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서울교육행정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
서울교육행정에 ‘피터 드러커 프로세스’ 적용
학생인권조례는 ‘교육받을 권리’ 침해…‘의무’도 보완해야
“친일 교육 심판한다? 있지도 않은 유령 때리는 격”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맞춤형 교육할 것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 [지호영 기자]
조 후보는 1960년 7월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3살 때 부산으로 이주해 초‧중‧고교 시절을 보냈다. 부산 가야고 졸업 후 1980년 고려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1984년 학사 학위를 받았다. 군 제대 후 1980년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입학했고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인천대와 명지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인천 남동을 선거구에 출마해 무소속 이원복 후보를 꺾고 당선했다. 의원 시절 초‧중등학생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해소에 관한 특별법안,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다양한 교육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 서울혁신공정교육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조 후보는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조희연 전 교육감에 이어 2위 득표(23.49%)로 낙선한 바 있다. 전임 조 교육감이 ‘진보’를 표방해 왔다는 점에서 이른바 ‘보수 우파’를 표방한 조 후보가 당선한다면 서울시 교육행정의 ‘정권교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조 후보는 ‘서울교육 체‧인‧지(體‧仁‧智)’를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측정할 수 없다면 평가할 수 없다”
-서울시 교육행정을 어떻게 바꿀 계획인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엉망이 된 서울교육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우선 교육행정의 현실부터 파악하려고 한다. 서울교육행정에 ‘피터 드러커 프로세스’를 적용해 각종 교육적 요소에 대한 측정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교육행정 측정의 예를 든다면?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급식 만족도, 학교 폭력 실태 등을 조사해서 공개하려고 한다. 또 그동안 창의와 혁신교육 명목으로 수천만 원씩 지원했는데, 그 돈이 과연 어디에 쓰였는지도 살펴볼 생각이다.”
조 후보는 “어떤 학교는 창의 교육, 혁신 교육한다면서 학교에 닭장 만드는 데 수천만 원을 쓴 곳도 있다고 한다”며 “예산 낭비 사례가 없는지 리뷰해보고, 자격 없는 사람을 교장에 앉히기 위해 공모제를 악용하지 않았는지 따져 볼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대표 공약이 체‧인‧지(體‧仁‧智)다. ‘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지금 서울의 학교 체육은 완전히 형해화(形骸化)돼 있다. 체육시간이 일주일에 보통 2시간 정도 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오전이면 오전, 오후면 오후 시간을 모두 할애해서 집중적으로 아이들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면 다양한 체육활동이 가능하다. 학교 주변 야산도 오를 수 있고, 한강 시민공원에 나가 뛰어놀 수도 있을 것이다.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시설 중 평일 낮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과 연계한 체육활동도 가능하다. 만약 이동이 필요하면 셔틀버스를 지원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충분한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체(體)에 이어서 인(仁)은 어떻게 구현할 예정인가.
“학생인권조례부터 살펴봐야 한다. 조례가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다.”
-어떤 점에서 그렇다는 건가.
“인권보호라는 이유로 학생 권리만 강화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비슷하게 돼 버렸다. A학생이 주장하는 권리와 B학생이 주장하는 권리가 충돌했을 때 중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이들이 인권조례를 악용하거나 오용, 남용해 교사를 가스라이팅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자기 맘에 들지 않는 교사가 자신을 학대했다고 신고하는 순간부터 그 교사의 인생은 괴로워진다.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경위서를 써야 하고, 교육청에 불려 다니면서 청문회 비슷한 것을 받아야 한다. 갖은 괴로움을 다 겪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교사를 모욕하고 수업 분위기를 흐려도 외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수업 붕괴, 교실 붕괴 원인이 거기서 비롯됐고, 교사의 직업적 자긍심도 그로 인해 크게 훼손됐다.”
“뉴라이트 교육 청산? 유령 때리기!”
조 후보는 미국 학생권리장전을 예로 들며 “권리를 보호받으려면 그에 따르는 책임을 준수해야 하는데, 지금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권리’만 있을 뿐, 학생이 지켜야 할 ‘의무’가 빠져 있다”며 “현행 조례는 비교육적일 뿐 아니라 때로는 반교육적 행태까지 유발해 교육 파괴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수업 파괴, 교육 파괴 현실은 헌법이 보장한 ‘교육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조 후보를 향해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뉴라이트 교육 청산하자’고 주장한다.
“일종의 ‘유령 때리기’다. 지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누구 때문에 하는가. 지난 10년 동안 서울교육행정을 쥐락펴락한 사람은 진보를 표방한 인사다. 지금 심판받아야 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전임 교육감 아닌가. 그런데 있지도 않은 대상을, 교육행정을 하겠다고 이제 막 나선 사람이 뉴라이트 교육을, 친일 교육을 해서 심판하겠다고 하다니…. 허공에 대고 비판하는 거 아닌가. 유령을 때리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인 2010년 조 후보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국 초·중등학교와 유치원 교사의 교원단체와 교원노조 가입 현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5개 노조 소속 교원 22만2000여 명의 실명의 포함돼 있었다. 그는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알 권리가 있고, 교사들이 교원단체에 가입한 내용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명단을 공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배호근)는 2013년 9월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소속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조 후보 등 정치인과 언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조합원들에게 모두 16억4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회의원 시절 전교조 명단 공개로 곤욕을 치렀다. 명단 공개에 따른 손해배상금 지급 여파로 경제적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던데, 후회는 없나.
“좌파 인사들이 종종 ‘양심의 법정에서는 당당하다’고 얘기하던데, 그 말 그대로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나는 개인적 이익을 구하려 한 게 아니다. 공익 목적에서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내가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을 때는 정치이념 주입 교육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다. 현실적으로 정치이념 교육을 일삼는 교사에 대한 징계가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 내가 판단한 것이 (명단 공개로) 이들이 ‘사회적 감시를 받도록 해야 겠다’는 것이었다.”
-만약 교육감에 당선되면 또다시 전교조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할 것인가.
“내가 굳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학생들부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다각도 평가로 바로잡힐 수 있다고 본다.”
조 후보는 “학생들에게 정치이념 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다고 보는지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도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정확한 학력 진단 후 맞춤형 교육하겠다”
조전혁 후보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교육은 단순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적응력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학생 학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기초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
-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할까.
“교육의 목표는 학생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주는 것이다. 교사의 역량 강화와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조 후보는 “현재 한국 교육이 크게 뒤처진 이유 중 하나가 숙제가 없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복습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홈워크(숙제)인데, 그런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현재 정부에서 돌봄교육의 연장선에서 ‘늘봄학교’를 확대하고 있는데, 방과 후 자율학습 시간에 대학생이 상주하며 학생들의 홈워크(숙제) 지도를 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 있다. 물론 학교 행정과 돌봄교육 거버넌스는 따로 할 필요가 있다. 정규 교육 과정과 방과 후 과정을 구분해 교육청 차원에서 방과 후 과정에 좀 더 책임을 갖고 학생 학력 신장 방안을 연구해 실시할 계획이다. 미래 교육은 단순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적응력을 길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력과 인성 함양, 그리고 정확한 학생 학력 진단을 통해 맞춤형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그의 포부는 과연 현실이 될 것인가. 10월 16일 서울시민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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