ‘한국 이렇게 즐길 수도 있다(韓國也可以這樣玩!!!, tw.myblog.yahoo.com/lovesong-tansui)’를 열었다.
이 블로그는 한국의 명승고적과 지리, 한국 음식 및 맛집 정보, 관조(觀鳥)지역 등을 300여 편의 글과 1만200여 장의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찾은 방문객수는 23만여 명. 하루 300여 명이 그의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는다. 국가별 방문객 비율은 대만(49.84%), 한국(20.03%), 홍콩(15.69%), 미국(9.31%) 순이지만, 중국 검색망이 대만 사이트를 차단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많은 중국인이 다른 나라 인터넷망을 경유해 블로그를 찾고 있다는 게 로우 총영사의 설명이다.
“처음엔 기사 10건과 사진을 올려놓고 중화권 친구들에게 들어와서 보라고 했죠. 그런데 방문객이 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누리꾼도 많아지면서 은근히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그는 주로 주말에 보좌관 이광환씨와 함께 여행하는데, 여행지의 지리 정보와 역사를 미리 공부하고 현장 취재 및 사진촬영을 하는 식이다. 여느 블로그와 비슷하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관광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만 사람들은 새 관찰을 좋아하지만 철새들이 찾아오지 않아요. 반면 한국에는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철새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잖아요? 이건 중화권 관광객에게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됩니다.”
그가 블로그에 관조(새관찰)지역을 별도 분류항목으로 만든 이유다. 한국인이 흔히 먹는 도토리묵(橡實凍)도 한국의 대표음식이 될 수 있다고.
“중국 남부지역과 대만에는 도토리묵이 없어요. 건강식인데다 다이어트 음식이라는 특징을 알리면 분명 한국의 대표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활약으로 그는 2009년에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파워 블로거’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어느 대만 외교관 눈에 비친 한국’이란 제목으로 부산 용두산공원 부산타워에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최근 홍콩의 한 누리꾼이 제 블로그에 속리산과 내장산을 여행하면서 전주 한옥마을에 묵는 방법을 물어왔어요. 이런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결국 한국과 대만의 관광 활성화를 지원하는 일 아닌가요? 이 역시 총영사의 임무죠.”
3년의 임기가 끝났지만 그는 이런 임무 때문에라도 한국에 더 남겠다고 했고, 대만 외교부도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런 그도 한국 정부의 대(對)대만 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대만이 한국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도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1992년 단교 이후의 정책에서 변화가 없어요. 한국의 5대 교역국이고 1년에 40만명의 대만 사람이 한국을 찾는 만큼 대만을 보는 눈도 바뀌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