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8-03-06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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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의 로스쿨 예비인가 발표 후 대학가가 난리다. 탈락한 쪽은 부당하다고, 선정된 쪽은 정원이 적다고 아우성이다. 정치권, 종교계까지 가세해 논란을 부채질한다. 하지만 로스쿨 선정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 이제 관심은 입학시험과 교육과정, 로스쿨 변호사의 경쟁력이다. 주요 인가 기준으로 작용한 사시 합격자 수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대, 연·고대 세 대학의 법과대학장은 인터뷰에서 알토란 정보를 들려주는 한편 대학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토플 만점자 많을 것…웬만한 영어론 안 돼”

    “사회경력자, 쿼터로 뽑지만 40대 이상은 난망”

    “장학금 ‘화수분’ 아니다…등록금 인상 불가피”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로스쿨 비대위 소속 법대 교수들이 2월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을 재심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학들이 명운을 걸다시피 총력전을 펼쳤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전쟁이 끝났다. 서울권역 15개, 지방권역 10개 모두 25개 대학이 선정됐다. 그중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는 9개로, 전국 각 권역에서 하나씩 뽑혔다. 사립대는 15군데로 서울 소재 대학이 10개, 지방이 5개다. 나머지 하나는 국공립대인 서울시립대다.

    적어도 겉모양으로는 로스쿨 선정의 으뜸 기준이던 지역 안배를 의식한 흔적이 엿보인다. 총 정원만 봐도 그렇다. 모두 2000명인데, 서울권에 1140명, 지방권에 860명이 할당됐다. 탈락한 대학들은 신문 광고와 항의 시위, 소송 제기 등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선정과정에 외압과 불법이 있었다며 재선정 혹은 추가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다. 로스쿨 시행법이 대학과 법조계, 변호사계, 시민사회단체 중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어정쩡한 타협의 산물이었던 까닭이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각계의 공방 속에, 법조인 문턱을 낮추고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양산한다는 로스쿨 도입의 근본 취지는 변질 혹은 수정됐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청와대의 뜻이 가장 강력한 기준이 돼버렸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월4일 로스쿨 예비인가 25개 대학을 확정 발표하면서 탈락한 대학의 추후 구제 가능성을 암시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오는 9월 본(本)인가 때 총 정원이 늘어날 경우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총 정원의 증가는 곧 로스쿨의 추가 선정을 뜻한다.

    하지만 경남권 소재 대학의 탈락을 못마땅히 여긴 청와대의 재심 압력에 부총리 사퇴로 맞선 교육부의 ‘소신’에 비춰 기본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한두 개 대학이 추가로 선정되는 등 약간의 변수야 있겠지만. 정치적 잣대가 공개적으로 개입되거나 선정 결과를 뒤집을 경우 지금보다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실제로 로스쿨을 운영하는 주체, 즉 대학에 맞춰지고 있다. 구체적인 전형기준이 뭔가. 대학이 원하는 로스쿨 지망생의 자질은 무엇인가. 어떤 교수가 어떤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르칠 것인가. 대학이 목표로 삼는 로스쿨 졸업생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로스쿨이 배출하는 변호사의 경쟁력은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와 비교해 어떨까.

    교육부가 자세한 심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로스쿨 신청 대학들의 점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선정된 대학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역 할당과 더불어 사시 합격자 수가 주요 기준이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자가 정치논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시 합격자 수가 선정 및 정원 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로스쿨 인가를 받은 대학들의 서열이 대체로 사시합격자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대학발전기금 이자로 교수 급여

    로스쿨 선정에 즈음해 사시 합격자 수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른바 SKY 대학의 법과대 학장을 인터뷰했다. 법조인 배출을 사실상 좌우해온 세 대학의 로스쿨 운영방침이 로스쿨의 비전과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판단에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2002~2006년)간 세 대학이 배출한 사시 합격자 수(3065명)는 전체 합격자 수(4908명)의 절반이 넘는다(62.5%). 연평균 합격자 수를 살펴보면 서울대가 337명, 고려대가 166명, 연세대가 109명이다.

