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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포퓰리즘이다

정보기관 개혁 국정원 개혁 외치다 집권하면 딴소리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정보기관 개혁 국정원 개혁 외치다 집권하면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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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가안보 아닌 정권안보에만 골몰”<前 국정원 고위인사>
  • ● 文 “국내 정보 수집 폐지…대공수사권 ‘국가경찰’로”
  • ● 安 “권력 향유·이익 추구…조직·기능 분산해야”
  • ● 洪 “정치 줄서기 행태 강력 처벌할 것”

2013년 3월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된 국정원 직원 A씨와 독대했다. 남 전 원장이 육사 25기, A씨는 41기로 독대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았으나 청와대 인사가 A씨를 만나보라고 요청해 새카만 육사 후배이자 부하 직원과 1대 1로 대화를 나눴다. 남 전 원장은 그날 밤 11시께 측근 인사에게 전화를 걸어 “걔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 남 전 원장 전화를 받은 측근은 이렇게 회고했다.

“남 전 원장이 욕설하는 것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 사람이 쌍욕을 하면서 ‘걔부터 잘라’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국정원에서 파견한 것이니 소환해서 자르라는 거였다.”

A씨는 박근혜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후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할 때 위세가 대단했다. 2013년 5월 논란이 된 이른바 ‘국정원 정치 개입 문건’과 관련해 입길에 오르면서 국정원으로 복귀한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인 지난해 12월 국정원 내 ‘최순실 그룹(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등)’으로 지목돼 1급 인사명령에서 대기발령을 받은 후 국정원에서 나왔다.

A씨는 남 전 원장에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망쳐놓았다”면서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말했다고 한다. A씨는 2014년 8월 국내 정보를 분석·총괄하는 국내보안국장으로 영전한다. 남 전 원장이 물러난 지 석 달 뒤다. A씨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도 똑같이 행동했다.

2014년 8월 국정원 인사를 두고 이병기 당시 원장은 “내 뜻이 아니다”라고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권력 실세 집단을 뒷배로 삼고는 2년 5개월 동안 국내 정보가 오가는 길목을 장악했다. 국정원 내 최순실 관련 정보 수집을 통제했으며 차장, 원장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실세들의 ‘국정원 농단’

남 전 원장은 “A씨를 왜 안 잘랐느냐”는 질문에 “A는 청와대 파견관으로 나가 있었는데 문제가 생겨 불러들였다. A를 ‘무보직 대기’시키고는 국장 자리를 주지 않았다. 국장을 시킨 것은 내가 아니다. 국가공무원법에 규정이 있는데 어떻게 공무원을 막 자르나.”

남 전 원장은 A씨를 ‘국정원 정치 개입 문건’과 관련한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게 하면서 한직(閑職)에 뒀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장 중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까지 1급 인사를 직접 한 사람은 남 전 원장이 유일하다. 이병기 전 원장 취임 이후부터는 문고리 3인방 등 실세 그룹 구미에 맞는 이들로만 국·실장이 임명된 것이다. 남 전 원장도 기조실장과 1·2·3차장 인사는 뜻대로 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이렇듯 권력 실세 그룹에 휘둘리는 조직으로 전락했으며 국내 정치 개입, 정치 사찰, 간첩 증거 조작(유우성 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법적 판단과는 다르다는 평가도 있다), 관제 데모 지원, 댓글 부대 운영 등의 일탈로 지탄을 받았다.

1월 2일 박영수 특별검사는 관제 데모 의혹을 파악하고자 이병기 전 국정원장 자택을 압수수색해 업무기록과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이 전 원장은 특검에서 “국정원이 친(親)정부 단체를 지원해왔다”면서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기조실장에게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계속 있던 지원이라 굳이 손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어버이연합 같은 곳을 ‘건전 단체’로 일컬으면서 지원해왔다. 건전 단체는 국정원에서 친(親)정부 단체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나랏돈이 특정 정권의 호위병 격인 집단들의 집회 비용 등으로 사용된 것이다.

