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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을 버리고 생태문명 일군다

대안교육 꿈꾸는 녹색대학 사람들

탐욕을 버리고 생태문명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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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의 대안대학인 녹색대학이 지난 3월3일 문을 열었다. 인성을 무시한 제도권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출발한 녹색대학에는 청년에서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물 흐르듯 살아가는 녹색대학을 찾은 사람들은 누구이며,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탐욕을 버리고 생태문명 일군다
지리산 자락, 경상남도 함양 백전 마을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살맛나는 세상 한번 살아보자고, 모두가 행복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 생태적 삶을 살아보자고 신명나는 웃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모인 그 주인공이 ‘녹색대학’ 사람들이다. 몸과 마음으로 배우고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들은 녹색대학을 만들고 3월3일부터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몸과 마음으로 익히는 참된 배움터

2년 전, 현재 총장을 맡고 있는 장회익 전 서울대 교수, 장원 환경운동가, 김지하 시인, 문규현 신부 등 시민환경단체 인사 33명이 발기인이 되어 태어난 ‘녹색대학’. 학부와 대학원까지 갖췄지만 모든 대안학교들이 그렇듯이 비인가 학교다. 그런데도 인가여부는 아랑곳없다는 듯 모여든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샘’과 ‘물’, 그리고 ‘여울’이다. 이곳에서 샘은 선생님을, 물은 학생을, 여울은 교직원을 칭한다.

그들이 모여 ‘녹색대학’을 함께 만들며 물 흐르듯 살기로 했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그 강인한 응집력으로 서로를 껴안고, 그것이 다시 여울이 되고 샘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다가 바람이나 불보다도 거대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 그 작은 물방울들이 어떤 꿈들을 꾸고 있을까.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은 백운산 아래 살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녹색대학 교문을 들어서니 나지막이 앉아 있는 학교 건물과 컨테이너박스로 만들어진 임시 기숙사가 봄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넓은 운동장은 겨울을 털어내고 봄을 맞느라 질척질척하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손끝에 감도는 날씨인데, 트럭에서 책상과 의자를 나르는 이들이 보인다. 책상과 의자가 들어오는 신나는 오후. 가까이 다가가니 샘들과 물들이 손수 나르는 의자와 책상은 모두 헌 것이다. 어딘가에서 쓰지 않는 것들을 보내준 것이다.



지금 녹색대학이 서 있는 곳은 폐교된 백전중학교였는데 녹지사(녹색대를 지탱하는 사람들) 회원 2000여 명의 후원금 2억여 원으로 매입해 새롭게 수리했다. 샘과 물들이 토론을 거쳐 손수 학교를 뜯고 고쳐 세웠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채 개교하게 되어 샘님들은 미안한 마음이 큰데, 물들은 일을 하면서도 밝은 모습이다.

“힘든 일이 많지만, 이미 만들어진 학교가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상의하고 토론을 거쳐서 만들어가는 이 자체가 바로 ‘대안교육’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을 해주세요가 아닌 무엇을 합시다, 무엇을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죠. 제게 무엇을 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곳의 주인이 되어 함께하지 않으면 녹색대학 사람이 못 되는 거죠.”

아직 책상이 온전히 채워지지 않은 2층 강의실을 청소하고 도서관 책을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이들이 모두 녹색대학의 샘과 물들이다.

“그래도 믿음과 교육과 농사를 하나로 껴 붙이어 돈 아니고도 돌아가는 세상을 만들어봤으면 하는 꿈은 언제나 놓지 못하고 있다.”

함석헌 선생의 말씀이며 녹색대학이 현재 실천하고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대안교육이 전개되면서 산청의 ‘간디중학교’, 실상사의 ‘작은학교’ ‘귀농전문학교’, 무주의 ‘푸른꿈고등학교’, 담양의 ‘한빛고등학교’, 거창의 ‘거창고등학교’ 등이 지리산을 둘러싸고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대안 대학교가 없어 대안 중·고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얼마 전에야 대학에서 특별전형으로 대안학교 아이들을 뽑기도 했지만 규격화된 제도권 교육 속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녹색대학’이 문을 열면서 대안교육의 장이 범위를 넓혔다. 이것만으로도 작은 희망을 품게 되었지만 아직은 대안교육의 형편이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샘들은 말한다.

“문제아이가 오는 곳이라는 인식이 컸던 대안학교는, 규격화된 현 교육의 대안이라는 생각과 개인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하는 학교라는 의미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어요. 그렇다면 더 많은 대안학교들이 제각각 다른 특색으로 생겨나서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절실한 문제입니다.”

녹색대학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뽑았다. 고졸 이상이라는 제한을 달았지만 물론 예외를 두었다. 어떤 삶에 대해서건 존중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상사에서 1박2일간 합숙을 하며 면접을 했다. 둥글게 모여 앉았는데 교수만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교수들에게 질문을 했다. 한 학생은 교수들에게 계속해서 공격적인 질문과 답을 하기도 했는데 결국 그 학생은 입학해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자신과 서로에 대한 얘기를 통해 만난 이들이 지금의 녹색대학 가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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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영시인·자유기고가 011916319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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