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27일 집중호우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이 무너졌다.
지난 1년만 돌아봐도 이상기후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초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 서해안에 상륙해 서울을 비롯한 중북부 지역이 큰 피해를 보았다. 곧이어 추석 연휴에 서울에 집중 호우가 내려 광화문광장이 침수됐다. 겨울에는 영동지역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 도로가 끊기고 마을이 고립되고 배가 가라앉았다. 올 7월 말에는 이틀간 461㎜라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중부권에 쏟아지면서 전국적으로 40여 명이 숨지고 사상 초유의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다.
과거 같으면 ‘기상이변’이라 할 만한 기상 현상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그런데도 자연재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그저 자연의 힘에 경이로움을 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임시방편적인 대책만 쏟아진다.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
건축이나 토목 구조물의 구조설계기준은 태풍, 폭설,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건물이나 구조물이 안전하게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정 강도 이상의 바람, 적설, 지진하중 등을 고려해 설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건물이나 구조물은 그 수명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이러한 하중에 대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통 50년, 100년 주기 이상의 큰 하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또는 구조물의 파괴는 거의 태풍 등 강풍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설계기준에서 바람하중은 강풍에 의한 파괴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산정된다.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2~3개의 태풍이 연례행사처럼 온다.
기상청은 최근 하루 최대풍속이 가장 컸던 10대 태풍을 발표했다. 다행인 것은 현재까지 발생한 태풍의 경우, 건축구조기준에서 제시한 설계 값이 실제 측정된 값보다 컸다는 점이다. 즉 건축구조기준을 지킨 건축물이라면 현재까지 불어온 태풍의 최대순간풍속을 견딜 수 있다.
눈(雪) 역시 마찬가지다. 적설하중은 보통 재현기간 100년을 기준으로, 설계 대상 건축물의 용도와 중요도에 따라 설계된다. 설계 기준에서 제시하는 적설하중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측정된 기상 자료보다 대부분 상위에 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 태풍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태풍의 경우 73년간 최대순간풍속이 컸던 상위 10건 가운데, 2000년 이후 발생한 것만 6건이다.
현장에서 만나는 안전불감증
학계 전문가, 해당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구조설계기준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가 자연재해 또는 천재지변이라고 이야기하는 기상 현상들을 예측하고 미리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풍이 강해짐에 따라 기준값을 늘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