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고유한 분야로 남을 것이며, 그런 분야에서 세금의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반면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기반이 취약했을 때 정부가 담당했던 사회간접자본의 건설 분야는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 점차 이양될 것이며, 그에 따른 세금의 필요성도 줄어들 것이다. 최근 코레일을 비롯한 공기업의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방과 치안, 그리고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해 쓰는 세금은 모두 개인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정부가 세금으로 유지하는 군대는 외침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내적으로는 경찰과 교도소 등을 바탕으로 한 공권력으로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으로써 자유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도 개인 상호 간의 물적·정신적 교통과 통신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확대한다. 물론 개인별로 지불하는 비용과 그에 따른 수혜의 정도는 다르지만 국민 모두의 자유 확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따라서 사람들 대부분은 세금이 이런 용도에 사용되는 것을 수긍하며 별다른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부자 증세’는 주로 복지 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복지 공약을 실천하려면 5년간 추가적으로 135조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에는 세출 예산 357조7000억 원 중 복지 예산은 30% 수준인 106조 원가량으로 편성됐다.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금액상으로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1월 1일 새벽 국회는 개인소득세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세법을 개정했다.
당초 정부 지출 감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로 증세 없이 시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는 처음부터 무리한 것이었다. 복지 지출보다 더 우선시되는 분야의 지출을 줄이기는 어렵다. 또한 지하경제는 양성화가 바람직하지만 양성화를 위한 세원 추적과 집행에 들어가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하경제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복지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증세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리고 단기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판단 아래 이른바 ‘부자 증세’가 단행됐다.
구체적으로는 1월 1일 새벽 국회가 개인소득세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했다. 8800만~3억 원에 적용하던 세율 35%를 8800만~1억5000만 원에 적용하고, 1억5000만 원 초과 소득에는 38%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보장성 보험, 의료비, 교육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고소득층의 조세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매출액이 1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내야 하는 최저한(最低限) 세율을 16%에서 17%로 올렸다. 이로 인한 세금 증가는 모두 연간 1조 원을 밑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복지 재원 135조 원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액수다.
과표 구간과 세율은 1996년 1000만 원 이하(10%), 4000만 원 이하(20%), 8000만 원 이하(30%), 8000만 원 초과(40%)이던 것을 2002년 낮은 구간으로부터 높은 구간 순서로 세율을 각각 1%, 2%, 3%, 4%p씩 내렸다. 2005년에는 구간별로 각각 1%p씩 내렸으며, 2008년에는 구간을 1200만, 4600만, 8800만, 8800만 원 초과로 변경하고 구간별 세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2009년에는 구간 조정 없이 구간별 세율을 6, 16, 25, 35%로 변경했고, 2010년 6, 15, 24, 35%로 변경한 다음 2012년 3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38%로 정했으며, 올해 1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시 변경한 것이다. 구간별 세율은 최근의 고소득 구간에 대한 상승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점점 낮아졌지만 1인당 소득이 1995년의 1만 달러에서 2013년 2만4000여 달러로 오른 것과 그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68%를 고려하면, 정부 영역의 확대를 감안하더라도 과표는 조정되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