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운 내 나이대 여자는 결혼과 출산을 통해 기존의 가족제도, 그리고 사회적 인식과 수없이 충돌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면 욕을 먹고, 일한다고 아이를 낳지 않으면 죄인 취급을 받는다. 일터에서는 ‘충성심’을 의심받는다. 그렇다보니 혼란을 많이 겪고, 이게 행복한 삶인지 의구심이 든다.
이의철 사회에 진출하면서 여자가 남자보다 고민할 게 더 많다는 데 십분 공감한다. 사실 남자도 속으로는 ‘서류평가나 필기시험에선 내가 뒤질지 몰라도 면접에 가면 여자보다는 적어도 1점 이상 가산점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유민지 맞는 말이다. 취업 게시판에 고민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묻는다. 성별에 따라 해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학점이 좀 낮아도 괜찮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성공만 좇는 세상
사회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없어서’ 한국이 싫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왜 우리는 희망을 잃었을까.
유민지 적어도 20대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앞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많이 약해졌다.
이의철 우리가 행복이 아닌 성공만을 좇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어야, 좋은 직장을 가져야, 지위가 높아져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기 힘든 사회가 됐음에도 여전히 행복의 척도는 성공이다. 하지만 성공한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지 않나. 행복이 무엇인지 교육받지 못한 게 안타깝다.

사회 말 나온 김에 애국심 얘기를 해보자. ‘나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야’ 할까.
유민지 요즘 애국심 운운하면 ‘국뽕(국가+히로뽕) 맞았다’고 비아냥거린다(웃음). 요즘 20대는 국가의 테두리가 탄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이의철 아버지와 내가 외국팀 간 축구경기를 볼 때 애국심에 대한 차이가 드러난다. 아버지는 꼭 한국 선수가 있는 팀을 응원하는데, 나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그런데 나는 내 아내의 생각과 달리 원정출산은 나쁘다고 본다. 그게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같다. 남자는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동남아 출신 근로자나 재중동포, 북한을 대할 때면 적의를 드러내며 애국심을 표출한다.
김영운 북한에 대한 20대의 인식을 접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우리 세대는 북한을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며 자랐다. 북한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오면 응원하고. 그런데 요즘 20대는 안 그렇더라.
사회 그런데 통일에 대한 지지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
이의철 군대 경험에 따른 차이 같다. 예전에 관련 보고서를 쓴 적도 있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북한을 더 위험한 요소로 생각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편이더라.
“다 같이 힘든 게 아니잖아요”
사회 ‘헬조선은 배부른 투정’이라고 여기는 ‘꼰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김영운 다 같이 힘들지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대와 다 같이 힘든 것도 아니고 기회에서부터 차별받는 시대, 누가 더 불행하냐고 물으면 답은 뻔하지 않나.
유민지 완전 동의한다!
진명언 정말 친한 친구끼리 나란히 최종면접에 올라갔다고 치자. 이런 상황에서 ‘너 좋고 나 좋자’가 될 수가 없다. 기회의 폭이 너무 좁으니까.
유민지 내 또래 친구들은 사법시험 없어지는 걸 두고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한다. 로스쿨 학비가 워낙 비싸고 면접에서도 집안 좋은 애들이 유리하니까.
이의철 어른들도 20대 때 불평불만이 많았을 거다. 그런데 가진 게 많아지다보니 그걸 다 망각한 게 아닐까. 시대 안에서 맥락을 이해해야지, 세대 간에 누가 더 불쌍한지를 놓고 싸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