외교 안보 전문가로 국정원에 들어가 고위직으로 일하면서 정보기관의 실상을 들여다본 K씨는 “박정희 정부의 정권안보 기구로 출범했다는 태생적·체질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를 중시하는 체질 탓에 정치권력에 줄을 대는 행태가 나타난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태생적 한계 극복 못해”

“정보기관 요원들이 댓글 공작이나 하고, 북한과 관련해 소설 같은 이야기를 흘리는 언론 플레이 공작이나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정원은 정부의 다른 부처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인적 자원을 가졌으며 막대한 예산을 쓴다.

국가 안보와 통일 달성의 핵심 축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정보와 관련한 활동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해외 및 북한 정보 수집 및 공작 능력은 50점 넘게 주기 힘든 수준이다.”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의 제언은 다음과 같다.
“국정원 국내파트는 경찰의 수사 기능과 합쳐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슷한 형태의 중앙수사국(KFBI)으로 통합하는 게 옳다. 경찰은 치안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고 수사 기능만 분리해 KFBI에 합류시켜야 한다.

검찰은 수사 기능을 KFBI에 넘기고 공소유지 전담기구로 재편해야 한다. 국내 정보수집과 수사를 하는 KFBI는 미국처럼 법무부 장관의 지휘와 의회의 감시를 받게 하자.

안보·사정기관을 이렇게 재정립하면 국정원은 해외 및 북한만 담당하는 독립 정보기구가 돼 북한을 상대하는 것을 넘어 중국, 일본 정보기관과 경쟁할 수 있다.”


文 “한국형 CIA로”

역대 대선에 출마한 이들도 국정원 개혁을 외쳤으나 막상 당선되면 생각을 바꿨다. 권력의 눈, 귀가 돼주고 때로는 해결사 노릇까지 하는 정권안보 기구로서의 정보기관이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이 권력의 정치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은 당위(當爲)다. ‘신동아’는 주요 대선후보에게 국정원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물었다. 당선된 후 약속을 지키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문재인 후보는 “국정원은 그간 간첩을 조작하고 국민을 사찰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일삼는 등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폐지하고 대(對)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최고의 전문 정보기관인 ‘한국형 CIA’로 새 출발하도록 하겠다.

국내 정보 활동의 빌미가 된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없애겠다. 대공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 수사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 더욱 강한 안보 능력과 정보력을 갖춘 새로운 정보기관으로 쇄신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게 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개혁 방안이 비슷하다.
“국가정보원이라는 명칭을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 직무 범위를 국외 정보의 수집·작성·배포로 제한하고, 수사권을 폐지하겠다. 아울러 국회의 국정원에 대한 예산 및 결산 감독권을 강화해 권한 남용을 방지하겠다.”

홍준표 후보는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에 반대했다.
“몇몇 정부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자의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에 줄서기를 한 잘못된 사례가 있으나 국정원은 미국 CIA를 모델로 만들어진 최고의 정보기관이다. 국정원은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직원 중 정치에 개입한다거나 줄서기 하는 사람은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관계법을 개정할 것이다. 최근 들어 국정원이 대외 정보 외에 산업스파이 수사, 마약 유통 정보 등 다양한 분야까지 다루는 만큼 국내파트를 폐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安 “의회 감시 기능 강화”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 후보는 대공수사권 이전 등에 반대하면서 “너무 많이 개혁돼 ‘식물 국정원’이 될 판이다. 미국 같은 경우는 애국법(Patriot Act)에 따라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일을 거의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면서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안철수 후보는 “국정원이 국익 수호가 아니라 권력을 누리고 이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이 됐다”고 비판했다. “대선 개입 사건 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안 후보 측은 국정원 개혁 방안을 가다듬고 있다(4월 15일 현재). “국정원 구조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안 후보의 소신에 따라 △의회 감시 강화 △조직 및 기능 분산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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