    이번에 세 대학에 배정된 로스쿨 정원은 서울대가 150명, 고려대·연세대가 각 120명이다. 세 대학의 법과대 학장들은 인터뷰에서 입학 전형과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로스쿨 유치에 따른 고민도 털어놓았다. 특히 로스쿨 변호사의 경쟁력과 비전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다. 세 학장의 일치된 결론은 로스쿨은 로또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대 호문혁 법과대학장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로스쿨 선정결과가 발표되기 며칠 전인 1월28일 서울대는 법학전문도서관 신축공사를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법학도서관이 없는 건 아니다. 법대 동문인 고(故) 김택수 공화당 의원이 기증한 도서관이 있다. 하지만 로스쿨 인가 기준에 맞지 않아 그보다 큰 규모의 도서관을 새로 짓는 것이다.

    서울대는 신축 도서관 공사비를 정부 예산에 법대 동문인 윤태영 SBS 회장의 후원금 40억원을 보태 해결했다. 법과대 건물 5층에 있는 모의법정도 증축할 예정이다. 모의법정 배점은 5점이다. 그중 법정 규모가 2점인데, 입학 정원의 80%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호문혁 서울대 법과대학장은 “국립대이다 보니 사립대와 달리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정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국고 지원금이 대학 재정의 3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 학장은 “연·고대는 유력 기업인을 많이 배출했지만 서울대 출신들은 주로 정·관계에 진출한 탓에 후원금이 많지 않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호 학장에 따르면 교수진 확보에도 어려움이 많다. 기존 서울대 법대 교수 정원은 43명이다. 여기에 로스쿨에 대비해 15명을 신규 채용, 전체 교원 수가 58명으로 늘었다. 이 중 법조실무교원이 15명이다. 신규 채용한 교수 전원이 법조실무 경력자인 셈이다.

    15명 중 판사나 검사 등 재조(在曹) 경험이 있는 교수는 5명이다.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근무했던 판사 출신이 4명, 검사 출신이 1명이다. 나머지 10명은 변호사 출신이다.

    그런데 15명 중 정식 교수로 발령받은 사람은 4명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부의 정원 제한 탓이다. 나머지 11명은 이른바 기금교수인 계약직 교수다. 서울대에는 외부에서 12억원의 기금이 들어올 때마다 정원 외 교수 1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해당 교수의 급여는 기금의 이자로 지급한다. 기금교수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로스쿨 교수의 급여 수준은 법대 교수와 같다. 정교수의 경우 평균 8000만원대다.

    제2외국어 능력에 가산점 부여

    서울대는 대학발전기금 융자라는 편법을 동원해 기금교수 11명을 법대 교수로 임용했다. 호 학장의 표현대로 “엄청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호 학장은 “교수 정원이 추가로 배정되는 대로 기금교수들을 정식 교수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로스쿨 교수를 선발하는 과정에 법대 교수 4명을 탈락시켰다. 로스쿨 인가 평가항목인 전임교원 연구실적(50점)에 못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들은 로스쿨 강단에는 설 수 없지만 법대 강의는 할 수 있다.

    현재 서울대 법대의 입학정원은 205명이다. 4학년까지 있으니 학생 수가 정원만 잡아도 820명이다. 신입생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에 로스쿨이 개원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법대는 올해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하는 2012년에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학점 미달에 따른 졸업 지연, 복학생 등의 변수로 폐지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모든 로스쿨은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눠 학생을 뽑아야 한다. 교육부의 로스쿨 인가 규정에 따르면 특별전형 대상은 사회적 취약계층, 즉 신체적·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을 뜻한다.

    이 항목의 배점은 10점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입학정원의 5% 이상 선발하면 10점 만점을 받는다. 2% 이하를 뽑을 경우 최하점인 2점을 받는다. 서울대는 교육부에 제출한 로스쿨 인가신청서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을 정원의 6% 이상 뽑겠다고 밝혔다. 입학정원이 150명이니 6%면 9명이다. 나머지 141명이 일반전형 선발인원이다.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서울대 법과대학 건물.

