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하키경기장에서 콘서트장으로 변신한 팔라올림피코 내부(위). 토리노는 헤이즐넛초콜릿을 처음 개발한 유럽 초콜릿의 원조로 명성이 높다.
“바로 여기가 U2가 공연한 곳이에요. 11월에는 마돈나 콘서트가 사흘간 열립니다.”(레이첼 벤코 팔라올림피코(Palaolimpico srl.) 마케팅 담당자)
석 달간의 미주 투어를 마치고 9월부터 유럽 투어에 나선 세계적 록그룹 U2가 택한 첫 번째 무대는 토리노였다. 지난 9월 4일과 5일, U2는 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신설된 팔라올림피코에서 무대에 섰다. 벤코 씨는 “1만5000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이 공연 내내 꽉 찼다”며 “관객들은 토리노뿐만 아니라 밀라노, 프랑스에서도 왔다”고 전했다.
토리노의 몇몇 올림픽 시설물은 올림픽이 끝난 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활발하게 활용될 뿐만 아니라 토리노 관광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팔라올림피코다. 팔라올림피코는 올림픽이 끝난 뒤 아이스링크를 뜯어내고 콘서트, 전시회, 컨벤션 등의 용도로 개조됐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360건 이상의 행사를 치렀고, 2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2009년에는 글로벌 콘서트 기획회사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이 주요 주주로 참여, 대형 콘서트 유치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최대 여행사 알피투어(Alpitour)와 파트너십을 맺고(이에 따라 3년간 ‘팔라 알피투어(Pala Alpitour)’로 간판을 바꿔 단다), 주요 행사와 여행 산업 간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벤코 씨는 “시설물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데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든 실현해 주려는 노력 덕분에 고객이 나날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며칠 후에는 로비에서 웨딩박람회가 열린다고 했다. 로비 천장을 보니 콘서트장에 있을 법한 대형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피겨 및 쇼트트랙 경기장 팔라벨라도 아이스 스케이트장 및 각종 이벤트 행사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링고토 오발도 링고토 피에레(Lingotto Fiere)로 이름을 바꾸고 전시관, 쇼핑몰, 콘서트장 등 다목적 현대복합물로 이용된다.

피아트 공장이 있었던 링고토는 올림픽을 계기로 쇼핑몰, 호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으로 개보수됐다.
하지만 모든 시설물이 사후 활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을 선정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올림픽 빌리지의 일부는 난민들에게 무단 점거됐고, 봅슬레이 등 설상경기 시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카스텔라니 전 위원장은 “설상경기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데, 이탈리아는 이 점에서는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어디든 설상경기 시설은 사후 활용도가 낮아 적자에 허덕인다”며 “4년마다 올림픽 개최 도시에 이런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이 토리노 지역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올림픽으로 지역 발전을 완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토리노는 잘 알고 있다. 유럽의 여타 도시와 마찬가지로 토리노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런 배경에서 토리노는 지금도 도시 재생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3차 전략(Torino′s third Strategic Plan)을 통해 2025년까지 29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1차 및 2차 전략을 올림픽 전후로 진행했다), 핵심은 토리노와 토리노를 둘러싼 38개 지방도시를 하나로 통합해 인구 150만 명 이상의 광역시로 만드는 일이다. 1차와 2차 전략이 토리노에만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그간 차별받은 주변 지역으로 ‘성장의 결실’을 나누겠다는 것. ‘전략의 토리노’ 사이먼 망길리 프로젝트·운영 책임자는 “이는 토리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한 단계 더 발돋움하는 데도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정체성 모색
“올림픽을 통해 토리노는 ‘우리는 더 이상 피아트가 아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 다음 질문은, ‘그러면 우리는 무엇이냐’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관광도시가 그 하나가 될 수 있고, 토리노가 보유한 우수 대학과 기업을 바탕으로 하이엔드 테크놀로지 도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토리노와 그 주변 지역이 함께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내고 공유하는 일, 그것이 올림픽 개최 10년을 맞는 토리노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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