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예산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정부예산안이 이번처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총선과 대선이 2012년에 있고 2011년 예산안이 그 전해의 예산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민희망 예산’을 비롯해 내년 정부예산안 편성을 총 지휘한 사람은 지난 8월 중순 친정으로 돌아온 김동연(53)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다. 예산실에 부임하기 전 김 실장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으로 2년여 동안 일했다. 지난 29년의 공직생활 기간에 기획예산처 재정정책국장과 예산실 산업재정단장 등 정책부서와 예산부서를 번갈아 근무하면서 양쪽을 실무적으로 경험한 그는 이번에 네 번째 예산실 근무를 하고 있다.
매해 6월부터 9월까지 예산편성 철이면 156명의 예산실 직원은 밤샘 작업으로 날을 밝히기 일쑤다. 예산실 직원들이 여름 한철 올빼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부터 지자체장, 국회의원, 정부투자기관·정부출연기관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가 사업설명과 예산 협의를 위해 찾아오기 때문이다. 예산실 직원 1인당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이들을 만나 의견을 조율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예산편성 등 업무를 위해 야근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309조6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편성하기 위해 이처럼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난 김 실장을 과천 집무실에서 만났다.
‘미래 대비 예산’
▼ 2011년도 예산안의 특징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재정의 기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건전성을 회복하려 했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가 펼치고자 하는 내년도 국정운영의 방향에 맞춰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각 부문 사업별로 재원을 배분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그에 따른 주요 특징을 꼽자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서민희망 예산’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대비 예산’입니다.”
▼ 서민희망 예산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전체 복지예산 86조 가운데 32조1000억원을 서민희망 예산으로 배분했습니다. 무작정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없으니까 범위를 좁히는 대신 서민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을 8대 과제로 나누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습니다. 과제 선정은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했습니다. 우선 생애 단계별로 볼 때 국민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뭘까 고민해서 영유아 시기의 보육과 아동안전, 청소년 교육, 중·노년 시기의 주거와 의료, 이 네 가지를 찾아냈습니다. 또 취약계층별로 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유형화했는데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입니다. 그중 보육과 전문계고, 다문화가족 등 세 가지를 핵심과제로 선정해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월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금액)이 4인 가족 기준으로 450만원 이하 가정에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 맞벌이 가구에 대한 무상보육 지원도 확대했습니다. 보육 문제만큼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거죠.”
이번 예산안을 살펴보면 교육 부문이 특히 강조돼 있다. ‘교육희망사다리’도 그 하나다. 이는 돈이 부족한 저소득층 아이들도 공부에 전념해서 대학에도 가고 좋은 직장에도 갈 수 있도록 하는, 계층 간 이동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다. 전문계 고교생 전원에 대해 교육비 전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고, 처음으로 전문대 장학금도 만들었다. 이전에 없던 특별한 대책이다. 또 다문화가정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전액 지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