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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을 버리고 생태문명 일군다

대안교육 꿈꾸는 녹색대학 사람들

  • 정 영시인·자유기고가 01191631971@hanmail.net

탐욕을 버리고 생태문명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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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스승이 될 만한 분을 모셔 배우는 ‘화요특강’, 다른 지역의 문화나 행사를 경험하러 가는 ‘세상보기’, 자신이 배우고 싶은 스승을 찾아가 배우는 ‘도제수업’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해서 강의하는 ‘물이 만드는 수업’은 교수들도 수강한다. 모두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수업들이다. 이 모든 것은 학교측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라 샘과 물들의 토론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야단법석’이라는 자리를 통해 이들은 늘 끊임없이 토론한다. 가끔은 열띤 논쟁이 펼쳐지기도 해서 무서울 정도지만 이들은 새벽 3시가 넘도록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지난밤에 토론을 거쳤는데도 아직 결정되지 않아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미룬 것은 학생회장을 뽑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였다. 이 자리 또한 샘과 물들이 함께하는 자리인데, 역시 누가 샘인지 물인지 구분할 수 없다.

저녁 6시, 식사시간이다. 밥이 차려지면 샘들과 물들이 모두 동그랗게 모여 달그락거리며 밥을 먹는다. 모두 한 솥 밥을 먹고 사는 사이다. 함께 밥을 뜨며 웃고 떠드는 일도 그들에겐 또 하나의 배움이다. 식사를 마치면 자신이 먹은 식기들을 손수 씻는다. 어두워지는 저녁 수돗가에서 찬물에 손을 담그고 그릇을 닦는 사람들. 이들은 이곳에서 이렇듯 모여 한 살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곳에서 노래를 처음으로 부릅니다.”

탐욕을 버리고 생태문명 일군다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지리산 자락을 택한 도서관 사서 이숙경씨와 그의 아들

말이 조금쯤 느리고 발음이 불분명한 조윤호(27)씨는 모두가 둥글게 모여 앉은 자리에서 큰 소리로 노래 불렀다. 다른 대학에서 전자학과도 다녀보고 국문과도 다녀보고 의사가 되려고 공부도 해봤다. 그러다가 이제야 자신이 있어야 할 곳, 자신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이다. 그는 이제 노래를 더 많이 배워서 레퍼토리를 늘려야 할 것 같다며 수줍게 웃는다. 그의 노랫소리가 정말 좋다.



일주일간의 해오름제(오리엔테이션)를 마치고 다과를 마련해 둘러앉은 자리. 일주일을 함께 보낸 소감을 말하고 노래를 하는 자리인지라 감격스럽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는 자리다. 아직 익숙지 않은 노동 탓에 조금쯤 피곤해 보이지만 어떤 확신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노래를 처음 하는 이가 또 있다.

“다같이 모여서 토론할 때, 다들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는데 저는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이대로 있다가는 왕따당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 토론에 조금씩 끼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 다 노래하시는데 저만 안하기는 싫습니다. 다른 데선 노래 부른 적 없는데 오늘은 부르겠습니다.”

수녀도 스님도 한마음

그녀가 부른 노래는 ‘산골짝의 다람쥐’다. 모두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른다. 그렇게 깊어가는 늦은 밤의 술자리에 앉아 있던 한광용 샘은 그 노래로 인한 감동으로 그만 눈물을 보이고야 만다.

학생들의 얼굴이 이토록 제 각각일 수 없다. 그리고 모두 자기의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명료하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순수하게 웃는 이들은 모두가 정말 솔직하고 눈이 맑다.

심지어 학부에는 수녀님이 있고 대학원에는 스님도 있다. 수녀님은 수도자이기에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없어 학교 앞마을에 집을 하나 얻어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것만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 수녀님이 계시던 성당의 다른 수녀님들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둘러보고 안심하며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온 스무 살의 젊은이도 있고 일흔 살의 노인도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아예 이곳으로 내려온 엄마 학생도 둘이나 있다. 아이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학교 앞에 집을 얻어 살기도 한다. 엄마가 공부를 하거나 노동을 하는 시간에 아이들은 녹색대학 내의 ‘녹색유아방’에서 선생님과 하루를 보낸다.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아이에 대한 사랑마저 잃고 살던 한 엄마가 있다.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이를 더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양대 사회과학부 1년을 다니다가 이곳에 온 김현우(24)씨의 꿈은 영화감독이다. 그러니까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고 해서 모두 생태와 환경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갔는데도 주입식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싫었어요. 대학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로 실망이 컸죠. 어느 날 녹색대학을 우연히 알게 됐는데 바로 제가 가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 이곳에서 내공을 쌓고 싶어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의견을 굽히지 않고 팽팽하게 토론하는 걸 보면, 여러 우주가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곳에서 그런 우주들의 생각과 그들의 질서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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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영시인·자유기고가 011916319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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