    서울대의 일반전형은 2단계다. 1단계는 우선선발이고 2단계는 심층선발이다. 우선선발은 일반전형 선발인원의 절반(70명)을 서류평가만으로 뽑는 것이다. 서류평가 항목은 LEET(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공인영어점수 세 가지다. 필수평가항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대는 여기에 선택평가항목인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 경력을 덧붙일 방침이다.

    항목별 배점 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유일하게 확정된 것은 공인영어점수다. 서울대 대학원 입학 수준으로 텝스 2+급(701점), 토플 CBT 240점 이상이다. 영어 실력이 특출한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자를 포함한 제2외국어 능력을 입증하는 사람도 가산점을 받을 전망이다.

    학부성적의 경우 아직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계량화된 획일적인 점수 평가에서 벗어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적극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호 학장은 “장기적으로 재학 시절 전공과목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 위주로 뽑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부성적 합격선이 B학점이라는 소문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1차 서류평가에서 가장 변별력 있는 항목은 LEET다. 영어와 학점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호 학장은 “서류평가의 기본은 LEET”라며 “결국 LEET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 경력을 첨부할 때는 단순히 활동기관과 기간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경력과 봉사활동의 동기, 해당 기관이나 기구의 선택 이유, 해당 경력이 로스쿨 지원동기에 미친 영향 등을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사회경력의 경우 전문직 종사자일수록 가산점이 높다.

    “대입 수준 논술은 곤란”

    우선선발 대상자는 서류평가에 이어 면접과 구술고사를 치러야 한다. 면접 및 구술고사 시간은 1인당 15분 안팎. 법학 적성 및 기초적인 학업수행 능력과 소양을 평가한다. 필요할 경우 영어 지문이나 한자가 혼용된 지문이 있는 질문지를 내줄 수도 있다. 그 경우 응시자에게 답변에 필요한 별도의 시간을 줄 계획이다. 우선선발 대상자의 경우 면접과 구술고사 점수는 총점(300점)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탈락 여부만 결정한다.

    2단계 심층선발 인원은 71명이다. 우선선발에 들지 못한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우선선발에는 없는 논술이 추가돼 있다. 서류평가로 2배수(71명×2=142명)를 뽑은 후 논술과 면접·구술고사 점수를 보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총점은 500점. 서류평가 점수가 300점, 논술 및 면접·구술고사가 200점이다.

    논술 시험 문항은 1~2개이고, 시험시간은 3시간이다. 하지만 논술은 변수가 있다. LEET에서 출제되는 논술 수준이 높으면 굳이 별도의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호 학장은 “논술 실시 여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1월26일 치러진 LEET 예비시험의 논술 문항을 언급하면서 “대입논술 수준이었다. 그 정도로는 곤란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유동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대학은 로스쿨 학생을 뽑을 때 다른 대학 출신과 법학 비(非)전공자를 각각 3분의 1 이상 뽑아야 한다. 호 학장은 이에 대해 “목적도 효과도 없는 황당한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본교와 타교 출신을 왜 구분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기회균등 효과가 없다. 대학으로서는 현재 법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 로스쿨을 우수자원으로 채우려면 법대생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호 학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으로 몰려가면 로스쿨 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서울대 출신이 다른 대학의 법학과를 졸업한 후 타(他)대학 쿼터로 서울대 로스쿨 시험에 응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연·고대의 경우 정원의 100%가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는 게 호 학장의 우려다. 반대로 서울대 출신 학생들이 전국 로스쿨을 석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호 학장은 로스쿨 정원 및 변호사 진출 규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총 정원도 (인가) 대학 숫자도 정하지 말아야 한다. 엄격한 인가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대학이라면 서울, 지방을 가리지 말고 인가해주는 것이 옳다. 경쟁력 위주로 허가를 내줬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균형 차원에서 추진했으니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 로스쿨의 취지는 변호사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로스쿨에서 웬만큼 교육을 받은 사람은 누구나 법률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능력은 시장에서 검증받도록 해야 한다.”

