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사행성 낮추고 공익성 높인다”

‘출범 10년’ 복권위원회 방문규 위원장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4-09-18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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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은 도박중독 유병률…불법 사행산업 대체 등 공익 효과
    • 연 1조5000억 복권기금 조성,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
    • 국산화한 온라인복권시스템 해외 수출 추진
    “사행성 낮추고 공익성 높인다”
    복권은 서민이 1000원으로 고단한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레저문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12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약 60%가 1년 이내에 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복권은 한탕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는 사행산업이기도 하다. 실제 로또복권 판매 초창기인 2003년경 100억 원이 넘는 고액 당첨자가 몇 차례 나오면서 ‘로또광풍’이 불기도 했다. 2004년 복권 판매 총액이 약 3조5000억 원으로,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0.56%에 달할 정도였다. 2004년 5월 복권위원회가 출범한 이유다. 복권위원회는 복권에 대한 사행심리가 만연하지 않도록 건전한 복권정책을 펴고, 복권 발행 및 판매 등을 관리하며, 복권 판매 수익금으로 조성된 복권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일을 하는 정부 기관이다.

    복권위원회가 출범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올해 예상 복권 판매 총액은 3조3000억 원대로 10년 전인 2004년과 차이가 없다. 반면 2004년 9000억 원이던 복권기금 조성액은 올해 약 1조5000억 원(예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래서‘사행성 억제’와 ‘공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복권위원회는 4월 ‘복권제도 중·장기 발전방안 정책토론회’를 여는 등 지난 10년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7월 복권위원장에 취임한 방문규(52)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만났다.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방 위원장은 예산과 재정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사회예산심의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을 역임할 정도로 예산 관련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기획재정부 대변인 시절엔 기자들로부터 일을 꼼꼼히 처리하면서도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성품을 지녔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복권 긍정 인식도 높아져

    ▼ 복권의 사행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간에겐 기본적으로 사행심리가 있습니다. 정부가 사행산업을 관리·감독하는 이유입니다. 복권위원회는 출범 초기부터 복권을 건전한 레저문화, 나눔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발행·판매체계를 효율화하고 저소득층·소외계층 복지 증진을 위해 복권기금 배분과 사용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복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따가운 질책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복권의 건전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

    ▼ 복권의 사행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지난해 우리나라 복권매출 규모는 총 3조2340억 원으로, GDP 대비 약 0.23% 수준이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복권은 중독도(도박중독 유병률)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표1 참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행산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긴 합니다만, 복권을 너무 억제하면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은 다른 사행산업(카지노, 경정, 스포츠 토토)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이연호 충북대 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논문 ‘사행산업 간 대체성과 총량규제 개편방안’에 따르면 카지노, 경마, 경륜은 다른 사행산업의 매출을 증가시키는 기능을 하는 데 비해 복권은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은 다른 사행산업(카지노, 경정, 스포츠 토토)의 매출을 감소시키는 대체관계 기능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복권은 건전한 오락을 제공하고, 불법 사행산업은 물론 도박중독 유병률이 높은 다른 사행산업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복권을 건전하게 육성하는 게 전체 사행산업 건전화에도 기여한다고 봅니다.”

    “사행성 낮추고 공익성 높인다”

    복권위원회는 행복공감봉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통해 복권의 공익성을 알린다.(왼쪽)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을 위해 복권기금이 사용된다는 걸 알리는 복권기금 광고.(오른쪽)

    ▼ 복권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낮더라도 사행성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복권의 사행성 억제를 위해 복권위원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개별 복권상품 광고를 억제하는 것은 물론, ‘이월횟수 2회로 제한’ ‘1인당 1회 10만 원 초과 판매 금지’ ‘청소년 판매금지’ ‘신용카드 구매금지’ 등의 강력한 정책을 펴왔습니다. 2년 전부터는 건전한 복권 구매문화 정착, 복권 과몰입 예방을 위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연예인 모델 활용을 지양하고 복권기금의 직접적 수혜 사례를 앞세운 복권기금 공익광고를 제작한 것도 복권의 공익성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행복공감봉사단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전개하며 복권 및 복권기금의 공익성을 알리는 활동도 합니다.”

    ▼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보는지요.

