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은 샘표식품의 목표를 물었을 때 박진선(61) 대표가 한 말이다. 신제품 개발, 매출 확대, 해외 진출 등등 으레 기업인이 밝힐법한 포부 대신 ‘사랑’ 이야기를 꺼내며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눈꼬리가 아래로 처지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였다.
‘사랑’과 더불어 또 하나 강조한 건 ‘행복’이다. 최근 샘표식품은 경기도 이천의 간장공장 외벽을 총천연색으로 칠했다. 커다란 버섯과 고양이, 토끼 그림도 그려 넣었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에는 우리 공장 벽도 다른 공장들처럼 회색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왜 꼭 회색이어야 하지’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이곳은 간장을 생산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우리 직원들의 일터잖아요. 직원들이 저 색깔 공장 안에서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든 거지요.”
이 마음이 공장 벽에 그림을 그리는 ‘아트 팩토리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젊은 작가들을 초대해 1만7000㎡ 규모의 벽을 보여줬다. 그곳을 캔버스 삼아 마음껏 예술을 펼치도록 했다. 이들의 붓 아래서 무채색 벽체는 ‘유치원처럼’ 생기 넘치는 공간이 됐다.
샘표식품은 2006년부터 공장 안에 갤러리를 만들고 직원과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아트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평생 명함을 가져본 적 없는 생산직 여사원들에게 명함을 만들어주고 이를 설치작품으로 전시한 ‘공장 여인들의 명함 만들기 프로젝트’는 특히 화제를 모았다.
“저는 기업의 존재 이유가 구성원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직원들이 행복하면 그들의 서비스를 받는 사회 전체가 행복해지겠죠.”
박 대표는 앞으로도 직원과 사회를 행복하게 할 ‘사랑스러운’ 행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것이 CEO의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