    “판사 중심에서 변호사 중심 교육으로”

    5년 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2005년의 경우 4개 로스쿨에서 졸업생 중 단 한 명의 변호사도 배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변호사시험 합격기준이 높고 대학 간 실력 편차도 심하다. 호 학장은 “일본 로스쿨의 전철을 밟으면 큰일”이라며 “(전체 로스쿨 졸업생의) 80% 이상이 변호사 시험에 붙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합격률을 규제하면 아무래도 법학 전공자에 비해 비법학 전공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다양한 분야에서 법전문가를 길러낸다는 로스쿨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스쿨과 법대는 교육내용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법학을 배운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교육 목표와 방향은 차이가 있다. 법대의 교육과정은 민법, 형법, 상법 등 기본과목 위주다. 학생들은 사시를 염두에 두고 암기 위주로 공부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교수가 고시학원의 강의내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강의시간에 틀어주기까지 했다.

    “사시 제도의 폐해가 너무 크다. 대학은 정상적인 법학교육을 포기한 상태다. 사시 날짜가 가까워지면 대부분 휴강한다. 고시학원 강사가 학교에 와서 특강을 하기도 한다. 로스쿨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 법률기술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졸업생 대부분이 로펌에 가거나 개업할 거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또 로스쿨이 지나치게 실무교육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로스쿨에서 말하는 실무교육은 모의법정과 상담클리닉 등을 통해 실무의 맛을 보는 정도”라며 “법대 강의가 추상적 이론 위주라면 로스쿨은 구체적인 사례 위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쿨에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 배출이 주된 교육목표인 만큼 민·형법 등 기본과목보다는 기업금융, 국제법무, 국제투자, 국제거래 등 실무과목의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서울대 로스쿨이 특성화 분야로 제시하는 것도 국제법무, 공익인권, 기업금융 세 가지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미국 로스쿨의 경우 판례와 토론 위주로 수업한다. 호 학장은 “시험 중심이 아니라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키우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대 교육에서는 뭔가 결론을 꼭 냈다. 하지만 로스쿨 교육에서는 토론과 설득이 중요하다. 피고의 처지가 돼 판사를 설득하고 국제회의에서 상대방과 논쟁하고 토론하는 법을 배운다. 판사 중심 교육에서 변호사 중심 교육으로 바뀌는 것이다.”

    “로스쿨, 로또가 아니다”

    로스쿨 지망생에게 입학전형 못지않게 궁금한 것이 로스쿨 변호사의 경쟁력이다. 사시 출신이 법조계와 변호사업계를 장악한 상황에서 과연 로스쿨 변호사가 얼마만큼 경쟁력을 갖겠느냐는 의구심이다.

    호 학장의 설명대로라면 비교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사시와는 완전히 다른 판이다. 뭣보다도 변호사로서 소송 업무만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각 분야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로펌으로 많이 진출하겠지만, 정부 조직이나 공공기관에서 법률전문가로 종사할 수도 있고 기업이나 의료계에서 법률관계 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법조계도 앞으로는 비법학 전공자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오히려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변호사가 법조계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호 학장은 “로스쿨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어차피 사시 1000명 시대를 맞으면서 변호사 자격증이 평생을 보장한다는 인식은 무너졌다. 변호사 사회에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로스쿨에 기대를 갖는 건 좋지만 환상을 품어선 안 된다. 로스쿨은 로또가 아니다.”

    그는 교육부의 로스쿨 예비인가 발표 직후 전화통화에서 “정원이 150명으로 고정되면 제대로 운영하는 데 지장 있다”면서도 서울대 정원이 연·고대보다 많은 점을 의식해선지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로스쿨을 인가받은 지방 국립대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하경효 법과대학장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하경효 고려대 법과대학장은 “로스쿨 인가 정원이 너무 적어 교육과정을 설계하기가 어렵다.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탄식으로 인터뷰 말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교육부의 인가 기준이 잘못 설정됐다. 교육목적에 맞는 교수 요원과 교육프로그램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인데 평가항목을 지나치게 세분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로스쿨 선정 결과가 발표된 후 그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이런 식으로 나눠먹기 해서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잘 될지 정말 걱정이다.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됐다.”

