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一聲)이 건축가답다. 8월 29일 한예종 제7대 총장에 취임한 김봉렬(55) 총장은 “현대 건축에선 설계와 시공의 주체가 다르지만, 고건축의 도편수는 양자를 총괄한다. 마찬가지로 대학 발전도 이상적 구상에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계획과 실행을 조합해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창’은 낡은 건물을 헐거나 고쳐서 다시 짓는 것. 명작으로 통하는 건축물들이 단순한 보존을 넘어 여러 차례 새로움을 더하는 중창을 거쳐 재탄생하듯, 김 총장은 올해 개교 21주년을 맞는 한예종도 중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듯하다.
1992년 10월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교육기관으로 문을 연 한예종은 그동안 피아니스트 손열음·김선욱,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클라라 강 등 세계적인 인재를 배출했다. 하지만 개교 당시 임용돼 정년퇴임을 앞둔 1세대 교수들을 대체할 우수한 2세대 교수진 확보, 분산된 캠퍼스 부지 문제, 입시·학위제도 개선, 재원 확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김 총장 임기 4년 중 30%에 가까운 교수 인력이 대거 은퇴하는 데 따른 세대교체 문제는 한예종이 획기적인 예술학교로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적 변수다.
“건축가 출신이라 뭘 해도 실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그의 말대로 김 총장이 어떤 ‘건축 자재’와 ‘공법’으로 한예종 제2의 도약을 이끌지 기대된다.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의 고건축 전문가인 김 총장은 1997년부터 한예종 미술원 건축과 교수로 재직했고, 문화재위원,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