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 과장은 왜 자살했을까요.
“그는 전산 담당으로서 그 프로그램을 구입하자고 했고 올해 4월까지 그 일을 전담하다시피 했어요. 7월 10일쯤 우리 언론에 보도됐고 13일 임 과장을 불렀대요. 임 과장은 17일까지 거의 제대로 잠을 못 잤대요. 이런 상태에서 16일 새벽 1시쯤 해킹 자료 51건을 삭제한 거죠. 그냥 자료를 하나하나 딜리트(delete) 키로만 삭제했어요. 국내 IP(인터넷주소)도 뜨니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오해받겠구나 싶어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16일 오후 이병호 국정원장이 원본을 공개하겠다고 했어요. 자기가 삭제해버렸으니 큰일 난 거지. 공무원은 자기가 한 일로 사회적 물의가 일면 엄청 쇼크를 받아요. 임의로 자료를 삭제했는데 상관이 공개하겠다고 하니 심적 부담이 더 커졌겠죠. 그러나 임 과장이 실제로 잘못한 건 없어요.”
▼ 잘못한 일이 없다면 그냥 놔두지 왜 삭제했을까요. 그가 유서에 쓴 ‘오해 살 일’은 무엇일까요.
“본인은 국내 것이 없다고 말했고, 국내 사찰이 문제시되는데 국내 IP가 31개나 뜨니까 숨기려 한 거겠죠. 국정원은 임 과장이 삭제한 해킹 자료 51개의 내역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보여줬어요. 이름을 정확히 보여주진 않았지만 이름 첫 글자가 영어로 된 사람도 있고 한자로 된 사람도 있고.”
▼ 한국인은?
“없죠.”
야당은 △삭제된 자료에 다수의 국내 IP가 발견되니 내국인 사찰이 의심된다 △SK텔레콤이 관리하는 국내 IP 3개를 해킹한 흔적은 내국인 사찰의 증거다 △해킹팀 자료에서 국내 IP 138개가 나온 것은 내국인 사찰의 증거다 △삭제된 파일이 100% 복원됐다고 믿을 수 없다 △삭제된 원본 및 삭제되지 않은 목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SK텔레콤 쪽 IP 3개가 내국인 사찰 증거’라는 의심부터 살펴보죠.
“국정원이 관리하는 IP로 밝혀지자 야당도 이를 인정했어요.”
“얼마나 빈약하고 어설픈지”
▼ 해킹팀 자료에서 국내 IP 138개가 발견된 것을 두고도 야당이 의혹을 제기했죠.
“해킹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이뤄질 때 세계적으로 4만718개의 IP가 이용됐는데 여기에 국내 IP 138개가 있었어요. 그래서 해킹팀이 이들 국내 IP에 방어막을 친 거죠. 국정원 해킹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고려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밝혀냈어요. 야당의 공세가 얼마나 근거가 빈약하고 어설픈지 보여주는 사례들이죠.”
▼ 야당의 요구 중 핵심은 삭제한 하드디스크 원본과 삭제하지 않은 데이터 목록입니다. ‘원본(로그파일)’, 좀 어려운 용어인데….
“국정원이 해킹한 휴대전화의 사용자가 누구냐, 무슨 목적으로 해킹했느냐, 해킹한 내용이 뭐냐, 이런 걸 제출하라는 거죠.”
▼ 줘버리면 안 되나요.
“로그파일을 내놓으라는 건, 현영철(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총살됐다고 발표했을 때 그 자료를 누구로부터 어떻게 입수했는지 밝히라는 것과 같아요. 국정원장 말이, 그런 자료를 주면 세계 정보기관의 웃음거리가 된대요.”
▼ 전체 그림으로 보면, 국정원은 해킹팀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RCS) 20건을 구매해 그걸로 몇몇 사람의 휴대전화를 해킹했고 임 과장이 이 해킹자료 중 일부를 삭제한 것이죠?
“그렇죠.”
▼ 몇몇 언론은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 20건으로 20개의 휴대전화를 해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인가요. 임 과장이 삭제한 자료가 51건이나 돼서….
“(국정원이 해킹한 휴대전화는) 20개가 아니고 200개. 한 건으로 한 대 하는데 임무 완료되면 딴 거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