    고려대 로스쿨의 특성화 분야는 글로벌 리걸 프랙티스(Global Legal Practice =GLP·국제법무)다. 국제통상, 국제비즈니스에 능통한 변호사를 양성하자는 목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곧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고려대의 중점 교육목표와 연계된다. 고려대는 로스쿨 인가 신청서를 통해 20개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성화 분야 지원자는 두 번 기회

    선발 절차는 2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는 서류전형이다. LEET와 학부성적, 공인영어점수, 사회봉사점수 등을 합쳐 정원의 3배수를 뽑는다. 항목별 반영비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단계를 통과한 지원자는 면접을 치른다. 면접과 서류평가 점수는 절반씩 같다.

    특성화 분야를 자원한 응시자는 별도로 영어면접을 봐야 한다. 이들은 입학전형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별도의 합격자 할당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 비율은 정원의 3% 이내. 특성화 분야를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일반 지원자와 경쟁한다. 말하자면 기회가 두 번 주어지는 셈이다.

    논술시험이 없는 대신 면접 때 구술시험이 있다. 구술시험은 7개 문항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한 문항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답해야 한다.

    영어 점수의 커트라인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영어 고득점자에 대해서는 가산점이 부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하경효 학장의 설명이다. 제2외국어 능력을 입증하는 사람을 특별 배려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사회 경력자도 활동 내역에 따라 적절한 가산점이 주어질 전망이다.

    비법학 전공자의 경우 전공별 배분을 계획하고 있다. 합격자군에 특정 학문 전공자가 많으면 조정하겠다는 얘기다. 비법학 전공자 비율은 첫 해에는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인 3분의 1 정도를 뽑지만 점차 늘려 법학사 비율을 줄여가겠다는 방침이다.

    로스쿨에 대비한 시설로는 지난해 3월 준공한 해송법학도서관과 로스쿨 전용기숙사가 있다. 470여 석 규모의 로스쿨 전용 도서관은 지하2층, 지상3층으로 이뤄졌다. 기숙사는 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CJ인터내셔널하우스라는 5층 건물의 4층과 5층에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은 법대 동문인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기증했다.

    교수진은 기존 법대 교수 43명에 신규 임용 교수 7명을 합해 모두 50명이다. 새로 채용된 교수들은 한 명 빼고는 다 실무 출신이다. 부장판사(3명),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이다. 나머지 한 명은 계약직 외국인 여교수로 독일 변호사다. 기존 교수 중에도 변호사 출신이 5명 포함돼 있다.

    이들의 급여는 실무 경력에 따라 다르다. 하 학장에 따르면 판·검사 출신이라고 특별대우를 받지는 않는다. 연차에 따른 호봉이 기준이다. 외부 경력의 70%만 인정한다. 하 학장은 정교수의 경우 1억원에 근접한 연봉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이들 외에 겸임교수와 초빙교수도 있다. 겸임 6명, 초빙 5명 모두 11명이다. 겸임교수 중 3명은 법조 실무자다.

    “40대 이상은 신중히 결정하라”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고려대 법과대학 건물.

    로스쿨 입학 경쟁률에 대해 하 학장은 “지원자 폭이 넓고 지원율이 굉장히 높을 것이다. 사시 응시생은 양면작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40대 이상 직장인의 경우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충고도 했다. 전문가로서 활동하기에는 늦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법률가로서 첫발을 내디디는 시기가 너무 늦어 활동 폭이 좁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하 학장은 최근 일본의 7개 로스쿨을 둘러봤다. 일본의 로스쿨 학생은 졸업 후 신사법시험을 치르는데 합격률이 높지 않다.

