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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긴 광화문, 무엇이 문제인가

아스팔트 뒤덮은 광장, ㄱ자로 굽은 배수로가 피해 키웠다

  • 조원철│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woncheol@yonsei.ac.kr│

폭우에 잠긴 광화문,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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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넓이와 배수구의 규모를 계산해보면 문제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지하에 매설된 배수관거로 이어져 지표수를 배출해야 할 배수구(또는 유입구)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나마 규격을 40×90㎝로 확대한 것이나, 광장 동측의 중학천 배수로와 서측의 백운동천 배수로의 일부를 연계해 서측의 홍수 부담을 줄인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광장뿐 아니라 연결된 도로 위에도 배수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이 지하배수구로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광장 밑에 매설된 배수관로의 규모에 대해서는 알 길조차 없다.

저류조 제안이 거부된 이유

대부분 90도 직각으로 설계돼 있는 배수관로의 구조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내리는 빗물을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하기 어렵게 만든다. 백운동천이 청계천으로 연결되는 부분의 선형이 인위적으로 곡선화된 것은 대표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완전히 복개된 소하천들과 배수관로를 점검해 곡선이나 사선 형태로 유로의 선형을 개선해야만 충분한 배수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듯 도시시설의 설계는 배수문제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계획하고 심의하고 인준해 시공토록 해야 한다. 광장과 도로의 규모와 표면상태, 종횡 경사와 배수구의 연결상태를 모두 정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나마 청계천이 잘 정비되어 있었기에 주변지역의 더욱 광범위한 침수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예전 복개 상태였던 청계천을 매년 두 차례 이상 드나들었던 경험으로 봐도 분명 그렇다.

광화문광장을 조성할 당시 여러 전문가는 그 아래에 대규모 저류조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최소한 30만㎥ 규모의 저류조가 필요하다는 추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저류조가 만들어져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호우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저류조의 쓰임새는 도시 홍수 피해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소방, 청소, 조경, 냉각용수 등 도시 수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녹색사업’이다. 이를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단견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문화성, 경관과 조경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야의 전문가들만 모여 광장의 설계를 심의하고 결정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광장을 이용할 시민들의 편리를 도모하고 만약에 빚어질 수 있는 불안정 요소를 제거하는 방재안전관리 대책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이번 침수사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이 나지 않는 사업에는 관심이 없다가 막상 일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온갖 대책을 강구하는 관료사회의 습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할 것이다.

양수기가 침수됐다?

한걸음 나아가 서울시 전체의 배수시설을 들여다보자. 앞서 설명했듯 현재의 배수관리 기본정책은 물을 가능한 한 모으고 한강으로, 혹은 안양천과 중랑천, 탄천으로 양수해내는 전근대적인 방식이다. 땅속에 물이 있어야 땅 위에도 생물이 살 수 있다는 간단한 원리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지표면의 침투성을 강화하고 빗물을 분산해 처리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이를 개선할 첫 번째 원칙이다.

이번 호우에서도 드러났듯 서울 일부 지역의 골목길은 침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도로를 계속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원위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도로의 높이가 마당보다 높아져 골목길의 물이 주택가 마당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낳았다. 골목길의 배수로망 역시 빗물의 흐름을 불편하게 하는 직각형 구조이기는 마찬가지다. 광화문광장뿐 아니라 다른 도로의 배수구도 규격과 위치와 숫자를 조정해야 한다.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하수구의 3분의 2를 일부러 막아놓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가뜩이나 번번이 막히는 배수구를 일부러 예산을 투입해 막는 것은 불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막아놓은 하수구 때문에 도로가 침수되고 인근의 상가와 지하공간들이 피해를 보아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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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wonche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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