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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패(牌)도 모른 채 민주당에 올인”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의 아슬아슬한 ‘신혼’ 한 달

“한나라당 패(牌)도 모른 채 민주당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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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패(牌)도 모른 채 민주당에 올인”

지난해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신임 지도부 및 민주진보통합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내 노동단체 정치 세력화에 속도가 붙었다. 2011년 12월 16일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과 문재인 이해찬 등 친노계 인사들이 구성한 시민통합당이 결합했고 이에 조합원 87만 명의 한국 최대 노동단체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이 합세했다.

11인으로 구성된 민주통합당 임시지도부에는 정광호 한국노총 전략기획처장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등 2명의 노동계 인사가 최고위원으로 참여했다. 원혜영(민주당), 이용선(시민통합당) 공동대표 외에 민주당 4명, 시민통합당 3명이 최고위원직을 맡았다.

‘5대 4대 2’라는 비율로만 보자면 한국노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한국노총 조합원 87만 명은 새로 출범하는 민주통합당에 보물 같은 존재다. 실제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에 출마한 9명 후보 중 한명숙, 박영선, 이강래 등 후보 다수가 “노조법 전면개정과 비정규직 감축·차별철폐를 골자로 하는 한국노총의 7대 노동계 현안 진단 및 과제에 대해 전면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노조법 개정과 론스타 문제에 적극적으로 답변한 박영선, 김부겸 등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 당론에도 한국노총의 입김이 크게 작용해 민주통합당은 1월 13일 금융당국에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통합당 총선 예비후보들이 한국노총 조직 사무실을 방문해 “민주통합당과 한국노총은 한가족이니 저를 밀어달라”며 인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한국노총이 민주당과 손을 잡게 된 데에는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이 컸다.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지만 확실한 배후 조직이 없는 손 고문에게 조합원 87만 명이 버티고 있는 한국노총이 매력적인 존재임은 틀림없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간부들과 가까이 지냈다. 또한 손 고문의 분당 보궐선거 승리 역시 한국노총, 특히 금융노조 조합원의 지지가 주효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실제 손 고문은 2010년 10월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된 이후 한국노총 간부들을 여러차례 만나며 한국노총 영입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한국노총 역시 민주당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1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파기했지만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정치 세력화 필요성이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었다.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파기로 내외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한국노총으로서는, 최고위원직을 보장하고 지도부 선출에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부여하며 통합당 당헌과 강령에 노동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기로 한 민주당의 제안이 솔깃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노총 잡아야 선거 이긴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국노총의 ‘신혼 한 달’이 달콤했던 것만은 아니다. 첫 충돌은 ‘론스타 국정감사’ 때문에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31일, 2012년 예산안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면서 18대 국회 처음으로 예산안이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될 거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결국 민주통합당이 본회의에 불참함으로써 합의 처리는 무산됐다.

민주통합당이 여야 예산안 내용에 동의하면서도 표결에 불참한 것은 론스타 국정조사 문제 때문이었다. 민주통합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 금융감독 당국의 부실,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감사원 감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론스타 청문회를 먼저 실시한 뒤 필요할 경우 국정조사 도입을 논의하자는 한나라당의 절충안도 거부했다.

론스타 문제를 민주통합당이 들고 나온 이유는 한국노총 측이 론스타 국정조사 도입을 강하게 요구한 데 있다. 예산안 통과 하루 전인 12월 30일 금융노조 위원장이기도 한 김문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우리 당 원내교섭단이 이 부분에 대해 의지가 약하다”고 비판하며 “우리 당이 이를 관철하지 못한다면 노동계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며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의 관계 설정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금융노조와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 30여 명은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탈퇴를 요구하며, 한국노총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특히 금융노조의 ‘넥타이·힐 부대’는 한국노총의 민주통합당 합세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이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혹스러움을 나타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월 3일 열린 원내 대책회의에서 “민주통합당이 마지막 본회의 때 예산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론스타 감사를 조건으로 요구했다. 감사원 감사를 할 때에는 구체적인 혐의가 있어야 하는데 혐의를 찾아내기 어려운 현 상태에서 어떻게 감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예산은 예산대로, 국정은 국정대로 논하는 전통을 세워야 하는데 민주통합당이 노조 식의 투쟁 자세로 국정에 임하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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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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