    “일본은 로스쿨 낭인(浪人)이 사회적 문제다.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안 되면 큰일 아닌가. 일본의 실패 원인은 학교 인가는 풀어놓고 신사법시험 합격자 정원을 묶어놓은 데 있다. 일단 시험을 봐서 로스쿨에 들어와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법조인의 소양과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 수요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하 학장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 개업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업을 비롯해 대학, 경제단체, 보험회사 등 법률가 수요는 곳곳에 있다. 정부기관이 가장 큰 수요처일 것이다. 이런 곳에서 법률 분쟁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변호사 자격증이 평생을 보장한다는 인식은 무너졌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고소득자가 아니라 전문직 월급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로스쿨 첫 졸업생은 시련이 클 것이다. 로스쿨이 로또라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다.”

    하 학장은 로스쿨 교육일정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특히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3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

    “비법대생 출신은 3년간 아무리 강도 높게 공부해도 법대생 출신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3년은 법률가로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법률지식을 공부하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그런데다 국제화에 걸맞은 업무 능력과 언어 능력, 거기에 실무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학습일정이 매우 빡빡할 것이다. 교수도 마찬가지여서 지금보다 연구시간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대가 책정한 로스쿨 등록금은 연 1800만원. 로스쿨 정원의 20%에 해당되는 학생들에게 3년간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하 학장은 “등록금은 일단 로스쿨을 인가받으려는 목적에서 낮게 책정했다. 장학금 책정도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하듯 말했다.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하 학장은 로스쿨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로스쿨 인가 반납 검토

    “막연히 법학을 공부해 변호사 하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 내가 왜 법률가가 되려 하는지,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다.”

    교육부의 로스쿨 선정 발표 이후 고려대는 정원이 예상보다 줄어든 데 대해 크게 반발했다. 서울대만 원안대로 150명이 책정되고, 사시 합격자 수에서 한 수 또는 두 수 아래인 연세대·성균관대와 더불어 120명으로 묶인 데 대한 불만이다. 한마디로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한때 “로스쿨 인가를 반납하겠다”라는 격한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2월13일 오후 이기수 총장 주재로 열린 법대 전체 교수 회의에서는 인가 철회 신청을 일단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의 강력한 반발은 향후 로스쿨 정국에서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세대 홍복기 법과대학장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서울대, 고려대와 달리 로스쿨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연세대는 일찍이 로스쿨에 대비한 시설 확충에 나섰다. 먼저 2002년에 법과대 건물을 새로 크게 지었다(지하 2층, 지상 5층). 오는 5월엔 법학전문도서관이 문을 열고, 8월엔 최첨단시설을 갖춘 국제회의장과 모의법정이 완공된다. 또 서울역 앞 연세대 건물에 리걸 클리닉이 설립된다.

    홍복기 법과대학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교육부의 로스쿨 선정 기준부터 비판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로스쿨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학의 경쟁력이다. 로스쿨을 유치하기에 적합한 인적, 물적, 교육조건을 따지는 준칙주의로 결정됐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서울과 지방의 나눠먹기가 돼버렸다. 지역 발전을 위해 지방 소재 대학에 로스쿨을 많이 배분한다는 것 자체가 로스쿨 취지에 어긋나는 발상이다. 로스쿨을 특권계급 배출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로스쿨 제도는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향상시키자는 목적에서 도입했다. 법조인의 특권계층화를 막자는 취지다. 그런데 지방에 과도하게 배분함으로써 로스쿨이 마치 특권처럼 돼버렸다. 로스쿨 입학 자체가 특혜가 돼버렸다. 그리고 지역할당 논리라면 경남 지역은 왜 하나도 없나.”

    홍 학장은 정원 규제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국민에 대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라면 정원을 제한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 홍 학장의 해법은 “진입은 풀고 진출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시설과 교육프로그램, 학생 조건 등 인가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은 미국처럼 자율적으로 정원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하버드대는 550명, 예일대와 스탠퍼드대는 250명이다. 일본 로스쿨도 총정원 규제가 없다. 대신 일본은 변호사 진출을 규제한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은 것이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직업을 포기하고 로스쿨을 선택한 것이니만큼 당사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겠나.”

