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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빨리빨리’ 사후활용 ‘갈팡질팡’

평창올림픽 준비현장 르포

경기장 ‘빨리빨리’ 사후활용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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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新공법으로 품질 향상, 工期 단축”
  • ● 철거냐 잔존이냐, 결정 안 된 시설 많아
  • ● 사후 시설물 복원·철거 비용 엄청날 듯
경기장 ‘빨리빨리’ 사후활용 ‘갈팡질팡’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왼쪽의 구불구불한 공사 현장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 경기장인 슬라이딩센터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동쪽을 향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를 뚫는 현장이다. 횡계IC를 빠져나와 강원도 평창군에 들어와서도 ‘올림픽 건설’에 분주한 현장이 여럿 눈에 띈다. 도로 곳곳이 확장 공사 중이고, 용평 돔체육관 옆에서는 올림픽 선수촌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알펜시아 리조트 내 슬라이딩센터 공사 현장. 스키점프 관광전망대에 올라서면 커다란 구렁이가 구불구불 기어가는 듯한 슬라이딩센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금메달 9개가 걸린 썰매 종목(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경기장으로, 총 길이는 2018m. 현재 절반 가까이 공사가 진행됐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아시아에서 일본 나가노에 이어 두 번째로 세워지는 썰매경기장으로, 알펜시아를 알펜시아답게 만드는 시설물이라 할 수 있다. 알펜시아는 알프스를 뜻하는 독일어 알펜(Alpen)과 아시아(Asia)를 조합한 단어로, ‘아시아의 알프스’란 뜻이다.

경기장 ‘빨리빨리’ 사후활용 ‘갈팡질팡’
선두 나선 슬라이딩센터

“자랑 좀 하겠습니다. 슬라이딩센터가 목업(mock-up, 모형) 테스트를 단번에 통과했어요. 콧대 높은 유럽 사람들도 우리 기술력과 건설 속도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알펜시아에서 만난 이규운 강원도 동계올림픽본부 설상시설과장은 그간 고충이 컸던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슬라이딩센터는 트랙 6m 구간을 먼저 만들어 각 경기연맹의 인증을 받아야 나머지 공사를 개시할 수 있는데, 보통은 네댓 번 탈락하기 마련이라고 한다(소치는 6번 시도 끝에 통과했다). 하지만 이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은 건설 현장에서 철근을 조립하는 기존 공사 방식을 따르는 대신 공장에서 철판을 잘라 만드는 새로운 공법을 고안해냈다. 이 과장은 “덕분에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 예산은 13조 원가량(표 참조). 이 중 고속철도 등 접근도로망에 투입되는 예산이 9조5000억 원, 운영비가 2조 원이고 나머지가 1조5000억 원으로 경기장 11개와 개·폐회식장, 선수촌 두 곳 등이 건설된다. 경기장 공정률은 슬라이딩센터가 가장 높고, 개·폐회식장과 같이 아직 설계도가 확정되지 않은 시설물도 있다.

알펜시아와 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에서 설상경기가 벌어진다면, 빙상경기는 인근 강릉에서 펼쳐진다. 경포호와 가까운 강릉종합운동장 건너편에는 현재 강릉스피드스케이팅센터, 강릉하키센터, 경포아이스아레나(쇼트트랙 및 피겨스케이트 경기장)가 앞다퉈 공사 속도를 낸다.

이 중 강릉하키센터는 올림픽 종료 후 철거냐 잔존이냐를 놓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인데, 공사는 당초 계획대로 ‘철거 후 원주 이전’을 전제로 진행된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최동혁 태백건설산업 공사부장은 “철거와 이전이 용이하도록 철골과 외벽 슬라브를 15m 크기로 잘라 짓는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공정률은 10%에서 46%로 제각각인데, 사정이 가장 급한 곳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이다. 이 경기장에서 내년 1월 27일 트레이닝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에, 그전까지 현재 32.8%인 공정률을 60%로 높여야 한다. 트레이닝 이벤트란 올림픽에 앞서 경기장 성능을 점검하는 것으로, 각국 대표선수들이 모여 국제대회인 국제스키연맹 극동컵(Far East Cup)이 펼쳐진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원시림 훼손에 반발한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된 데다, 당초 예상보다 지력이 약해 곤돌라 건설에 차질을 빚는다. 이 과장은 “실제 땅을 뚫어보니 분적토가 많아 곤돌라 파일을 박아 넣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새벽 2시까지 작업하는데 앞으로는 24시간 공사 체제로 돌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기장 ‘빨리빨리’ 사후활용 ‘갈팡질팡’

강릉 경포호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피겨 및 쇼트트랙 경기장 경포아이스아레나 공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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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강릉=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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