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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한중관계 공동 발전을 위한 3가지 해법

화이부동(和而不同), 남북관계 개선, 외교력 축적

한미동맹-한중관계 공동 발전을 위한 3가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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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외교로 한반도 정책 변화

이와 같은 기본 정책노선은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도 미묘한 변화를 초래했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를 과거 혈맹관계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국가 간 우호협력 관계로 정상화하려고 했다. 따라서 냉전시대와는 달리 북한의 ‘합리적 주장’에 대해서만 지지하고, 북한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전환하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은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悍然) 핵실험을 했다”면서 신랄하게 북한을 공개 비판했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미국과 서방세계의 무력 제재나 북한의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외부세력의 위협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관점에서는 한미와 같은 입장이었지만, 한반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 안정이 필요하다며 전통적 우호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견지하려고 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사이에는 미묘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바로 이런 전략적 합의가 한중관계 발전의 기반이 됐다.

세력전이 시대의 불안정성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중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21세기 탈냉전과 세계화시대가 열어놓은 기회의 창을 양국의 실용주의적 지도부가 적극 활용해 공동발전을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21세기는 이런 긍정적 측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와 무한경쟁 시대의 부작용이 노출되고, 중국 등 신흥 강대국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제정치는 이른바 세력전이(power shift)의 불투명한 시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21세기의 세력전이는 거시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15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한 서구문명과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정치의 세력구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탈냉전과 더불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잠시 등장했지만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계기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의 쇠락이 가시화되고 다양한 신흥강대국이 등장하면서, 복수의 강대국 간 상호 경쟁과 협력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세력전이 시대의 불안정성과 불투명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바로 아시아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부강한 중국의 등장은 미국 중심의 아시아 국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은 대담한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면서 연평균 9.9%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그 결과 중국은 미국 다음의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군사·외교 차원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일본이나 한국과의 관계 개선도 실현했고, 불편한 관계에 있던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었다. 더구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국은 아시아 여러 나라와 상호의존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인의 자신감이 증대되면서 중국 사회 내부에서는 ‘도광양회’와 ‘화평발전(和平發展)’의 대외정책 노선보다 더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중국의 권리와 요구를 떳떳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중화 민족주의’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최근 중국은 더 분명한 목소리로 중국의 입장과 주장을 강변하면서 자국 이익을 관철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들, 이를테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라든지 티베트-신장 위구르 등 소수민족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분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더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있다.

한미동맹-한중관계 공동 발전을 위한 3가지 해법

한국을 방문하기 전 북한 김일성대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는 리커창 부총리.

실제 2010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부근에서 발생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사건에서 촉발된 중일 영유권 분쟁 과정에서 중국은 외교적 압박과 더불어 희토류 수출 금지라는 경제적 수단까지 동원했다. 또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미국 등 제3세력의 개입에 대해 공개 경고하고,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무력시위도 서슴지 않는 강경 입장을 견지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도 중국은 동맹국인 북한을 감싸고도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최근에 중국이 보여준 기세등등한 대외 행동(口出口出逼人的行動)은 탈냉전 이후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기대하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놀라게 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중국위협론을 다시 촉발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회복에 기여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과 중국 간 상호 의존도가 급등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내심 우려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의 강경하고 오만한 행동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촉발하자 미국은 때가 왔다는 듯 중국을 견제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스스로 아시아-태평양 국가라고 선언하고, 아시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분명히 했다. 한국-일본-호주 등 전통적으로 미국의 동맹국가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인도-베트남-러시아-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추진하며, 군사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부각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억제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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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위원장 jysuh@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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