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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돌 재일한국민단 ‘못다 한 이야기’ 정진 단장

도쿄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한국대사관 터, 재일교포가 사들여 한국정부에 기증

64돌 재일한국민단 ‘못다 한 이야기’ 정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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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돌 재일한국민단 ‘못다 한 이야기’ 정진 단장
예를 들어 오사카 영사관과 나고야 영사관은 1970년대 초반 이 도시의 민단이 중심이 되어 재일교포 경제인들의 모금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민단 측에 따르면 고베 영사관은 재일교포 황공환씨가 메이지시대 유명한 료칸(일본의 전통 숙박시설)이던 곳을 사들여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고베 지진 때 바로 옆 NHK지국은 무너졌으나 이곳은 무사해 화제가 됐다고 한다. 히로시마 영사관은 교포들이 도움을 준 시모노세키 영사관을 팔아 건립한 것이다. 역시 교포들이 조력해 지어진 한옥풍의 후쿠오카 총영사관은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실내돔구장 부근에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 도시의 중국영사관을 한국영사관보다 더 잘 짓겠다며 심혈을 기울였으나 못 미친다는 평이라고 한다.

정 단장은 “재일교포들은 갖은 차별과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이름과 한국 국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로, 본국을 향한 애국심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642명의 재일교포는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했다. 이들이 전후 일본으로 돌아와 민단의 중심이 됐다고 한다. 민단 측에 따르면 광복 후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정부의 예산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사회 인프라 구축, 새마을운동의 추진에 재일동포의 지원이 컸지만 이 시기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100억엔의 올림픽 성금을 내놓았고,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땐 엔화 보내주기 운동으로 870억엔을 송금했다고 한다. 한 부단장은 “제주도 출신 교포들은 고향 각지에 전기, 상하수도를 깔고 길을 놓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했다.

야만과 광기로부터 지켜냈기에…

재일교포에 대해 일본에선 한국인으로 여기고 한국에선 절반쯤 일본인으로 보는 ‘경계인’이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교포들 본인은 오랜 차별 속에서 민족적 주체의식을 더 단련해온 측면이 있고 이러한 점이 본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표출되어왔다고 한다. 한반도 이외의 세계에는 약 750만명의 한인(韓人)이 흩어져 살고 있다. 미국,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교민들은 ‘한인회’를 만들어 활동한다. 유독 재일교포들만 ‘한인회’ 대신 ‘민단’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정 단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다른 나라의 교민들과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죠. 한일강제합방 이전에도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건너와 살기 시작했는데 민단의 기원은 그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단’에서 ‘민’은 ‘국민’을, ‘단’은 ‘단결’을 의미합니다. 즉, ‘국민의 단결’이라는 뜻이죠. 한민족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만주 등 여러 곳에서 싸우면서 수많은 ‘단’을 만들었어요. 흥사단도 그중 하나고요. 함께 뭉치지 않으면 민족의 이름으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민단이라는 말 속에는 제국주의 압제로부터의 완전한 독립과 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는 신념이 들어 있어요. 이것은 모든 한민족에게 여전히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민단 내에서도 1994년 규약 개정시 ‘재일본한인회’라는 이해하기 쉬운 명칭으로 바꾸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국민의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포괄되는, 일본사회에서 한국 국적자로 살아온 도전과 응전의 시간이 너무나 특별했는지 모른다. 민단이란 재일교포의 삶 전체를 관통해온 어떤 공동체적 경험의 총화를 상징하므로 그 이름과 역사를 자신으로부터 끊어낼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단 중앙본부 건물 내의 박물관에는 ‘조선을 먹었다’는 상징으로 백두산 호랑이를 요리해 도쿄 데이고쿠(帝國) 호텔 대연회장에서 공동으로 시식하는 일본제국 지도층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옆으로는 1923년 도쿄대지진 당시 6000여 명의 한국인이 학살당한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폭력과 야만, 광기로부터 지켜낸 것이기에 민족이 주는 의미는 재일동포들에게 남다르다고 한다(정몽주 민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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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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