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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 분석

제3국 관련법 통해 본 美 북한인권법의 진실

‘붕괴유도’ ‘침공 사전정지’보다 北 인권개선 노린 다각도 압박수단

  • 글: 김수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편집위원 국제경제학 박사

제3국 관련법 통해 본 美 북한인권법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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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 만한 점은 비밀리에 이뤄져도 좋을 군사지원 내용을 미국 정부가 법안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공개주의 원칙하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은 1985년 이란-콘트라 스캔들을 통해 대외정책의 비밀주의가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한 뒤 가능한 모든 정책을 공개하고 있다(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당시 레이건 행정부가 레바논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추진한 비밀계책을 일컫는다. 당시 미국은 레바논 테러집단을 후원한 이란에 무기를 파는 대가로 인질을 빼오기로 비밀리에 타협했다. 수천t의 무기가 이스라엘을 거쳐 이란으로 건너갔고 인질들은 하나 둘씩 석방됐다. 미국은 무기를 판 돈으로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사회주의정권에 대항하는 우익 콘트라반군의 무장을 도왔다. 이 사건이 공개되면서 레이건 행정부는 큰 시련에 빠졌고 이후로는 대외지원을 공개하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경우는 현재 민주화 세력이 비폭력 민주화운동 그룹과 무장운동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미국 정부는 비폭력 민주화운동 그룹에 대해서만 지원한다는 원칙을 버마자유민주법안 8장 a조에 명시하고 있다(‘to assist Burmese democracy activists dedicated to nonviolent opposition to the regime’). 이러한 사례는 미국이 무력공격의 사전수순으로 특별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주장이 근거 없음을 방증하고 있다.

경제제재 조항도 삭제

북한인권법안에는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북한인권법안 이전 상원에 계류됐다가 폐기된 ‘북한자유법안(North Korea Freedom Act)’에는 ‘북한이 완전한 경제개혁을 이루기 전까지는 대북 무역해제 및 경제원조를 제공할 수 없다’(402조)는 조항이 있었지만 이번에 통과된 북한인권법안에서는 삭제됐다.



이를 다른 나라 관련 특별법안과 비교해보면 북한인권법안이 얼마나 온건한 성격을 띤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쿠바민주화법안의 경우에는 매우 광범위한 경제제재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카스트로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제재는 물론 쿠바정부를 지원하는 타국 정부에까지 그 제재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버마자유민주법안은 경제제재 범위를 좁혀 미얀마 군부정권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에 대해서만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 그러한 기업의 대미수출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또한 미국 내에 있는 미얀마 군부의 자산을 동결하며 이들에 대한 국제기구의 금융·기술 지원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란민주화법안도 마찬가지여서 이란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섬유나 음식류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라크해방법안에는 경제제재에 대한 언급이 없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는 전면적인 UN경제제재 상태하에 놓여 있었으나 이후 이라크의 경제난이 매우 심각해지자 1994∼95년부터 경제제재를 완화했다.

북한인권법안에도 경제제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 법안의 목적이 정권에 대한 제재보다는 북한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들이 정권의 경제적 기반을 와해시키기 위해 경제제재 조항을 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한인권법안에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반대논리의 하나로 이 법안이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주장 또한 사실과 거리가 있다.

제3국 관련 특별법안 중 인도주의적 지원에 관한 내용은 쿠바, 이라크, 북한 관련법안에 들어 있다.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규정한 쿠바민주화법안의 경우에도 NGO의 식량지원이나 의약품·의약기기 원조에 대해서는 규제조항이 없다(쿠바민주화법안 1705장 c항). 이라크해방법안은 한 걸음 나아가 후세인 통치에서 탈출해 쿠르드족이 점령하고 있는 해방지역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분배 투명성’은 전제 아닌 권고

북한인권법안에는 인도주의적 지원문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일례로 식량분배의 투명성을 강조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원칙은 지키되 좀더 유연한 방법으로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처리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원래 하원에서 통과된 초안에는 직접지원과 간접지원을 분리하여 직접지원은 투명성 등 조건이 충족될 때만 가능하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9월28일 상원에서 수정·보완된 안은 이 조건을 강제적이 아닌 의회 권고사항으로 완화시켰다.

더욱이 간접적인 지원, 가령 WFP(세계식량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원하는 것은 투명성을 강조하되 전제조건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하원에서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되고 이틀 뒤인 7월24일 WFP를 통해 북한에 식량 5만t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인권법안에 포함된 인도적 지원의 골자는 난민, 망명자, 탈북고아, 성매매 희생여성 등에 대한 것이다. 미국 의회는 이들 북한주민 지원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2000만달러의 예산을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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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수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편집위원 국제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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