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20대 리포트

대학생이 한국당 싫어하는 3가지 이유

‘서울 5개大 재학생 커뮤니티’ 분석

  • 박지혜 자유기고가 roselyn3014@naver.com

    입력2019-08-23 09: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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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꼰대 “인간을 하등 종족으로 여기는 천룡인”

    • 막말 “브레이크 고장 난 오토바이”

    • 무능 “‘빨갱이’만 말하는 개그맨”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젊은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갤럽이 8월 6~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 더불어민주당 41%, 자유한국당 18%로 나타났다. 19~29세의 지지도는 올해 초 4%대에서 시작해 최근 10%대로 진입하며 점진적 상승세를 보였으나, 더불어민주당이 35~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모습이다. 

    필자는 서울 소재 5개 대학 재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통해 20대가 한국당을 싫어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우선, 이 5개 대학 커뮤니티에 게재된 한국당 관련 글 중 65%는 한국당을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한국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꼰대’ ‘막말’ ‘무능’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집약됐다. 먼저, ‘꼰대(권위적이거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을 가리키는 은어)’와 관련해, 대학생들은 한국당이 권위적이라 거부감을 준다고 했다. 

    대학생 A 씨는 한국당을 ‘천룡인’에 비유했다. 

    “몇 년 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고개 숙인 국회 청소용역노동자분들에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눈동자로만 내려다보던 당시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누군가를 내려다볼 권리를 가졌다는 듯한 태도에 ‘천룡인’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룡인은 한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집단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인간을 하등 종족으로 여기는 것으로 묘사된다.



    “5시간 30분 단식이 대안이면 이민”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광주 북구 자유한국당 광주시·전남도당 앞에서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가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하루 앞둔 5월 17일 광주 북구 자유한국당 광주시·전남도당 앞에서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가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5시간 30분짜리 단식’도 구태의연한 꼰대 이미지로 대학생들에게 비쳤다. “5시간 30분 단식하는 사람들이 대안이라면 저는 그냥 이민 가겠습니다” “한국당을 찍을 바엔 무효표를 던지자. ” 

    올해 초 한 대학 행사장을 찾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학생들에게 “내가 꼰대처럼 생겼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엔 꼰대 이미지에 대한 고충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재학생 커뮤니티가 지적하는 두 번째 이유는 ‘막말’이다. 대통령을 “지진아” “빨갱이”라고 부르거나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자식의 죽음을 갖고) 해 처 먹는다”라고 하거나 복도에 주저앉아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걸레질한다”라고 하는 것들이 재학생들에겐 막말로 비쳤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 칭한 박모 씨는 다른 정당도 막말을 하지만 한국당의 막말이 더 원색적이고 거친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의 정책을 지지하다가도 거친 말이 등장하면 아니꼽게 보이고 정이 안 간다”고 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의 재학생은 한국당의 막말을 “브레이크 고장 난 오토바이’라고 썼다. 5·18민주화운동 망언 논란과 관련해 “당시 광주에 안 가본 사람이 유공자로 지정돼 있어 명단 조사를 하자는 것이지만 표현이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재학생은 “대구에서 5·18만 까면 거저먹을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대학 커뮤니티의 재학생은 한국당 최고위원이 5·18유족을 ‘괴물집단’에 비유한 것에 대해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약자에 일부러 상처를 주고 그들을 사회에서 더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무리 지지 집단을 대변하는 게 정치인의 역할이라도, 사회에서 다수가 동의하는 공감대에 일부러 반대하며 갈등을 조장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일하지 않고 떼만 쓰는 무능한 정당”

    ‘보수=유능’이 고정관념인데, 의외로 적지 않은 재학생은 한국당을 싫어하는 이유로 ‘무능’을 꼽았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능력이 부족하니까 언행이 거칠어지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서 재학생은 “그저 과거의 영광만 찾으면서 발전이 없다. 한국당을 밀어주고 싶어도 야당의 역할을 할 수 없는 무능함이 한탄스럽다”고 했다. 이 커뮤니티의 다른 재학생들은 “일을 안 하면 호감 가는 인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빨갱이’ 말고는 할 말 없는 당” “진짜 정체는 개그맨”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른 대학 커뮤니티의 한 재학생은 “능력이 없어 깎아내리기 전술에 기생한다”고 했다. 이 커뮤니티의 다른 재학생은 “제1야당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발전하려는 노력보다 여당 발목잡기를 통해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승리를 얻는 데만 관심이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여당이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도부의 능력 부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의 커뮤니티엔 민주당도 싫지만 한국당이 더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 정부도 가망 없지만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라고 권장할 수 있을 만큼 (한국당에) 명분과 실리가 부족하다” “민주당이 미는 정책이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한국당은 더욱 수준 미달” “한국 보수당이 저 꼴인 건 정말 국가적 손해다.” 

    패스트트랙 장외투쟁을 하면서 집권 여당에 제대로 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재학생들에겐 “일하지 않는 정당” “떼만 쓰는 정당” “무능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한일 경제전쟁과 관련해서도 몇몇 재학생은 한국당의 스탠스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서 몇몇 재학생은 “한국당의 비난의 초점은 문 대통령과 한국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감싸주고 있다”고 했고 다른 재학생은 “일본의 간첩”이라는 격한 표현을 썼다.

    “비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국당은 요즘 20대 끌어안기에 열심이다. 여론조사대로 한 자릿수 20대 득표율을 받아선 어떤 선거에서도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당은 6월 전국 100여 개 대학에 지부를 만들어 청년 당원의 정치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또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축이 돼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초청행사를 진행했다. 

    한 재학생은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규모와 역량을 가진 정당은 한국당이 유일하다. 한국당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좀 잘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재학생은 “미우나 고우나 상당수 청년은 한국당의 쇄신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재학생 커뮤니티에 나타난 한국당을 싫어하는 3가지 이유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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