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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바이러스’ 옮는다 따돌리고 집단폭행·성추행 동영상 돌려보고 교사 자식도 왕따 몰려 자살 시도

충격! 학교 폭력 실태

‘찐따 바이러스’ 옮는다 따돌리고 집단폭행·성추행 동영상 돌려보고 교사 자식도 왕따 몰려 자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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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따 바이러스’ 옮는다 따돌리고 집단폭행·성추행 동영상 돌려보고 교사 자식도 왕따 몰려 자살 시도

친구를 지속적으로 폭행하고 물고문까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가해 학생이 구속, 수감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담임교사는 부랴부랴 D 군을 불렀고, 사건 조사를 철저히 해서 생활지도부에 넘겼다. 그런데 생활지도부 교사가 이런저런 행정 업무로 바빴던 모양이다. D 군에 대한 처벌이 이뤄진 것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후였다. 그 사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까마득히 잊어버린 D 군은 형식적으로 반성문을 썼고, 특별교육기관으로 보내졌다.

D 군이 간 곳은 동작교육지원청의 Wee센터. Wee는 우리를 의미하는 We와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 감성을 뜻하는 emotional을 합쳐 만든 단어다. ‘우리 함께 감성을 통한 교육을 이뤄나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부터 위기학생 상담을 강화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Wee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는 Wee센터에서 개인상담, 심리검사, 폭력에 관한 교육, 신체활동과 함께 사회봉사를 하게 된다. 동작교육지원청 Wee센터의 프로그램 중에는 현충원이나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가해 학생이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 가해 학생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상담이라고 말한다. 가해 학생은 상담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행동이 피해 학생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가해 학생이 상담에 참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Wee센터는 학교에 그 사실을 통보한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해당 학생을 다시 Wee센터로 보내야 한다. 결국 학생이 가지 않으면 그만인 셈이다. D 군의 경우도 총 5회 상담 중 2회만 출석하는 데 그쳤다. Wee 센터의 한 상담사는 “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상담만이라도 제대로 받는다면 그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을 때, 다시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은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 안양 K초등학교 6학년 G 양

어느 날 밤, G 양의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이의 방에서 쿵쿵 하는 소리가 났던 것이다. 문을 열어보니, 아이가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서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려 치고 있었다. 일단 아이를 끌어안고 진정시킨 뒤 자초지종을 묻자 아이는 놀랍게도 자신이 은따(은밀히 따돌림을 당하는 왕따)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학교에 가면 말 한 마디 안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급식도 늘 혼자 조용히 먹었다고 했다. 단체 수학여행을 갔던 지난 봄. G 양은 혼자 다녔다. 그것이 너무 힘들어 혼잣말을 하게 되었고, 아이가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자, 친구들은 G 양이 미쳤다고 하면서 G 양을 더욱 따돌렸다.



다음 날. G 양의 어머니는 인근 대학병원 소아정신과로 아이를 데려갔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했다. 왕따를 당한 시간이 제법 길어서 아이를 치료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G 양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고, 학교와 가정은 유기적으로 협력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했다.

왕따 사례로 봤을 때, G 양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부모 모두가 생업에 바빠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는 환경이거나 결손가정의 아이인 경우 방치되기 일쑤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의 왕따와 함께 부모의 무관심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G 양의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도대체 내 아이가 왜 왕따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심성이 여려 아이들과 되도록 잘 지내라고 가르쳐 왔단다. 아이들과 싸우면 심리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기 때문에 한 대 때리면 그냥 맞고 큰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게 문제였던 모양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약한 아이를 지목해서 끊임없이 괴롭히더라는 것.

그렇다면 대체 어떤 아이가 왕따가 되는가.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왕따가 되는 아이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약한 아이, 다른 하나는 흔한 말로 ‘나대는’ 아이, 말하자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으로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전자의 피해자, 그러니까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약한 아이의 경우, 그런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따돌림을 당하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약해지고, 그렇게 주눅 들고 위축돼 말을 더듬거나 실수하면 그게 다시 왕따의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유형의 왕따 피해자는 세심하게 치료해야 한다. 분노와 억울한 감정이 쌓여 있는 아이에게 ‘너는 정신적인 피해를 당했으니 정신과 치료를 받자’고 접근하면 분노가 더욱 쌓인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부모가 ‘지금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며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 서울 S 중학교 1학년 F 군

F 군은 학급 반장이다. 덩치가 좋고 얼굴이 잘생겼다. 리더십도 있다. 아버지는 전문직 종사자이고 어머니 또한 교육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겉으로 봤을 때 아무 문제가 없는 아이다. 그런데 F 군은 같은 반 친구 하나를 왕따시키고 괴롭힌다. 그것도 은밀히. F 군이 직접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대개 다른 친구를 시킨다. 피해 학생의 교복을 벗겨 화장실에서 오물을 묻히게 하고, 피해 학생의 성기를 여학생 앞에 노출시키고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게 한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부모가 문제를 제기해도, F 군의 부모는 전혀 반응이 없다. 아니, 내 아이는 결코 그럴 리 없다고 한다. 되레 당신 아이한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겉으로 봤을 때 모든 것이 완벽한 F 군의 가정에는 문제가 있다. 부모와 대화가 단절돼 있으며, 시험 성적이 떨어지면 무자비한 구타가 쏟아지는 것이다. 대신 시험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 F 군은 어떤 의미로는 공부하는 기계였던 것이다. 그런 F 군에게 분노가 차곡차곡 쌓였고, 그것을 해소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 대상이 약해 보이는 한 친구였던 셈이다. F 군은 친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으로 본인의 분노를 해소해왔다.

김붕년 교수는 학교 폭력 가해 학생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먼저 품행장애 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고 있는 유형이 있다. 이런 가해자의 경우 뇌 발달 면에서 유전적인 특성이 있으며, 사이코 패스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심리상담과 함께 약물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서울 S중 F 군은 이와 다른 유형으로, 가정에 문제가 있으며, 어려서부터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가해자다. 이 경우는 아이의 문제이기보다 부모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와 부모 모두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을 받아야 나아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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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다큐멘터리 방송작가 lym99@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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