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시간을 활용해 쇼핑,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을 하는 일명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그동안 유흥주점과 음식점, PC방과 찜질방, 대형마트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몇몇 업종에 불과하던 ‘올빼미족’의 영토는 최근 크게 넓어지고 있다. 미용실, 네일숍, 헬스클럽, 태닝숍 등의 외모 가꾸기 업종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악기연습실, 볼링장까지 밤낮없이 문을 여는 곳이 많다. 배달전문점, 빨래방, 통신사대리점, 꽃배달 업체 등 생활편의업체 중에도 올빼미족을 겨냥해 심야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자영업자 김도훈씨는 선탠 마니아다. 저녁시간 일을 마치고 헬스클럽에 들러 운동을 한 뒤 그가 직행하는 곳은 태닝숍. 거의 매일 밤 11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 숍에 들른다. 그는 “태닝기에 들어가 있는 5~7분간은 완전히 혼자가 된다.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면 엔도르핀이 솟고 몸과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휴식하는 데 최고”라고 했다.
서울 종로5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하재성씨는 주변의 동종업종 친구들과 일주일에 2~3회씩 야간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밤 11시쯤 업무를 마치는 그는 “전에는 퇴근하고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런데 회사 주변에 24시간 골프장이 생긴 뒤부터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운동 끝나고 간단히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여도 오전 1~2시 정도로, 술만 마시던 때보다 오히려 이르다. 운동으로 피로를 풀고 술도 줄인 덕분인지 요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24시간 음악실, 골프연습장
클럽문화가 발달한 서울 홍대 앞에는 지난 4월 24시간 운영하는 악기연습실 ‘쏘울팩토리’가 문을 열었다. 김용운 대표는 “여기 오는 사람은 주로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음대 입시를 앞둔 입시생이다. 밤에는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하거나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는 남성 직장인이 많은 편이다. 이들이 풀타임으로 연습실을 쓰기 때문에 낮밤 안 가리고 늘 100여 명이 북적인다”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월 단위로 계약하는 20개 연습공간이 현재 꽉 찬 상태다.
재즈기타를 전공하는 대학 4학년생 송관욱씨는 2009년 문을 연 쏘울팩토리 연희점 연습실을 2년간 사용하다 홍대 앞에 새 지점이 생기면서 이쪽으로 공간을 옮겼다. 집이 인천이고 학교가 당산동이라 평일에는 연습실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그는 “집에서는 밤에 시끄럽게 기타를 칠 수 없어 연습실이 편하다”고 했다.
색소폰 연주자이자 음악학원 경영자인 김 대표가 24시간 악기연습실 대여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재즈를 전공했는데, 밤에 학교 연습실이 문을 닫고 나면 늘 연습 공간을 찾아 헤매야 했다. 음악 하는 사람들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24시간 이 공간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대문 의류타운 등에서 일찍이 일반화된 심야 서비스업은 최근 ‘지역 확장’ 추세다. 요즘엔 신촌·홍대 앞·종로·압구정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와 빌딩 숲 사이에도 24시간 불을 밝히는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성북동 초입에 자리 잡은 주류전문점 ‘토마토’는 2년 전부터 24시간 영업 중이다. 밤 11시에 출근해 오전 8시까지 근무하는 직원 이경수씨는 “밤 12시 이후에 오는 손님은 단골이 많다. 데이트하는 커플이 심야나 새벽 시간에 오기도 하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낮에 눈여겨봐놨다가 분위기를 잡으려고 일부러 밤에 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역삼동 빌딩 숲에 있는 24시간 골프연습장 ‘스포월드’에도 밤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하루 평균 50~60명의 고객이 다녀간다. 김은용 팀장은 “야근 때문에 퇴근이 늦어진 직장인이나 다음 날 골프 약속을 잡고 연습을 좀 더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온다. 함께 운영하는 수영장, 헬스장이 문 닫기를 기다려 일부러 밤에 오는 단골들도 있다. 조용해야 집중이 잘된다고 하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