    법무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은 80%대가 될 전망이다. 홍 학장은 “시장 수요에 따라 80%보다 낮출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변호사 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면 변호사의 특권화를 막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합격률을 낮추면 폐해가 나타나겠지만, 결국 시장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호사가 돼봐야 별 게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로스쿨은 성공하는 것이다.”

    홍 학장에 따르면 연세대는 로스쿨 준비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교육부가 책정한 정원으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게 학교 측 고민이다. 교수 급여 주기에도 벅차다는 것이다.

    연세대가 확보한 로스쿨 교수는 모두 48명. 연봉을 평균 1억원씩 잡으면 1년에 48억원이다. 연세대가 책정한 학생 1인당 연간 등록금은 1700만원. 입학 정원이 120명이니 등록금 수입은 20억400만원(1700만원×120)이다. 거기에 교육부 인가규정에 따라 장학금을 의무적으로 줘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정원의 30% 인원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홍 학장은 “(교수)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혀를 찼다.

    “교수 급여 주기도 벅차다”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등록금을 낮추게 됐다. 고정비용은 빼더라도 당분간 연간 60억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원이 늘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학생은 학생대로 힘들다. 등록금 외에 생활비, 하숙비(지방 출신), 교재비 등을 감안하면 3년간 약 1억원이 들 것으로 홍 학장은 예상한다.

    현재 연세대가 확보한 법조실무경력교원은 13명이다. 교수 정원 대비 34%로 교육부 인가기준(20%)을 훌쩍 넘는 수치다. 판사 출신이 가장 많다. 부장판사 2명에 고등법원 판사, 행정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연구관 등 모두 5명이다. 검찰 쪽에서는 부장검사가 한 명 왔다. 나머지 7명은 한 명을 빼고는 모두 현직 변호사다. 대부분 대형 로펌 출신인데,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있다. 예외자 한 명은 하버드대 로스쿨 박사 학위 소지자인 재미교포다.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오는 5월 완공 예정인 연세대 법학전문도서관(학술정보관 5·6층).

    입학전형기준과 관련해 홍 학장은 사회경력자와 단순 대졸자를 구분해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쿼터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응시자 연령대는 20대 중반~30대 초반이 가장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40대 후반의 응시자에 대해서는 “선발을 신중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드문 사례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미국 로스쿨도 20대가 주축이라고 한다.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이 절반가량이고, 사회생활을 한 경우도 3년 이하의 경력자가 다수라는 것이다.

    연세대도 고려대와 마찬가지로 서류전형과 면접 2단계에 걸쳐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대, 고려대와 달리 연세대는 서류전형의 평가항목 반영 비율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일반전형의 경우 LEET와 학부성적, 영어능력을 각 20%씩 반영한다. 거기에 사회활동과 봉사활동 경력, 자기소개서 및 학업계획서가 15%다. 논술시험 역시 15%를 차지한다. 이 모든 점수를 합친 결과를 토대로 모집정원의 5배수를 뽑는다. 1단계를 통과한 학생은 2단계로 면접을 치른다. 면접점수 비율은 10%. 1, 2단계 점수 합계로 합격자를 가린다.

    특별전형의 경우 LEET와 학부성적, 공인영어점수 반영 비율이 일반전형과 다르다. 각각 30%, 15%, 10%다. 사회활동과 봉사활동, 자기소개서 및 학업계획서 비율은 20%. 논술과 면접 비율은 일반전형과 같다.

    연세대는 각 시험항목의 구체적인 점수까지 정해놓았다. LEET의 경우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3개 과목 중 2개 과목에서 60점 이상이면 탈락을 면한다. 영어점수 커트라인은 토플의 경우 CBT 213점, IBT 79점, PBT 550점이다. 토익은 730점, 텝스는 638점 이상이다. 학부성적은 전 학년 평균성적이 B학점(80%) 이상이어야 한다.

