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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해외활동도 ‘정권 안보’ 연계 국내 파트-경찰 수사기능 통합해야”

국정원 前 고위간부의 ‘국정원 정치공작’ 비판

“대북·해외활동도 ‘정권 안보’ 연계 국내 파트-경찰 수사기능 통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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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정원, ‘국가 안보’ 아닌 ‘정권 안보’ 체질
  • ● 잘못 인정하면 대통령 책임으로 번지니…
  • ● 국내 정치정보 수집능력 세계 최고 수준
  • ● 권력자 입맛 맞게 정보 가공한 사례 많아
“대북·해외활동도 ‘정권 안보’ 연계 국내 파트-경찰 수사기능 통합해야”
국가정보원이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업체 ‘해킹팀’에서 휴대전화 전방위 해킹이 가능한 ‘RCS(Remote Control System)’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카카오톡 해킹 기술에 대한 진전 사항을 해킹팀에 문의한 사실도 밝혀졌다. 국정원은 ‘대북·대테러용’ ‘국내 실험용’이라고 해명했으나 7월 18일 해당 업무를 담당한 임모(45) 과장이 자살하면서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할 당시 근무한 국정원 차장급 이상 핵심 간부 중 현재까지 자리를 지킨 이는 없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3명의 원장(남재준·이병기·이병호)이 임명되면서 실·국장도 대부분 바뀌었다. 국정원은 ‘차단의 원칙’을 지키면서 일한다. 다른 부서나 동료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알려 하지도 않는다. 훗날 불법 감청 및 해킹 의혹 사건의 불똥이 다른 곳에서 튈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탈북자 유우성 씨 간첩 수사 증거 조작’ 시비가 불거졌을 때 국정원은 “조작이 아니며 우리는 관여한 바 없다”고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나중에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병호 현 원장은 올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개입이 국정원을 망쳤다”면서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은폐가 더 무거운 범죄라는 것을 잘 안다”는 말이 흰소리가 돼서는 안 된다.

국정원 안에 정보·안보·공작 업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부서는 없다. 원장, 기조실장도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다. 세포가 제각각 구실하는 생물(生物) 비슷한 측면을 지녔다. 휴대전화 불법 감청 및 해킹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든 전모는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또한 정보기관 속성상 밖에서 실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정원의 업무 처리 절차, 외부에 대한 대응 방식, 직원의 사고방식을 들여다보면 ‘정치 개입 댓글 사건’ ‘간첩 수사 증거 조작 사건’ ‘휴대전화 불법 감청 및 해킹 의혹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쉽다.



태생적, 체질적 한계

“대북·해외활동도 ‘정권 안보’ 연계 국내 파트-경찰 수사기능 통합해야”


8월 8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에서 고위직(1급)으로 일한 인사와 인터뷰했다. 국정원 인사가 현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안 돼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구해우 전 기획관(북한 담당)은 국정원 재직 당시 ‘실세’로 통했다. 국정원법은 전·현직 직원이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받게 돼 있어 그의 답변 내용 중엔 ‘행간’을 읽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구 전 기획관은 “국정원은 정권안보기구로 출범했다는 태생적 · 체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국가안보보다 정권 안보를 중시하는 체질 때문에 정치권력에 줄 대는 행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보기관 요원들이 댓글 공작이나 하고, 북한과 관련해 소설 같은 이야기를 흘리는 언론 플레이 공작이나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해외 및 북한 파트와 국내 파트를 분리하는 것을 포함한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은 분단돼 있다. 안보 위기가 상존한다. 국정원이 올바르게 서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를 성취한 우리는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눈앞에 뒀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정보기관의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 및 전략 수립은 국가 생존과 관련이 있다. 다양한 비밀공작 또한 국가 생존의 밑바탕이 되는 필수 사안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정부의 다른 부처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인적 자원을 가졌으며 막대한 예산을 쓴다. 국가 안보와 통일 달성의 핵심 축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국정원의 조직, 인원은 국가 기밀이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국정원의 ‘국(局)’ 한 곳이 통일부와 같은 내각의 ‘부(剖)’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원이 많다”고 말했다.

▼ 국정원 본연의 임무는 물밑에서 국가 안보의 버팀목 구실을 하는 것이다. ‘정권의 시녀’ ‘대통령의 사냥개’라는 말을 들어서야….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정보와 관련한 활동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해외 및 북한 정보 수집 및 공작 능력은 50점 넘게 주기 힘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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