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열 이사는 “환경과 문화가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먹고 사는 문제가 주된 관심사였던 1980년대 초 한국에 ‘환경운동’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1985년 온산 공해병의 위험을 폭로하고 1990년대 새만금 간척지에서 갯벌 살리기 단식을 벌이는 등 온몸을 던진 투쟁으로 환경문제를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제 그는 대중과 함께 하는 긍정적 방식의 색다른 환경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선구자다운 행보다.
최 이사가 집행위원장을 맡은 제1회 서울환경영화제가 10월22일부터 5일간 열린다. 환경을 테마로 기획된 영화제로는 국내 최초다. 환경을 주제로 한 수십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젊은 세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환경 옴니버스 영화도 발표된다. 환경영화 제작을 위해 모금을 벌인 것도, 영화제 구상 아이디어를 낸 것도 그다.
최 이사는 10월7일 오후 약속시간보다 20분 정도 늦게 서울 신문로 환경재단 사무실에 나타났다. 매일 여러 개의 스케줄이 잡혀 좀처럼 시간 내기 힘든 그이건만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서울 정부중앙청사 건물 앞에서 핵폐기장 반대 시위를 벌이던 부안 주민들을 만나고 오느라 늦었다”며 미안해한 그는 환경영화제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환한 표정이 됐다.
-환경영화제 준비로 바쁘시죠? 영화제 준비는 어떠신지.
“나보다 현장 실무진이 더 바빠요. 10월22일 이화여대 강당에서 3000명이 모인 가운데 개막식을 갖습니다. 국회, 환경부, 산업자원부, 여성부 그리고 이번 영화제에 도움을 준 기업에서 영화 ‘1.3.6’의 시사회를 가질 거고요.
기존 영화제가 영화와 배우 감독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면 환경영화제는 환경단체와 운동가, 일반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사가 될 거예요. 숙명여대 학생들이 자연 화장품을 만들어 배포하고, 올해의 주제인 ‘나무’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환경운동 방식 중에서 왜 하필 영화를 택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요즘 젊은이들 영화 보는 것을 밥 먹듯 여기지 않습니까. 그렇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환경문제를 알리려고 한 거죠. 현재 한국에서 영화가 갖는 영향력은 엄청나지요. 21세기는 환경과 문화, 여성의 시대입니다. 환경과 문화의 성공적인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봅니다.”
최 이사가 환경영화제를 개최하기로 결심한 건 2년 전이다. 그는 2002년 6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지구의 벗’ 세계 총회에서 “환경을 자신의 문제로 느끼고 반성하며 문제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해볼 국제 환경영화제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의 공언은 전세계 참가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았고, 2년이 지나 마침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는 이 영화제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남아있는 숙제다.
환경영화제에 맞춰 개봉될 옴니버스 영화 ‘1.3.6’은 특히 젊은 세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화제가 됐다. ‘내 마음의 풍금’의 이영재 감독, ‘꽃섬’ ‘거미숲’의 송일곤 감독, ‘간철 리철진’과 ‘킬러들의 수다’의 장진 감독. 감각적 영상과 독특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세 감독이 각각 30분씩 연출, 1시간30분 분량의 영화를 선보인다.
-영화 타이틀 ‘1.3.6’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던데요.
“환경문제를 알리는 영화인 만큼 낭비를 최소화하고 비용도 절약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필름을 버리지 않는 6㎜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요. 여러 사람이 만드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에 세 감독을 참여시켰어요. ‘1.3.6’은 하나의 작품에 세 감독의 시각을 6㎜ 카메라로 담았다는 의미가 되죠.
또 하나.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국은 환경지속성지수에서 142개국 중 136위를 기록한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어요. 한국 환경의 심각한 상태를 고발하는 의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