    “성적자료로는 변별성 없을 것”

    홍 학장 예상으로는 영어의 경우 토플 만점자가 꽤 있을 것이다. 그는 “서류상으로는 거의 완벽한 사람들이 지원할 것”이라면서 “일반 성적자료만으로는 변별성이 없기 때문에 논술을 통해 거를 수밖에 없다”고 논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법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논술시험 실시는 가변적이다. LEET에 논술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 안 볼 수도 있다는 내부 방침 때문이다.

    연세대의 특성화 분야는 글로벌 비즈니스, 공공행정, 의료과학기술 세 가지다. 특성화 분야를 지원하는 응시생은 종합평가에서 유리하다. 홍 학장은 “응시생의 상위 0.5% 이내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성화 분야에 도전하는 응시생은 영어면접을 봐야 한다.

    로스쿨 인가기준에 따르면 비법대 출신의 선발 비율은 3분의 1이지만, 연세대는 조금 더 높일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지원자들의 출신 분포를 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상경대가 세다. 법대는 주력 학부가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시 합격자 수로 서울대, 고려대와 비교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명실상부한 ‘넘버 스리’로 2위인 고려대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사시 합격자 수에서 여전히 고려대에 뒤지지만 많이 따라붙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2~2006년까지 5년간 고려대의 평균 사시 합격자 수는 166.4명, 연세대는 109.6명이다. 사시 합격자 서열 4위지만 이번에 연·고대와 더불어 로스쿨 정원 120명을 배정받은 성균관대는 57.8명이다. 홍 학장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은 연세대가 고려대에 앞선다”고 힘줘 말했다.

    연세대 법대가 자랑하는 기록이 두 가지 더 있다. 국내 사립대 법대 중 유일하게 대법원장, 국무총리, 대법관을 배출했다는 것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관의 전국 법과대학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실무능력 집중 배양하겠다”

    서울대, 연·고대 법대학장들의 ‘로스쿨 특강’
    “예전엔 사시 합격자 발표일이 제삿날이었다. 1981년 법대 독립이 도약의 기점이었다. 사시 합격자 수가 늘면서 동문 지원이 쏟아졌다. 동문회에서 한 학기에 3000만원의 장학금을 댔다. 김우중 회장은 고시장학금을 만들어 특별지원을 했다. 합격자가 40명에서 70명으로 늘자 시스템이 자동으로 돌아갔다. 100명을 넘어서자 ‘연세대도 되는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 지금은 정원의 45%가 합격한다. 안 되면 바보 되는 분위기다.”

    홍 학장은 “법대와 로스쿨의 교육방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법대는 먹이를 입에 넣어주고 로스쿨은 먹이 잡는 법을 가르친다. 법대는 암기 위주의 법 지식 전달이 목표였다. 반면 로스쿨에서는 법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법에 없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풀고 조정할 것인지를 배우게 된다.”

    홍 학장은 서울대 호문혁 법과대학장과는 달리 실무교육을 강조했다. 사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사법연수원보다 훨씬 강도 높은 실무교육을 통해 실무능력을 집중적으로 배양하겠다는 것이다.

    고소득 변호사를 꿈꾸고 로스쿨을 지망하는 사람들은 홍 학장의 이런 얘기에 크게 실망할지 모르겠다.

    “로스쿨은 입신출세의 기회가 아니다. 로스쿨을 인생 로또로 여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현재 하는 일을 잘하고 있다면 그대로 있는 게 낫다. ‘변호사=고소득’의 공식은 (로스쿨이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진작 깨졌다. 미국에서는 극소수 변호사만 초봉 15만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는다. 대다수 변호사의 급여는 국내 대기업 수준보다 적다. 2만~3만달러가 대부분이다. 변호사는 결코 꿈의 직업이 아니다. 법률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지 특권을 부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로스쿨 출신들은 변호사로서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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