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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용으로만 생각 말고 30년 쓸 시설 지어라”

동계올림픽 개최지 현지취재-미국 솔트레이크

“경기용으로만 생각 말고 30년 쓸 시설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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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용으로만 생각 말고 30년 쓸 시설 지어라”

시속 100km 봅슬레이에 탑승해 올림픽 경기 코스를 체험한 취재진.

▼ 솔트레이크 올림픽이 열리기 전 뇌물 스캔들이 터졌다. 유치 과정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는데.

“유치위원 대부분이 국제 체육계 관행을 잘 몰랐다. 다른 나라들(역대 개최국)이 해온 걸 따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됐다.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모든 일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됐다.”

▼ 미국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다른 나라에서 그런 큰 스캔들이 터졌다면 올림픽 개최가 어렵지 않았을까.

(그가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잠시 뜸을 들인 뒤 말했다)

“스캔들이 터진 후 조직위원회 지도부에 변화가 생겼다. 오히려 올림픽 개최에 도움이 됐고, IOC 내부를 정화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



1억 달러 남겨

▼ 성공한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요인을 꼽는다면?

“첫째, 기존 시설물을 많이 활용한 덕분에 비용이 적게 들었다. 또한 시설들이 서로 가까이 위치해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둘째, 솔트레이크 및 파크시티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필요 인원보다 많은 사람이 자원봉사자로 활약했다. 많은 외국인 선수와 관광객이 자원봉사자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존 시설물 활용의 대표적 예는 메인 스타디움이다. 유타대학교 미식축구장을 개·폐막식 장소로 활용한 것. 기록에 따르면 솔트레이크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약 1만 명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기대치를 뛰어넘는 만족감을 안겨야 한다”고 말했다.

“운이 좋아 2주간 최고의 날씨가 계속됐다. 편리한 교통수단도 한몫했다. 매일 밤 시내 중심부 메달플라자에서 메달 증정식과 콘서트가 열리는 등 이벤트와 즐길 거리가 많았다.”

▼ 당신은 어떤 일을 했나.

“어릴 때부터 세계 각국의 올림픽을 많이 봐 올림픽 유치에 대한 열망이 컸다. 올림픽이 얼마나 위대한지 잘 알기에 주민에게 내 경험담을 얘기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1995년) 유치가 결정된 후 해마다 정부 세수에서 올림픽자금으로 32분의 1을 떼어 시설과 장비를 갖추는 데 사용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정부에 되돌려주는 조건이었다. 다 갚고 남은 돈이 1억 달러쯤 된다. 순수익이다. 이 돈을 올림픽유산재단에 넣어두고 올림픽 시설과 장비를 유지, 보수, 관리하는 데 사용한다. 내가 알기론 올림픽이 끝난 후 우리처럼 관련 시설을 많이 활용하는 도시가 없을 것이다. 그것도 이익을 내면서.”

“경기용으로만 생각 말고 30년 쓸 시설 지어라”

솔트레이크 올림픽 유치에 큰 공을 세운 전 파크시티 시장 브래드 올치. 솔트레이크 올림픽 홍보책임자 마일즈 래드맨. 솔트레이크 올림픽 때 방송 아나운서로 활약한 칼 뢰프케.(왼쪽부터)

“평창? 너무 걱정하지 말라”

▼ 솔트레이크 올림픽이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두 가지인 듯싶다. 흑자 운영과 시설물의 사후 성공적 활용.

“맞다. 하나 덧붙이면 지속적 기억에 따른 홍보효과다. 역대 올림픽 개최 도시 중에는 대회가 끝난 후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지는 도시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국제대회를 유치해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찾아오게 만들었다.”

▼ 사후 활용의 예를 들자면?

“유타대학교에 마련한 올림픽빌리지(선수촌)로 학생 기숙사 문제를 해결했다. 텔레커뮤니케이션, 정보, IT 관련 기반시설을 주민이 이용한다. 관광산업도 커지고, 마케팅 기법도 발전했다. 사실 솔트레이크는 미국인도 잘 알지 못하는 도시였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대기업 본사가 들어오고 관광객이 늘었다.”

▼ 평창에 조언을 한다면?

“먼저 정부는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고 고유의 멋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민과 자원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성공의 결정적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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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파크시티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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