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강병(强兵)이 있어야 부국(富國)이 있는 것”

박세환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3-03-21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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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 불가능한 북한, 최악의 돌출행동 대비해야
    • 군사력 우세해야 평화…방어용 핵무기 가져야
    • 연합사 해체, 전작권 환수는 북핵 해결 뒤로
    • ‘향군청년단’ ‘향군발전 1·2·3운동’ 주도
    • 뼈 깎는 자구 노력으로 재정위기 극복할 것
    “강병(强兵)이 있어야 부국(富國)이 있는 것”
    올해는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0년이 된다. 참혹한 전쟁을 기억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탓인지 국민의 안보의식도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긴박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마당에 정치권은 정부조직법을 놓고 극한대립을 벌이고 있어 안보 공백 우려가 크다.

    박세환(72)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이하 향군) 회장은 이런 현실에 누구보다 할 말이 많다. 서울 성수동 향군회관에서 만난 박 회장은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고,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학군장교(ROTC) 최초의 4성 장군 출신인 박 회장은 군 생활의 대부분을 최전방에서 보냈고, 베트남전쟁에도 참전한 야전 지휘관이다.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09년부터 향군을 이끌고 있다. 1994년 보훈훈장 통일장, 2011년 5·16민족상을 수상했다.

    ▼ 올해가 정전(停戰) 60주년입니다. 그런데 안보 상황은 정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군 생활을 32년 했고, 국회 국방위원으로 8년을 일했습니다. 이후에도 향군 육군부회장, 향군 회장 등 평생을 안보 분야에 몸담았습니다. 과거 북한의 행태에 비춰보면 최근 북한의 동향은 우리 국민의 공포심을 조장하기 위한 공갈, 협박 전략이 아닌가 합니다. 북한은 우리가 강하게 대응하면 맞대응을 못하지만, 약하게 대응하면 더 강하게 협박하고 나오는 게 습성입니다. 따라서 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다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국민도 있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특성상 최악의 돌출행동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 정치권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걸까요. 지난 1월 초에 올해 국방예산을 4000억 원이나 삭감했습니다.

    “국회가 201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4009억 원의 군 ‘방위력 개선’(전력 증강)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예산이 삭감된 사업들 중에는 북한의 동향을 살피는 정보정찰 전력, 핵이나 장사정포에 대한 선제타격이 가능한 전력도 포함돼 있습니다. 눈앞의 표를 의식한 복지예산 때문에 국민의 생존이 걸린 국방비를 삭감하는 행위는 병원비를 아껴 명품 가방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국방예산 증액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작권은 국민 생존과 직결”

    ▼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압박에도 또다시 체제 유지, 지배층 생존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겁니다. 저는 북한 핵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은 우리도 핵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갖는 순간, 우리가 갖고 있는 전술적, 전략적 무기들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핵은 핵으로써만 통제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도 방어수단으로서의 핵 보유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상당한 난관이 예상됩니다.”

    ▼ 핵 보유에 대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반대가 심할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차선책으로 미국의 핵우산을 확실하게 보장받아야 합니다. 미국은 연간 7000억 달러 이상의 국방비를 쓰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입니다.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예요.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이러한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맺었고, 그 동맹 덕분에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 동맹의 연결고리는 한미연합사령부(이하 연합사)를 기반으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입니다. 2015년 12월 1일부로 예정된 연합사 해체를 ‘북한 핵문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완벽하게 정착될 때까지’ 보류해야 합니다.”

    ▼ 말씀대로 북한 핵문제 때문에 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환수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전작권은 우리 국민의 생존이 달린 가장 중요한 현안입니다. 우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 연합사를 해체해도 좋고, 전작권을 가져와도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을 환수하면 우리 국민은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박 회장은 현 상황에서 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환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카랑카랑한 그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의 존재는 유사시 막대한 증원 병력의 지원을 가능케 합니다. 69만 병력, 5개 항공모함전단, 160척의 해군함정, 1600여 대의 항공 전력이 그것입니다. 세계의 전략가들은 한미연합사야말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최상의 군사동맹체계라고 평가하고 있어요.”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강병(强兵)이 있어야 부국(富國)이 있는 것”

    박세환 회장이 지난해 10월 향군 6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됐다. 주권국가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다. 그러면서 미군을 대체할 전력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올해 우리 국방예산은 34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10%에 해당한다. 그중 방위력 개선비가 10조 원 안팎이다. 결코적지 않은 돈이지만 미군 전력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자주국방을 이루려면 방위력 개선비를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늘려야 한다. 우리가 과연 이 정도의 방위비를 지출할 능력이 있는지, 설령 있다 하더라도 이런 천문학적 금액을 국방비에 쏟아 붓는 게 현명한지 따져볼 일이다. 그 여력으로 경제발전과 복지 증진에 주력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 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환수 연기를 위해 향군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압니다.

