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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전쟁 뜨겁다

컨텐츠 전쟁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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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학의 경쟁력은 컨텐츠와 ‘애프터서비스’의 질에 달려 있다. 서비스 초기에 차별성 있는 컨텐츠로 ‘손님’을 끌고, 풍부한 교육자료와 신속한 업데이트로 손님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컨텐츠를 개발, 운영하고 대용량 서버 등의 하드웨어를 구입하기 위해 막대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한국디지털대학은 컨텐츠 개발비용이 인건비를 빼고도 한 과목당 3000만∼50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공교수와 교육공학 전문가, 웹 전문가 등이 팀을 이뤄 기초 시나리오를 만든 뒤 이를 바탕으로 강의시간과 수강생의 이해수준을 고려해 수업내용을 조절하고, 여기에다 교육효과를 높이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보태고, 필요한 곳마다 전자사전, 디지털 라이브러리, 관련사이트 링크, 질의·응답코너 등을 정교하게 배치해 넣으려면 영화 한 편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된다”는 게 신준용 사무국장의 말.

컨텐츠가 웹에 뜨는 순간 곧바로 ‘시장’의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초반 승부’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각 사이버대학들은 철저한 보안 아래 컨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외부의 솔루션 회사를 믿지 못해 아예 대학 관계자들끼리 자회사 성격의 솔루션 업체를 따로 차리고 컨텐츠를 개발중인 곳도 있다.

하지만 정작 사이버대학이 출범한 후 ‘시장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예컨대 단지 학위나 자격증을 딸 목적으로 사이버대학에 등록하는 수강생과 수익 내기에 급급한 대학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경우, 퇴출되어 마땅한 컨텐츠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명맥을 이어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 사이버대학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는 교수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컨텐츠의 질에 대해선 이렇다 할 제약을 둘 형편이 못 됐다”고 털어놨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일부 사이버대학은 수강생들의 강의평가제 등을 도입해 컨텐츠 ‘질 관리’에 나설 방침. 한편으로는 수준 높은 컨텐츠를 만든 교수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고 지적 소유권을 인정하며, 교수업적평가에서 높은 평점을 주는 등의 ‘당근’도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의 말.



“우리 대학에서 수강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느냐가 대학의 발전과 직결된다. 대학설립 초기에는 고교졸업생 중심의 학위과정에 그리 많은 신입생이 등록하진 않을 것이다. 먼저 실무교육 중심의 비학위과정에 우수한 컨텐츠를 많이 확보해 이 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산업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대학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학위과정에도 학생들이 몰려든다. 그래서 우선은 인지도 상승효과가 큰 실무교육 컨텐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수익과 공익 사이

문제는 돈이다. 사이버대학도 오프라인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주 수입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이버대학은 등록금을 많이 받을 수도, 그렇다고 적게 받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익을 내면서도 공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사이버대학의 미묘한 정체성 때문이다.

한국사이버대학 홍종수 기획팀장은 “국민에게 저렴하면서도 편리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대부분의 사이버대학들이 오프라인 대학의 1/3∼1/2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학교육이 중·고등학교처럼 의무교육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교육서비스를 고급화·전문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각 대학들은 나름의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한국디지털대학은 온라인교육 관련기술을 국내외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 이 대학은 비용효과를 높이기 위해 컨텐츠 기획은 대학측이 맡되 개발업무는 벤처기업인 (주)디유넷에 맡겼다. 컨텐츠 개발이 끝나면 다른 교육기관에 사이버대학 교육행정과 학사운영 시스템, 강의 솔루션 등을 판매하고, 각종 컨텐츠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버전으로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열린사이버대학도 엄청난 초기 비용을 감안할 때 재학생의 등록금 수입만으로는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일반인들을 대거 흡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가령 정규 학위과정에 넣기는 어렵지만 일반인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클라스를 비학위과정에 마련, 일종의 문화센터 기능을 함으로써 수입도 늘리고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구실도 하겠다는 것. 다만 사이버대학의 경우 재단의 모체가 비영리법인이라 수익사업을 벌이는 데 제약이 적지 않으므로 정부가 이 부분에서 다소간 융통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 사이버대학을 본격적으로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내년 개교를 앞두고 교육부와 사이버대학 간에 대학승인 조건을 놓고 의견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교원과 학생정원 기준이 그 한 예다. 최근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의 교원 대 학생비율이 1:100 이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자 대학측은 “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이버대학에서 수강생을 과목당 100명 이내로 일괄 제한하는 것은 오프라인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 정관수 사무관은 “사이버대학은 쌍방향 인터랙션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수가 많아도 되는 방송통신대와는 개념이 다르다. 아직 기준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교수와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100명 이내라야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학생수가 너무 많으면 질문에 일일이 답해야 하는 등 교수의 부담이 커져 강의가 부실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승인기준 논란

하지만 사이버대학 관계자들은 “온라인강의에서는 오히려 학생수가 많아야 학생들간에 활발한 인터랙션이 이뤄진다”고 반박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한 강의를 듣는 학생수가 25명을 넘으면 왕성한 질의 응답과 토론이 불가능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경우 강의실에선 좀체 입을 떼지 않는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면교육 효과가 더 높다는 것. 특히 직장인 재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과목의 경우 수강생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교수가 잘 유도하면 수준 높고 효과적인 토론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수의 강의부담이 반드시 학생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령 학생수가 200명이라고 해서 100명일 때보다 질문수가 두 배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 신준용 사무국장은 “초기에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느라 교수의 업무량이 많겠지만, 한 강의에서 늘 새로운 질문이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두세 학기만 지나면 빈번한 질문을 유형화해 FAQ코너에 넣거나 질문 검색엔진을 활용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하이퍼텍스트가 전자사전, 디지털 라이브러리, 추가설명 등으로 나뭇가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기 때문에 교수의 부담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01년 1학기에 개설될 모든 과목(최소 18학점 취득이 가능한 강좌수)에 대해 15∼16주 분량의 상세한 교과과정 계획서와 최소 1주일 수업분량의 평가용 CD롬을 제출하라는 교육부의 지시에 대해서도 일부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 사이버대학 관계자는 “온라인교육에서 한 학기에 최소 18학점, 즉 6과목을 듣는다는 것은 교육공학적으로 비효율적이며, 교과내용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순차적으로 조정해가야 하는데, 한 학기 분량을 전부 만들어내라는 것은 남의 것을 베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상진 교육정책담당관(전 평생학습정책과장)은 “개교한 뒤에는 컨텐츠의 질 관리가 대학측에 맡겨지기 때문에 교육부로선 승인과정에서 최소한의 여건을 갖춘 대학을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대학도 아직은 ‘초보운전자’여서 사이버대학 운영을 둘러싸고 앞으로도 양측의 시행착오와 갈등은 거듭될 전망. 그러나 현재로선 일단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게 많은 교육전문가들의 견해다.

신동아 200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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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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