    “복권 및 복권기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2013년 12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복권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복권이 있어서 좋다’는 복권 긍정 공감도가 통합홍보 이전(2008년 5월 조사)의 52% 수준에서 64.5%로 12%포인트 이상 높아졌습니다. 복권을 레저, 오락문화로 생각하는 국민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지 사각지대 지원

    ▼ 복권 판매 금액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총 판매액에서 약 51%가 당첨금으로 지급되고, 판매수수료와 발행 및 유통비,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41% 정도가 복권기금으로 조성됩니다. 복권기금이 초창기 34% 정도에서 이 정도로 늘어난 것은 복권위원회가 제조, 유통, 판매의 효율성을 높인 노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이처럼 복권은 당첨된 개인에게 행운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 여성, 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공익사업에 사용됨으로써 사회적 나눔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복권기금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먼저 부처·기관별로 사업 신청을 받아 정부 부처별 고위공무원과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복권위원들이 심의를 합니다. 여기서 통과된 사업들은 다시 기획재정부 예산실 심의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저소득층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며, 일반재정으로 할 수 없는 사업인지, 이 사업을 통한 수혜자가 많은지도 고려합니다. 또한 복권기금 사업이 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금사업평가를 실시해 잘하는 곳엔 인센티브를 주는 등 국민이 낸 소중한 복권수익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 복권기금은 주로 어디에 사용됩니까.

    “국가에서 일반재정으로 보편적 복지를 펼치고 있습니다만,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지원하면 과도한 복지가 될 수 있지만 그 복지 혜택이 꼭 필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택 진료’를 보편적 복지로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분야의 질병은 특정 의사에게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지원해주면 훨씬 의미 있는 복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유·청소년 중에서도 취약계층 자녀에 대한 교육지원을 강화해 해당 청소년들이 어려움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경제·사회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자립기반을 넓혀나가는 사업도 필요합니다. 복권기금은 이런 부분에 중점적으로 사용합니다.”

    가장 높은 기금 조성률

    ▼ 그런데도 복권기금 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가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복권기금을 다양한 사업에 사용하다 보니 일반 국민으로서는 이게 정부의 일반재정 사업인지 복권기금 사업인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호주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복권기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도 국민이 복권기금의 공익성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복권기금이 국민에게 친근하게 인식될 수 있도록 복권기금을 상징하는 사업을 복권위원들과 함께 고민하려 합니다.”

    ▼ 공익적 사업에 기금이 사용되는 만큼 복권은 많이 팔릴수록 좋은 것 아닌가요.

    “복권기금은 중요한 국가 수입원 중 하나입니다. 국가로선 수입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복권은 수입 측면만 고려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건전한 여가문화로 즐길 수 있도록 사행성을 억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다른 사행산업의 공익기금 조성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리나라는 경마, 카지노,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 등 7가지 사행산업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복권의 기금조성률이 가장 높습니다(표2 참조). 복권위원회 출범(2004년) 이후 작년까지 약 10조7000억 원이 국민행복과 복지 향상을 위해 지원됐고, 앞으로도 해마다 1조5000억 이상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다른 사행산업은 기금 사용 범위가 특정 지역, 특정 대상으로 한정된 데 반해 복권은 저소득층을 비롯해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수혜 범위도 넓습니다. 이처럼 복권은 다른 사행산업에 비해 건전한 오락 제공, 불법 사행산업 대체뿐 아니라 공익재원 확보를 통한 저소득 취약계층 및 사회적 약자 지원 등 다양한 순기능적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정치권에서 통일복권 등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던데요.

    “통일복권은 그 취지에 비해 조성 효과가 미미할 수 있으며, 자칫 복권시장 및 수익금 배분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단순히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복권을 발행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새로운 복권은 건전한 레저문화 정착과 나눔문화 확산, 국민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행성 낮추고 공익성 높인다”
    아시아복권 총회 개최 추진

    ▼ 중점 추진하려는 복권 정책이나 계획이 있다면.

    “올해로 복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만 1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분석해 잘한 부분은 더 키워나가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서 더욱 건전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복권문화를 만들려 합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외국산에 의존했던 온라인복권시스템을 지난해 국산화함으로써 기술독립을 이뤘습니다. 국산화한 온라인복권시스템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켜 해외시장 개척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복권협회(APLA·Asia Pacific Lottery Association) 총회의 한국 개최가 성사된다면 우리의 온라인복권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때 기술을 전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나눔이라는 복권 철학을 함께 전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고민합니다.”

    ▼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권의 가장 큰 가치는 조성된 수익금으로 많은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행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실제로 보면 복권 구매자는 대부분 평균 8800원, 즉 1만 원 내외로 재미를 느끼면서 나눔을 실천해왔습니다. 작은 재미를 주면서 어려운 이웃도 돕는다는 게 복권이 가진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이 적은 돈으로 복권을 건전하게 즐기면서 나눔과 봉사를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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