    “원래 2012년 4월로 예정돼 있던 것을 1000만 명 서명을 받는 등 혼신의 노력을 한 결과 일단 2015년까지 연장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상황에서 보듯 2015년이라고 안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북한의 핵무장과 적화통일 야욕은 오히려 더 강화될 게 불을 보듯 합니다. 지난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궁여지책으로 ‘미니 연합사’ 구상을 내놓았는데, 이것은 연합사 해체의 문제점을 인정한 것에 불과합니다. 길이 아니다 싶으면 빨리 돌아가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 반대에 서명한 1000만 애국 국민의 충정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전작권 환수가 무리라는 게 확인된 이상 오는 5월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담판 지어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런 뜻을 전했습니까.

    “2월 15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향군을 방문했습니다. 내정 통보를 받고 제일 먼저 향군을 방문했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김장수 내정자에게 이 부분을 강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김 내정자 편에 당시 박 대통령 당선자께 서한도 전했습니다. 한미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환수를 반드시 연기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며칠 전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는데 웃으면서 ‘편지 잘 받았다’고 하더군요. 뜻이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합니다.”

    ▼ 궁극적으로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돼야 할 텐데요.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하루빨리 구축돼 국민이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돼야 합니다. 정전에서 평화로 가야 하는데, 북한은 지금 정전체제마저 백지화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요.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경고가 있지 않습니까. 먼저 우리가 절대 우위의 군사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힘이 약한 나라는 아무리 평화를 외쳐봤자 힘이 센 침략자를 이겨낼 수 없어요.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응징할 힘이 있어야 합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둘째, 북한이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 합니다. 우리의 대북정책도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 회장은 안보 얘기를 풀어가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지난 대선에서 나온 군 복무 기간 18개월 단축 공약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 부녀와의 인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가안보 백년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국책사업입니다. 사회 일각에서 지금까지 제기해온 여러 문제점과 우려에 대해 이미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고 절차상의 합법성도 확보했습니다. 해군기지 사업을 마지막으로 명분도 실리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완전히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군 복무 기간 단축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선거공약으로 18개월 복무기간이 확정됐지만 국민적 우려를 반영해 현행 21개월에서 멈춘 바 있는데, 정치권이 또다시 18개월 공약을 내건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선거 때마다 안보를 팔아서 표를 사려는 행태는 더 이상 없어야 해요.”

    ▼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위 계급장을 달고 베트남에 파병됐을 때 ROTC 후보생 장학금 모금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그 소식을 듣고 3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제가 대표로서 유재흥 국방부 장관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당시 11만 원을 주고 서울 종암동에 집을 샀으니 300만 원이면 아주 큰돈이었죠.”

    ▼ 박정희 전 대통령은 향군에도 애정이 많았다면서요.

    “제대 군인들의 복지에 큰 관심을 갖고 서울 잠실의 향군회관 부지와 중앙고속, 향우산업을 우리 향군에 선물하셨죠. 이것이 오늘날 향군의 재정적 기반을 구축하는 토대가 됐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친필로 작성한 중앙고속 기부영수증 사본을 채병률 실향민중앙협의회장이 보관하고 있다가 며칠 전 제게 보내왔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었나요.

    “15대 국회의원 시절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당시 제 지역구가 인접해 있어서 선거운동을 지원했죠.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는 정책위 부의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적도 있습니다. 17대 총선 때는 제가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박 대통령이 당시 당 대표를 찾아가 ‘공정한 공천’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출발이 순조롭지 못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통치철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여야가 밀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잘하는지, 못하는지 봐가면서 비판할 건 비판하고, 견제할 건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의 최고 임무는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안보정책이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일본과의 영토 갈등, 강대국 사이에서의 생존전략 등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새가 없잖아요. 정부가 하루빨리 정상화해서 원활한 국정을 펴야 할 것입니다.”

