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화천군 폐교를 리모델링한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보금자리(오른쪽)와 60년 된 농가주택을 새롭게 꾸민 ‘뛰다’ 기획자 백정집씨 자택.
“곧 있을 마을축제에 ‘뛰다’가 공연 하나 해야지. 뭘로 할 거야?”
“이장님, 폐교 앞이 밤만 되면 깜깜합니다. 가로등을 설치해야 해요. 배수 시설 없는 운동장도 질척거려서 공사가 필요한데 군 지원 좀 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새 마을 행사 계획이며 애로사항에 대해 스스럼없이 터놓고 상의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뛰다’는 화천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폐교를 10년 무상으로 임대받으며 이곳에 내려왔다. 빨간 벽돌의 단층 교사(校舍)를 여러 달 동안 단원들이 직접 리모델링 해 ‘시골마을 예술텃밭’이라는 예쁜 문패를 달았다. 연습장과 사무실, 공연 무대로 사용 중인 폐교는 올해부터 창작활동 및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본거지로 거듭난다. 황혜란(39) ‘뛰다’ 대표는 “앞으로 마을 지도 만들기, 사진전, 창작워크숍 등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예술인 입주 프로그램, 마을축제, 국제교류 등을 통해 3개국 70여 명의 예술가가 이곳에서 창작 활동을 할 계획도 잡혀 있다”고 했다.
극단이 터전을 옮겨오면서 화천군이 얻은 이익은 또 있다. 정단원 16명이 귀촌한 덕에 노인만 가득하던 마을에 30~40대 젊은이가 북적이게 된 것. 김 이장은 “신읍 1리 부락 4개 중 여기가 4반인데, 변변한 병원이나 학교, 문화 시설이 없고, 젊은이들은 다 도시로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런데 예술 하는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 둥지 틀고 열심히 일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004년 기점으로 귀농 가구 급증

백정집씨네 주방의 연탄난로는 앞집 이웃이 “겨울에 춥다”며 선물한 것이다.
5월 입주가 예정된 충북 괴산군의 귀농·귀촌타운 ‘미루마을’은 인하대 동문들이 주축이 돼 태양열 등 자연 에너지를 활용한 저탄소 농촌전원마을로 꾸며지고 있다. 초대 촌장은 원영무 전 인하대 총장이 맡았다. 괴산군청은 미루마을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상하수도 시설 등 기반공사비를 무상 지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숲속 작은도서관’ 관장을 역임하며 도서관을 중심으로 도시문화공동체운동을 펼쳐온 백창화(46)씨는 신문에서 우연히 미루마을 얘기를 접하고 현장을 방문했다가 이곳에 입주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더라. 그곳에 도서관을 열고 싶다고 했더니 촌장님이 마을 주민으로 합류하라고 적극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동문을 포함해 57가구가 입주할 미루마을은 교육문화마을을 표방하고 있는데, 마을 커뮤니티센터에 백씨가 운영하는 도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