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국방개혁 307계획’ 직격 비판

“육군 출신 이너서클에 갇힌 MB, 최악의 개악 하고 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국방개혁 307계획’ 직격 비판

2/5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국방개혁 307계획’ 직격 비판
▼ 307계획에 포함된 상부구조 개편안에 대한 비판도 그런 차원인가요? 육군이 해·공군이 갖고 있는 것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말은 합동군제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이건 통합군제입니다. 한 사람에게 3군의 군령권뿐 아니라 군정권도 일부 주겠다는 건데 헌법정신에 어긋날 뿐 아니라 문민통제 정신에도 맞지 않아요. 미국도 합참의장이 실질적으로 전군을 지휘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지휘관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최고사령관은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니까요. 그러한 체제에는 유서 깊은 함의가 담겨 있는 겁니다. 미국이라고 당장 쿠데타가 일어날까 싶어 그러는 걸까요. 오랜 기간 군을 운영한 뒤 나라를 지탱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내린 결론이라는 겁니다. 65만이라는 대군을 가진 우리가 조그마한 군대를 가진 나라들처럼 통합군을 하겠다는 건 난센스예요.

국방개혁의 목표가 뭡니까. 현재의 문제점을 바꿔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것 아닙니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쳐 오면서 지적된 가장 큰 문제점은 합참 주요 지휘계선이 육군 일색이어서 서해나 공중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에 전문성 있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안함 폭침 당시 초기대응에 문제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요. 합참 지휘선상에 브리핑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업무상관성이 별로 없는 해군 준장을 불러다가 카메라 앞에 세웠잖아요. 확인된 문제점을 고칠 생각은 않고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방부와 합참은 이미 머리가 너무 무겁습니다. 합참에만 요원이 1000명이에요. 전세계 어디에도 이런 가분수가 없어요. 시대정신은 분권화, 전문화를 향해 가고 있는데 우리 군만 날이 갈수록 중앙집권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겁니다.”

▼ 그렇지만 현대전이 이른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으로 변화하면서 육해공 전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닙니까. 정보를 중앙으로 집중해 통합적으로 결정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건 네트워크 중심전을 잘못 이해한 거예요. 네트워크의 핵심은 정보의 유비쿼터스예요. 각군이 구성하고 있는 전력을 통합적으로 네트워크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육해공군 모든 작전부대에서 나오는 상황을 모두가 동시에 한 화면으로 공유할 수 있으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자동적으로 답이 나와요. 어디서든 정보를 보고 행동할 수 있는데 왜 한곳에 모읍니까. 네트워크 중심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분권화를 뒷받침하는 모토예요. 이걸 중앙집권화에 써먹는다는 건 개념 자체를 이해 못했다는 뜻이죠. 통합군제를 택한 나라들을 보면 각 구성군의 특성이 전혀 없습니다. 합참의장에게 인사권을 주고 교육·군수 기능마저 통합해 직할로 두면 합참의장 입맛대로 할 수는 있겠지만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수 중에 하수

▼ 현재의 계획에 포함돼 있는 합참의장의 인사권은 합참 조직 구성원에 국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합참의장이 자기가 쓸 사람을 자기가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합참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텐데요. 그간 ‘합참에서 쓸 만하면 각군 예하부대로 인사가 나더라’거나 ‘각군에서 최고 인재는 합참에 보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합참 조직에 국한된다는 건 시작일 뿐이에요. 합참의장이 최고지휘관이기 때문에 각군 총장은 그 부하가 됩니다. 결국 전군 인사를 다 하는 거예요. ‘제한된 인사권’이라고는 하지만 그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내가 총장을 할 때 절감한 것이지만, 각군은 최고의 인원을 뽑아서 합참에 보냅니다. 그들이 잘못하면 해군 전체가 시원치 않다는 평가를 받을 텐데 적당히 하겠다고 빠질 사람이 있겠습니까.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합참의장의 리더십에 달린 겁니다. 더욱이 지금도 합참 인원을 발령 내려면 협의를 거쳐야 해요.

합참 직위의 전문성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필요한 건 합참에서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죠. 합참이나 국방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는 사람은 장군 진급이 안 된다고 못박아두면 서로 가려고 나설 수밖에 없고 가서도 몸이 부서지도록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좋은 대안이 있는데 왜 부작용이 뻔한 인사권 부여를 택합니까. 이건 하수 중에도 하수예요.”

2/5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목록 닫기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의 ‘국방개혁 307계획’ 직격 비판

댓글 창 닫기

2023/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