    美 ‘한국전 참전용사 停戰日’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6·25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유엔군, 북한군, 중공군 측이 정전협정을 맺으며 일단락됐다. 한국군은 최덕신 장군이 배석했지만 사인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정전협정을 특별히 기념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2009년부터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일’을 제정하고, 국가적으로 조기를 게양해 6·25전쟁에서 전사한 3만7000명의 미군을 추모하고, 이들의 희생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있다.

    “미국의 보훈의식은 남다릅니다. 예를 들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마지막 생존용사였던 프랭크 버클스 씨가 2011년 2월 27일 110세를 일기로 타계했는데, 그 해 3월 15일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모든 일정을 바꾸고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버클스 씨의 하관식에 참석해 애도했습니다.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의 극진한 예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산골 마을에서도 참전용사들의 이름이 적힌 동상이나 기념비를 흔하게 볼 수 있고, 어디든 전사자 유해가 돌아오면 주민들이 함께 조의를 표하고 영웅시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전, 아프간전에 이르기까지 세계 평화를 위해 전투에 참여했다가 산화했거나 부상한 참전용사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우리 6·25 참전용사들의 생활은 어떠한가요.

    “현재 18만 명 정도가 생존해 계신데,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전쟁터를 누비느라 돈을 벌 기회가 없었고, 돈이 없으니 자녀교육을 잘 시킬 수 없었고, 그래서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가 지급하는 참전수당이 월 15만 원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전쟁영웅들에게 월 15만 원은 좀 심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10대 경제강국입니다. 보육·복지예산 증액도 필요하지만 참전용사들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대폭 늘려야 합니다.”

    미국은 재향군인의 날이 국가공휴일이다. 보훈성은 부처 서열이 국무부, 국방부에 이어 세 번째다. 우리나라의 보훈처와는 격이 다르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모든 제대군인에게 할인혜택을 주면서 체계적으로 예우한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미국은 부자나라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부국(富國)이 있기에 강병(强兵)이 있는 게 아니라 강병이 있기에 부국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강병은 국민의 보훈의식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젊고 힘 있는 향군’

    향군은 6·25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52년 2월 1일, 전시(戰時) 임시수도 부산에서 창설됐다. 당시 치열한 전투가 연일 계속되면서 수많은 전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1951년 1월 12일 제1차 명예제대를 비롯해 매월 한 차례씩 명예제대 조치를 시행했다. 향군 창설 직전까지 이렇게 약 30만 명의 제대군인이 나왔다. 이들이 최초의 향군회원들이다. 향군은 전쟁 중 국방부 병무행정 집행을 보조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지난해 창설 60주년을 맞은 향군은 850만 회원과 13개 시·도회, 222개 시·군·구회, 3288개 읍·면·동회, 19개 해외지회를 둔 국내 최대의 안보단체이자 명실상부한 국가안보의 ‘제2 보루’로 성장했다.

    ▼ 향군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더군요.

    “그동안 국가보훈처와 ‘유엔군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를 펼쳐왔습니다. 6·25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용사와 그 가족을 초청해 값진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참전국과의 지속적인 우호협력관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올해는 특히 정전 60주년을 맞아 행사의 격조를 더 높이고, 참전국과의 혈맹우호관계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대학생 155마일 휴전선·전적지 답사’ 국토대장정 행사도 준비 중입니다. 대학생 100여 명이 6월 25일부터 10박11일 동안 분단의 현장인 155마일 휴전선 및 전적지를 걸어서 답사합니다. 생생한 안보 현장을 눈과 발로 체험하면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향군소속 62명의 안보전담 강사를 통한 대국민 안보교육 및 장병안보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안보정세, 종북세력 척결, 국가정체성 회복 등을 주제로 연평균 2000여 회의 교육활동으로 안보관 확립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 취임 후 해외지회가 많이 설립됐는데….

    “1966년 일본지회를 시작으로 2008년까지 6개국 11개 지회가 설립됐습니다. 저는 2009년 취임 이후 ‘안보에는 국내와 국외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소신에 따라 해외지회 확대를 적극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독일과 브라질, 미국 서부지회를 창설했고 2011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에 해외지회를 창설해 13개국 19개 지회로 늘어났습니다. 재외동포의 안보 역량을 더욱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지속적으로 해외지회 창설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강병(强兵)이 있어야 부국(富國)이 있는 것”

    2010년 11월 미8군기지에서 열린 미 재향군인의날 행사에서 박세환 회장(오른쪽)이 오바마 미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 향군청년단은 어떤 일을 합니까.

