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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실체 없는 청와대 압력 의혹 옷로비 사건 재판(再版) 되나

디도스 수사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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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 경찰에 이어 검찰도 범행 배후가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 경찰 수사가 그다지 잘못되지 않았음을 검찰이 확인해준 셈이다. 특검 수사에서도 사건의 본질은 바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경찰은 왜 그토록 두들겨 맞은 것인가.
  • 청와대 압력설의 실체는 뭔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경찰 죽이기’ 음모론은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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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디도스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검찰.

디도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론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었다.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는커녕 그토록 비난을 받았던 경찰 수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와 다른 건 두 가지. 우발적 단독범행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사전에 계획한 공동범행이라는 점, 관련자들 간 금전거래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이라기보다는 이미 경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는 점, 사전 공모(共謀)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윗선 개입’이 없었다고 판단한 점에서 경찰 수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특검 수사를 의식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은폐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특검이 다시 수사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검찰 주변에서는 “배후가 있다면 그걸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디도스 사건 수사를 이끈 김봉석 첨단범죄수사2부장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경찰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했다. 공모 여부는 객관적인 증거들로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은 이상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찰이 시간에 쫓기면서 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할 점이 있다.”

“단순 무식한 범행”

현재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부실수사나 축소·은폐수사였다면 검찰이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검찰이 여권을 의식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했을 개연성도 작아 보인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최구식 의원이 관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부담 없는 수사였다”며 “정권 말기에 오히려 한 건을 노리는 검찰이 이런 수사를 허투루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범행) 동기가 여전히 궁금하긴 하지만 배후는 없다고 본다. 배후가 있다면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격과 같은 단순 무식한 범행을 안 했을 것이다.”

경찰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수사로 적어도 경찰이 축소·은폐수사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하소연이다.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선 “짧은 수사기간에 계좌추적과 통화조회 등 할 건 다했다”고 말한다. 관련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검찰에 영장을 신청해 압수수색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사자 동의를 얻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압수수색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 주변에서는 음모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 경찰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언론에 미공개 수사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해서 흘리고 청와대 외압 의혹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궁지에 몰린 것은 축소·은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언론에 의해 단계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내놓은 경찰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아니, 언론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는지 모른다.

맨 처음 경찰을 곤경에 빠뜨린 건 청와대 행정관 관련 사실이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청와대 행정관 박모 씨가 관련자들의 식사모임에 동석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의 추적보도로 이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시인하며 “범행과 관련 없기 때문에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수사 결과 발표 후엔 박 씨와 사건 관련자 간에 금전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언론의 문제 제기는 타당한 것이었다. 경찰이 브리핑에서 다른 관련자는 다 공개하면서 유독 청와대 행정관 박 씨만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가 박 씨에게 500만 원을 건넨 날은 공교롭게도 선거 당일인 지난해 10월 26일이었다. 박 씨가 한 달 뒤인 11월 29일 400만 원을 갚긴 했지만 의혹을 제기할 만한 정황이었다.

범행 대가인가, 아닌가

하지만 수사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 사건 전날인 10월 25일 관련자들의 모임은 두 번 있었다. 1차는 광화문 근처 음식점이었고, 2차는 강남의 룸살롱이었다. 그런데 1차와 2차 참석자가 다르다. 1차 참석자는 4명.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 씨, 공성진 의원 전 비서 박모 씨, 그리고 문제의 청와대 행정관 박모 씨였다. 이 중 2차 자리에도 참석한 사람은 김 씨와 공 의원 전 비서인 박 씨다. 2차에는 두 사람 외에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 씨,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모두 6명이 있었다.

애초 경찰이 파악한 1차 참석자는 국회의장 비서 김 씨와 공 의원 전 비서 박 씨, 그리고 신분을 알 수 없는 김모 씨 세 사람이었다. 김모 씨의 신분을 알 수 없었던 것은 관련자들이 진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의 추적으로 김모 씨가 정두원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는 자신의 신분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같이 밥 먹은 사실밖에 없는데 신분을 공개하는 바람에 정 의원한테 피해를 끼치게 됐다”는 얘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와대 행정관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저녁 조사과정에서 국회의장 비서 김 씨의 진술로 1차 자리에 한 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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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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