    “우리는 ‘젊고 힘 있는 선진향군’을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청년층의 지지와 결집을 목표로 청년국을 창설하고 청년단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미래 국제안보의 주역이 바로 우리 청년입니다. 향군청년단은 이를 위해 글로벌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7만 명의 회원이 봉사활동 등을 꾸준히 벌이고 있습니다.”

    ▼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향군 발전을 위해 준비하는 계획이 있다면.

    “새로운 향군 60년을 준비하기 위해 ‘향군발전 1·2·3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향군장학금 100억 원 모으기 운동’입니다. 6·25전쟁이나 베트남전 참전용사 가족, 향군 정회원 가족 중에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려 합니다. 100만 회원이 1만 원씩 성금을 낸다면 100억 원의 장학금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현재 32억 원이 모금됐습니다.

    두 번째는 ‘정회원 200만 확보운동’입니다. ‘850만 향군’이라고 하지만 군번을 가진 사람은 다 회원이다보니, 자신이 회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회원 확보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병 1만 원, 위관 2만 원, 영관 5만 원, 장성 10만 원을 내면 정회원이 됩니다. 현재 정회원이 130만 명인데, 200만 명까지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이게 향군 활성화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보훈성금 300억 원 달성운동’입니다.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보훈성금 300억 원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부채 줄이고, 수익 늘리고

    향군은 국가가 혼란에 처할 때마다 안보 확립과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는 등 정통 보수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내부 부패가 드러나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몇몇 수익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향군은 책임자 10명을 고발조치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재정위기가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재정위기는 국가보안법 폐기와 전작권 환수 등을 놓고 향군이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자 과거 노무현 정부가 향군 고사(枯死)정책을 편 데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향군 지휘부는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개발본부를 설립해 수익사업을 추진했지만, 경험 미숙과 국제적 부동산 경기침체로 큰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 잘못은 과거 집행부가 했다 해도 현 집행부가 재정위기를 해소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어요. 지금 우리 국민은 북한 핵을 안고 살고 있고, 향군은 빚을 이고 살고 있다고요(웃음). 2009년 취임 때부터 빚을 줄이는 게 제 임무라고 생각하고 이 문제에 깊이 고민해왔습니다. 밖에서 많이 우려하는데, 현재 빚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은행 빚이 총 6800억 원인데 현재 소송 중인 800억원을 제외하면 6000억 원입니다. 이 중 매각 가능한 담보물이 2000억 이상이기 때문에 실제 빚은 4000억 원 이하가 될 것입니다. 현재 향군 자산으로 잠실 향군회관(5000억 원), 중앙고속(1000억 원), 시군구 향군회관 건물(총액 2500억 원)이 있으니 자산이 마이너스인 것은 아닙니다.

    4월 5일 잠실 향군타워가 완공되면 재정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잠실 향군타워는 지상 30층 지하 6층 규모의 대형빌딩으로, 여기서 나오는 임대수익만 연 250억 원 정도입니다. 은행 이자를 내고도 남는 수준이에요. 중앙고속 등에서 나오는 보훈성금으로 향군 운영비를 쓰고 있는데, 이를 아껴서 원금도 갚아나갈 계획입니다. 직원 임금을 20% 삭감하고 올해도 200억 원의 경상비 중 50억 원을 줄이는 등 전 임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경상비를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수입원을 만드는 게 절실할 텐데요.

    “금융, 개발 등 사업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이들에게 자문해 사업을 내실 있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국방부 소유의 위례신도시 1만 평(3만3000여 ㎡) 부지도 확보했습니다. 이걸 개발해 수익을 창출할 방안입니다. 향군상조회도 활성화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향군은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통해 납품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여기서 연 80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데, 2015년까지 현재 수준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해놓았습니다. 그래도 원금을 다 갚기엔 부담이 큽니다. 우리가 이렇게 피나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으니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재향군인회장 선거제도가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대의원 380여 명이 회장을 뽑게 돼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향군 회장은 재선까지만 가능해 저는 더 이상 선거에 나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무 부담 없이 소신껏 향군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의혹을 불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회장 임기는 4년 단임제로 하고 선거인단도 10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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